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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자이언트(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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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7.04.09  07: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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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을 봐도 지루한 영화가 있고 벌써 끝났어, 아쉬움을 토로하는 영화는 3시간을 봐도 더 보고 싶다.

조지 스티븐슨 감독의 <자이언트>(Giant)는 러닝타임이 201분이지만 한 300분을 한 대도 여전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그런 영화다.

5시간이 지난다면 마침내 제트( 제임스 딘)와 레슬리(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활화산의 분화구처럼 엄청난 화염을 뿜으며 서로 엉키다 녹아버렸을 지도 모른다.

빅(록 허드슨)은 사랑의 패배자가 되어 황야를 질주하다 장렬한 산화를 해도 상관없다.

부르주아의 전형인 빅보다는 레슬리는 프롤레타리아에 근접한 제트와 더 잘 어울린다. (그건 니 생각이냐고?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할 것이다.)

남는 것은 아쉬움이니 영화에서는 그저 애타게 레슬리를 불러 보는 것( 그것도 그녀와 결혼 운운하면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레슬리의 딸이 문틈으로 지켜보는데서 말이다.) 으로 제트는 만족해야 한다.

원작(A American tragedy)이 그러하니 서부극의 걸작 <셰인>(1953)을 만든 천하의 스티븐슨 감독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텍사스의 거대한 목장을 소유한 빅은 종마를 구하기 위해 귀족들이 사는 메릴랜드를 찾는다. 거기서 레슬리를 만나는데 그녀는 결혼을 약속한 작위 칭호를 받은 무슨 무슨 경과 함께 영국 런던으로 떠날 날짜를 잡아 놓고 있다.

하지만 빅을 보는 순간 레슬리는 그는 내 짝이 아니고 빅이 내 사랑이다 라고 직감한다. 둘은 지체 없이 결혼하고 빅이 사는 텍사스로 떠난다. (떠나기전 레슬리는 빅에게 멕시코에서 미국인이 텍사스를 뺏었다고 말한다. 당돌함을 넘어서 어떤 문제의식을 던졌다고 느꼈는데 더 놀라운 그녀의 발언은 앞으로 자주 일어난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왕궁을 연상하는 압도적인 건물이 할아버지 대부터 살아온 빅의 집이다. 그 집에는 혼기가 넘은 솔로인 누나가 있고 목장을 관리하는 하인격의 제트가 있다.

뿌연 먼지를 파란 하늘로 날리며 두 사람이 탄 차가 집 앞에 멎고 제트는 둘이 사랑의 수작을 부리는 모습을 삐딱하게 기댄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빅은 청바지에 두 손 깊이 찔러 넣고 같잖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직도 있는 저 자식’ 레트를 당장 쫓아내고 싶지만 누나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 누나와 제트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암시를 한 눈 팔지 않고 잘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 스쳐 지나가듯이 나온다.)

누나는 안주인의 주도권을 놓고 레슬리와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다 레슬리가 타던 그녀의 머리보다 더 검은 종마 ‘전쟁의 폭풍’을 타다 떨어져 죽는다. 그녀는 제트에게 유산을 남겼는데 이 유산 때문에 빅은 자존심을 크게 구기는 일이 발생한다.)

레슬리는 텍사스에 와서도 거침없다. 남편의 거대한 땅을 놓고 훔쳤다고 하고 돈 주고 샀다는 항변에는 헐값에 강탈했다고 대든다. 그런 레슬리가 제트가 보기에는 여간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그는 단 둘이 있는 틈을 타 레슬리에게 듣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듯이 껄렁하게 말한다.

난 구제불능이 아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고 당신 같은 미인은 처음 본다고. 레슬리의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그녀는 굉장한 칭찬에 감사하면서 남편에게 이 사실을 말하겠다고 한다.

순간 그 답지 않게 흑 빛이 된 레트는 제발 그러지 말라, 참아달라고 애원 비슷하게 사정한다.

어떤 남자라도 이 순간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레슬리는 말처럼 남편에게 미주알고주알 일러 바쳤을까. 어설픈 여자들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외간 남자의 말을 다른 남자에게 잘도 전하지만 레슬리는 다만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여자는 진짜 남자를 알고 사랑을 아는 여자다. 살면서 이런 속 깊은 여자를 만나는 남자는 드물다.)

