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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007 골드핑거(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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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007 골드핑거(1964)
  • 의약뉴스
  • 승인 2017.02.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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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이 많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운 영화가 바로 '007'이다. 1962년 <살인번호>를 시작으로 2015년 <스펙터>까지 무려 24편의 시리즈물이 제작됐다. 올해나 아니면 해를 걸러 또다른 007이 우리 곁에 찾아올 것이다.

이 긴 생명력은 아마도 관객들이 그만큼 호응하기 때문인데 만들어서 손해 보지 않는 장사가 가능한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007만의 매력, 즉 첩보나 스파이 물에서 보여주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쉬지 않고 리뉴얼 되는데 있다.

여기에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제임스 본드 걸의 아름다움과 주제곡이 더해지면 향수에 젖은 관객들은 잊혀 질 만하면 ‘007이 나올 때가 됐는데’ 하는 기대감을 여기저기서 나타내기 마련이다.

그 많은 연재물 가운데 이번에 소개할 <007 골드핑거>는 겨우 세 번째인데 이 영화는 이후 나오는 모든 시리즈물의 전형쯤으로 여겨지는 작품이다.

가이 해밀턴 감독이 숀 코널리와 손을 잡고 만들었는데 주인공이 오리 모형을 쓰고 물속에서 등장하는 장면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영국정부의 정식 첩보원인 본드는 핵물질까지 소유한 골드 핑거(거트 프뢰베)를 제거하기 위해 긴급 투입된다. (영화가 나온 당시는 구소련과 미국이 벌이던 냉전시대로 중국은 핵무기를 개인에게도 파는 나라로 묘사되고 있다. 프랑스도 비하 대상인데 오릭 골드 핑거의 이름이 나오자 프랑스 회장 놈 이름이라고 모욕하고 있다.)

그에게는 중절모를 무기로 사용하는 측근이며 운전수인 오드 잡(해럴드 사카타)이 있는데 그는 한국인으로 등장한다.( 나쁜 놈 밑에서 나쁜 짓하는 한국인이라니. 필드에서는 한국에서는 골프가 낯설다고 국격을 낮춘다.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우락부락한 표정의 그는 골프공을 한 손에 쥐고 으스러뜨리는 묘기도 부리는데 머리보다는 주로 몸을 쓴다.)

어쨌든 본드는 망원경으로 확인한 상대의 패를 중계 장치를 이용해 이어폰으로 전달받아 카드게임에서 백전백승을 하는 골드 핑거에게 접근하는데 그의 상대녀는 잡고 보니 금발에 섹시한 미녀다.

마이애미 해변에서도 비키니를 입으면 눈에 확 띌 만한 몸매를 자랑하는데 그녀는 본드에게 한 눈을 팔다가 피부에 한 뼘의 공간도 남기지 않고 온 몸에 금도금을 하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 오래전에 최영장군은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다. 들어서 듣기 좋은 주제가 가사도 '아름다운 여인이여, 황금의 심장을 조심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 말을 여자가 새겨들었더라면 피부질식사로 죽기 전에 좀 더 살 수 있었지 않았을까.)

전라의 금빛 여자, 아름답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첫 사망자가 나왔으니 더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아니지만 볼거리 양념으로는 그만이다.

본드는 숙련된 첩보원답게 모든 일을 척척 처리한다. 그런 그도 어느 순간 골드 핑거의 포로 신세가 된다.

포로가 됐으나 멋있게 탈출하는 것은 짜진 시나리오다. 우리의 칠성판 고문대 비슷한 곳에 사지를 벌리고 묶여 있는 본드의 다리 사이로 중국인 핵 과학자가 만든 레이저 빔이 철판을 뚫고 달려들고 있다.

