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급한 개복술로 인해 소화기 장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B법인과 의사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558만 9694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3월경 B법인에서 운영하는 B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자 위장전절제술·비장전절제술·항암 치료를 받았다. 이후 요양병원에서 요양을 하던 A씨는 복통·소변량 감소 등의 증세가 발생, 2013년 7월경 B병원에 입원했다.
C씨는 A씨를 검사·진찰한 결과, 국소종양 재발 또는 전이에 의한 대장(결장)암으로 진단했다. 대장은 맹장, 결장, 직장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결장은 맹장과 직장 사이에 있으면서 대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C씨는 A씨에 대해 결장아전절제술을 시행했는데. 이후 조직검사에서 전이암이 아니고, 장막하섬유증, 상행결장 게실증인 것으로 진단됐다. 상행결장 게실증이란 상행결장의 벽이 바깥쪽으로 동그랗게 꽈리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질환을 말한다.
현재 A씨는 결장의 광점위한 절제로 인한 소화기 장애로 인해 1일 5~6회의 설사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후중감(변을 보고 난 이후에도 변이 남아있는 것으로 느끼는 증세)가 발생할 수 있는 상태다.
A씨는 B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당시 입원한지 3일만에 시험적 개복술을 시행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험적 개복술이란 급성복증환자에게 검사할 여유가 없거나 확정진단이 안된 채 개복하거나 악성종양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가능한지 진단 안된 상태나, 복부질환의 의심이 있어 진단 목적으로 개복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
이어 재판부는 “2013년 7월 혈액종양내과 협진 결과에서도 재발보다는 다른 원인을 생각해야 한다는 답신이 있었으며, 4개월 전 위암 수술 당시 원격 전이나 국소 전이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C씨나 B병원 의료진으로서는 A씨에 대해 충분한 검사와 면밀한 진단을 통해 전이암 외의 다른 원인이 없거나 암의 재발이 특히 의심되는 경우에 시험적 개복술을 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비수술적 시술을 선행하지 않고 충분한 검증 없이 잘못된 진단 하에 성급하게 시험적 개복술을 시행함으로써 광범위한 장 절제에 이르고 말았다”고 판시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피고들은 A씨가 결장폐색이 있어 내시경적 스텐트 시술은 천공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시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결정 폐색이 있을 때 스텐트 시술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완전 폐색이 아니라면 대장내시경 검사가 절대적 금기사항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얼마간의 위험이 수반되더라도 내시경적 스텐트 삽입 시도를 해보거나 결장 내강의 상황을 점검할 수 있고, 점막의 조직검사도 가능한 점에 비춰 중재적 시술(스텐트 삽입)을 먼저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는 위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여서 암의 재발 및 전이를 우선 고려할 여지가 있었다”며 “결장 폐색 상황에서 시술방법의 선택 여지가 매우 많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