목장의 이웃에는 멕시코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아이( 이 아이는 살아서 그 마을에서는 처음으로 2차 대전에 참전해 죽어서 돌아온다.) 는 병에 걸려 있고 부모는 몸 저 누워 있다. 레슬리는 그들에게 동정을 보이고 의사를 붙인다.

그러지 말라는 만류에도 레슬리는 그렇게 한다. 남편에게 당신 같은 지역유지가 왜 가만히 있느냐고 되레 나무라기도 한다. 누나를 치료하던 의사는 마을로 가 죽어가던 아이를 살린다.

누나가 죽었으니 남겼다는 유산이야기를 간단하게 하고 넘어가자. 제트는 목장에 자기만의 땅이 생겼다. 빅은 비싼 값에 되사고 싶지만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단박에 거절한다. ( 거절 할 때 그가 보이는 시니컬한 반응은 보아서 아름다운 장면이다.)

우여곡절( 레슬리의 신발자국에 고인 기름띠를 보고 제트는 석유매장을 확신한다.)끝에 제트의 목장에서 석유가 쏟아지고 그는 이제 빅보다 더 부자가 된다.

아니 텍사스 제일의 부자가 돼서 거들먹거린다. 안 그래도 보는 사람을 기분나쁘게 하는 구부정한 자세, 흘겨보는 눈초리가 더욱 야단스럽다. 이제 그는 갖고 싶은 모든 것을 다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단 하나. 레슬리만은 예외다.

그가 마련한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상원의원, 주지사는 그를 위해 칭송이 자자한데 만취한 그는 레슬리를 부른다. 자신과 결혼하기로 한 레슬리의 딸이 아니라 아름다운 레슬리 바로 그녀의 이름을.

그의 외마디 외침은 가슴이 훤히 드러나게 단추를 풀고 단 둘이 앉아 차를 마시던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깊은 회한인지도 모른다.

국가: 미국

출연: 엘리자베스 테일러, 록 허드슨, 제임스 딘

평점:

: <자이언트>가 사랑이야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레슬리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은 단순한 러브 스토리가 아니다. ‘사회의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약자를 위한 배려, 여성의 정치 참여를 넘은 여성해방, 그리고 그녀의 자녀들이 보여주는 부모의 의지가 아닌 스스로 인생을 사는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대를 이어 그래왔듯이 아들도 빅의 뒤를 잇기를 바라지만 아들은 그가 속한 세상에서 경멸의 대상인 멕시코 여자와 결혼하고 의사의 길을 택했다.

딸은 남자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다 배우의 길을 가겠다고 뉴욕으로 떠난다. ‘세기의 여인’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미모와 연기가 전성기의 록 허드슨의 젊음과 궁합이 척척 맞는다.

그러나 두 사람보다도 더 돋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제임스 딘이다.

땅을 팔라던 제의를 거부할 때 보여주던 히 힝! 말울음 같은 웃음을 내며 시건방을 떨고 인생에서 돈은 중요한 게 아니라던 대목에서 있을 때는 그렇다고 대꾸하면서 대각선으로 째려보던 그 표정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석유를 온 몸에 뒤집어쓰고 내가 하탕치길 바랐지 훗, 훗! 하면서 빅에게 시비를 걸던 그 모습, 빅 앞에서 레슬리에게 당신은 너무 예뻐서 환장 하겠어 하면서 주먹을 날리고 유유히 사라지는 흔들리는 뒤태는 또 어떤가.

콧수염을 기르고 작은 선글라스를 쓰고 비싼 바지를 입고 히죽일 때는 가히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다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임스 딘은 이 영화 개봉이후 일주일 만에 죽어 더욱 관심을 끌었는데 관객들은 그가 술에 취해 형편없이 구겨지는 결론에 이른 장면에서 매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한다.

한 명의 거인을 위해 두 명이 들러리를 선 <자이언트>는 1956년 그 때도 인종차별을 거부했는데 오늘날 미국은 그것을 강요하고 있어 이 영화의 위대함이 더욱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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