더 볼 것도 없이 007은 죽지 않고 살아난다. (이후에도 몸을 숨기고 엿듣기 좋은 야음을 틈타 적지에 침투했다가 체포되는 등 여러 번 잡히고 죽을 위기를 수도 없이 넘긴다. 다른 출연진들은 한 번 잠깐 등장했다 열심히 피하는데도 쉽게 죽는다고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가 일회용 엑스트라가 아니고 주인공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런데도 저러다 진짜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묘한 긴장감이 도는 것은 무기로 등장한 레이저빔의 화려한 모습이다. 천장에 매달린 총 같지만, 같지 않은 길쭉한 모형에서 파란 불빛을 내뿜으며 철판을 자르는 장면은 소름이 돋기에 충분하다.

본드는 탈출한다. 이제 시간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골드핑거의 그랜드 슬램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이를 막지 못하면 전 세계 경제는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미국의 거대 금 저장고에 있는 금을 방사능에 오염시켜 무려 58년 동안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자신의 금 가치를 올리려는 골드 핑거이 음모를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

그는 자신의 곡예 비행단 비행기 5대를 이용해( 조종사는 모두 금발의 미녀다.) 금 저장고의 상공에 15분 안에 24시간 동안 완전히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무색의 신경가스를 뿌린다.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한 본드의 활약상이 영화의 막판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그는 모자 공격을 하는 오드 잡을 전기로 감전시켜 죽이고 작전을 무력화 시킨다.

그 공로로 대통령의 초대를 받는다. 그런데 그가 탄 백악관행 특별기 비행기 조종사는 골드핑거의 여자 퍼시 갈로어( 오너 블랙번)다.

불과 몇 시간 후에 본드 걸로 재탄생하는 그녀는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낙하산으로 멋있게 탈출해 본드와 제대로 된 사랑을 나눈다. 도저히 맞서 싸울 수 없을 상대를 마침내 무너뜨리고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은 007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공식이다.

이 영화는 이 공식의 선두주자다. 나머지 속편은 모두 이 영화에 빚을 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가: 미국

감독: 가이 해밀턴

출연: 숀 코널리, 거트 프뢰베, 헤럴드 사카타

평점:

 

: 금 도금으로 죽은 여자의 언니까지 죽이는 잔인한 골드 핑거는 죽게 돼 있었음으로 죽는다. (금을 온 몸에 칠하고 죽는 것에 비하면 강도가 약하지만 군복을 입고 나타나 쿠바로 가겠다고 설치다 비행기의 뚫린 구멍으로 빨려 나가서 죽는 죽음도 예사롭지는 않다.)

그는 한 창 때 이런 명언을 남긴다.

“인간은 에베레스트에 올랐고 심연에 도달했고 달에 로켓을 쏘고 원자로를 분해했다. 그런데 범죄는 낙오됐다.” ( 그는 자신이 그것을 완성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007 시리즈는 끝나지 않고 계속되려나 보다.)

레이저 빔, 앞뒤로 방탄유리이며 호신장비로 가득 찬 차량, 구두 밑창에 넣는 무기, 좀처럼 보기 힘든 미녀와 스위스 알프스 풍광을 배경으로 하는 자동차 질주, 기관단총을 난사하는 군인들의 총격장면 등 아주 볼거리가 많다.

우연의 일치로 살아남고 너무 뻔 한 결과로 해피 앤딩이 되는 스토리가 지금 보면 조금 약할 수 있다 싶지만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소음기로 오드 잡이 경쟁 관계의 사업자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인해 살해한 후 폐차장에서 차와 함께 시체를 처리하는 장면은 후에 나오는 느와르 영화의 동업자 살해 장면에서 숱하게 차용됐다.)

보고 나면 후련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두어 시간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 어쨌든 다른 007 시리즈는 안 봐도 이것만 보면 007 영화에 끼어들만한 대화 수준은 확보하게 된다.

특히 상대를 저격하기 위해 앞을 보고 몇 걸음 걷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턴한 후 오른 손으로 권총을 발사하는 총열 시퀀스는 본드 영화의 상징으로 각인되고 있다.

가장 많은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는 <죽느냐 사느냐>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나를 사랑한 스파이> 등 모두 7편에 출연한 로저 무어가 있고 숀 코널리는 <살인 번호> <위기일발> <골드핑거> 등 6편에 나왔다. 이언 플래밍의 스파이 모험소설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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