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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파리의 아메리카 인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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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파리의 아메리카 인 (1951)
  • 의약뉴스
  • 승인 2017.03.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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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하는 사람들, 특히 화가들에게 파리는 매혹적인 공간이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각양각지에서 사람들이 그 곳으로 몰려든다. 세느 강가를 따라 산책을 하며 영감을 얻고 친구를 만나고 전시회를 준비한다.

미국인 제리( 진 켈리)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그가 사는 건물에는 젊은 부부로 보이는 연인이 살고 있고 바로 그 위층의 작은 방이 그가 쓰는 작업실 겸 숙소다.

피아노 치는 아담( 오스카 레번트)과 노래 부르는 핸섬 가이 헨리( 조지 게터리)와 거리의 많은 꼬마들이 허물없이 지내는 동네 친구들이다.

그림 몇 점이 완성되면 제리는 파리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몽마르트르 언덕의 골목길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어느 날 그에게 금발의 미국 여인 마일로( 니나 포크)가 활짝 웃으며 다가온다. 작품에 반했는지 그에게 반했는데 그녀는 후원자를 자처한다.

가난한 미국인은 처음에는 호의에 경계심을 품지만 내심 거물 중개상을 소개 시켜 준다는 말에 그녀와 만남을 지속한다.

작품을 파는 건 예술가가 할 일이 못 된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는 여인을 그가 마다 할 이유가 없다.

일이 되려는지 그녀는 때마침 이혼녀다. 호박이 덩굴 채 굴러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화려하거나 크지는 안지만 야무진 또 하나의 호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를 통해 미술계 인사를 소개 받는 자리에서 제리는 다른 자리에 앉은 리사 (레슬리 캐론)에게 한 눈에 반한다. 제리는 리사가 점원으로 일하는 향수 가게로 찾아간다. 그리고 저녁 데이트 약속을 잡는다.

 

집에 돌아온 제리는 날아 갈 것 같은 기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기어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이번엔 정말 사랑이다, 모든 게 꿈만 같다, 그녀는 봄의 숨결이다.

오케이 사인을 받고 그가 벌이는 환희의 춤판은 그야말로 난장이 따로 없다. 안개 낀 밤, 강가에서 노래와 춤을 추는 장면은 낭만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전형을 보여준다.

처음에 그를 거부했던 리사는 대시하는 그에게 점차 호감을 느낀다. 헨리는 리사 때문에 고민하는 제시에게 연애 선배답게 ‘내 여자로 만드는 법’을 강의하고 제리는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리사는 고개를 젓는다.

19살이지만 이미 사랑하는 남자가 있기 때문이다. 하필 그 남자는 생명의 은인이며 제리에게 사랑학 강의를 한 헨리다.

사랑을 거절당한 제리는 홧김에 마일로를 찾아가 화려한 파티에 초대한다. 괴상한 복장을 하고 광란의 춤을 추면서 실연의 아픔을 다른 여자를 통해 이겨내려는 제리 앞에 헨리와 춤을 추는 리사가 보인다.

참, 인연도 묘하지. 제리는 숨 돌리기 위해 잠시 에펠탑이 보이는 옥상으로 피하고 어느 새 리사가 그와 마주선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확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헨리는 자신보다 리사를 더 사랑하는 제리에게 리사를 양보한다. 결혼식 하루 전이다. (이런 코미디같은 설정은 영화 중간 중간 이어져 전혀 어색하지 않고 되레 자연스럽다.)

두 사람은 계단을 올라오고 내려가면서 가운데서 만난다. 해피 앤딩으로 끝나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음악에 맞춰 추는 화려한 양 팔을 축 늘어 뜨리고 추는 텝 댄스와 수준 높은 발레는 탄성을 절로 나오게 한다.

피아노는 물론 바이올린이나 지휘에도 능통한 만능 음악인으로 성공한 모습을 상상하는 오스카 레번트의 공연 모습도 화려하다.

국가: 미국

감독: 빈센트 미넬리

출연: 진 켈리, 레슬리 캐론

평점:

 

: 춤이면 춤, 연기면 연기, 대화면 대화 못하는 게 없는 제리와 리사의 독무대가 여간 볼만한 게 아니다.

영화 초반 의자를 가지고 춤을 추는 이른바 '의자춤'은 섹시 하면서도 다른 춤과는 뭔가 확실히 다른 수준을 보여준다. (한국의 여가수도 이런 춤을 췄는데 그 장면과 흡사하다.)활짝 핀 꽃이 많이 있는 꽃집을 배경으로 아이들 앞에서 펼치는 공연 역시 일품이다.

특히 후반부에서 20여분 가까이 환상에 젖은 제리가 리사와 함께 주는 춤은 감탄, 감탄의 연속이다. 로트렉 등 당대 화가의 작품을 배경으로 나는 듯이 뛰어 오르고 돌고 앞으로 내닫는 짐 케리와 레슬리 캐론의 안무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큼 멋지다.

꿈의 궁전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드넓은 공간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군무도 대단하다. 피아노 맨 아담의 화려한 손놀림, 가수 헨리의 노래, 사랑을 찾아 갈구하는 마일로의 미모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빈센트 미넬리 감독은 <파리의 어메리칸인>(원제: An American in Paries)으로 뮤지컬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듯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 냈다.

기분 좋은 날 보면 더 기분이 좋고 슬픈 날 보면 분위기 전환에 그만이다. 한 편의 영화가 인생을 바꾸고 삶을 바꾸고 기분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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