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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면 법학적 사고가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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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면 법학적 사고가 있어야죠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2.14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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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료법학회 이숭덕 회장
 

의료법학에 관심이 있는 법학계·법조계·의료계 인사들이 함께 모여 월례학술발표회·세미나·워크숍·학술대회 등을 통해 의료분쟁·의료제도를 비롯한 의료관련 법현상을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대한의료법학회라는 단체가 있다.

최근 들어 의료와 관련된 소송이 증가하고 있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의사들도 법학적 지식을 습득하고 있어야하는 시대에서 의료법학회의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지난 1994년 처음 출범한 의료법학회는 20년 넘게 의학계와 법학계의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는 가교 역할을 해 왔다.

올해부터 대한의료법학회를 이끌게 된 이숭덕 회장(서울의대 교수·법의학교실)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사라면 법학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의학과 법학의 만남
이숭덕 회장은 “의학과 법학이 각각 전문 영역이다 보니 용어도 생소하고, 이질적인 경우가 다”며 “하지만 의료사고나 의료분쟁을 비롯해 보건의료관련법 영역에서 의학과 법학이 만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어떤 행위로 인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인과관계’로, 의료행위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비의료인이 어떤 원인으로 인해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인과관계를 명확히 특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때로 의료 현실과 맞지 않거나, 과실과 인과관계를 뭉뚱그려 판단하거나, 판결문을 옮기는 과정에서 의미하고자 하는 게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료와 법이 더 자주 만나 대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의료계 역시 자신의 분야만 들여다보다 사회라는 큰 숲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방어적인 대응만 하다가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의사들이 의료법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의료법이라는 영역이 또 다른 전문영역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며 “전문적인 영역은 그 분야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작 16시간, 1학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의대에서 의사들이 의료법에 대해, 법학적 사고를 기르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숭덕 회장은 “의료법을 16시간, 1학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의대에서 학생들이 16시간 동안 법 조항을 외우는 공부만 하고 있었다”며 “의료사고가 왜 생기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의사라면 법학적 사고가 있어야
이숭덕 회장은 “의사라면 법학적 사고(legal mind)가 있어야 한다”면서 故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대한 논란을 예로 들었다.

이 회장은 "사망진단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망의 원인을 의학적으로 설명한 ‘사망원인’과 사망을 규범적·법률적으로 판단한 ‘사망의 종류’“라며 ”결국 모든 책임이나 잘못이 의사에게 있다기보다는, 수사기관이나 법조계 등 사망진단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는지 여부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는 주치의가 규범적·법률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역량을 갖추든지, 어렵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의사의 사망진단서를 포함해 사건 전체와 연관된 증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단서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무조건 법으로만 의료를 규제?
이숭덕 회장은 의료를 무조건 ‘법’으로만 규제하려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일례로 설명의무법을 들면, 설명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뭘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며 “설명 의무의 기본은 의료진 스스로 하려는 노력, 자유 결정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의사를 벌하기 위해 만드는 경향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료계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법·의료·사회 제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잘못된 제도로 인한 부담을 환자에게 미룰게 아니라 환자·의사·사회가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숭덕 회장은 “의료인들이 대한의료법학회를 비롯해 법·제도·사회 등 여러 영역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참여했으면 한다”며 “사회 속으로 들어가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일부터 시작해야한다. 서로 교류하다보면 이해의 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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