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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앞 이런 사진, 이런 글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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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앞 이런 사진, 이런 글이었다면
  • 의약뉴스
  • 승인 2017.02.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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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10여년 만에 의사윤리지침 및 강령 개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수술복을 입고 있는 의사들이 찍힌 한 장의 사진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수술복 사진이야 흔한 것이어서 관심 밖이지만 사진 앞에 성인 남성의 벗은 왼발로 보이는 시신의 일부가 보여 예사로운 사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캡션(사진 설명) 쯤으로 해석될 만한 ‘토요일 카데바 워크샵, 매우 유익했던, 자극이 되고’라는 글로 보아 기증시신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카데바(Cafaver) 즉, 해부용 기증 시신 앞에서 의사들 중 일부는 팔짱을 끼고 있고 또 일부는 환하게 웃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아마도 해부학 실습을 하기 직전에 인증 샷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여론은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고 있다. 고인 앞에서 예를 취하지는 못할망정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는 것이 지탄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굳이 ‘시체를 해부하거나 시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표본으로 보존하는 사람은 시체를 취급할 때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을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상식선에서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 그래서 아쉬움이 크다.

웃는 얼굴 대신 숙연한 표정을 짓거나 팔짱을 낀 모습 대신 손을 가지런히 모은 모습( 일부 의사는 그렇게 하고 있다.)으로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면 지탄대신 남들 쉬는 토요일 날 나와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로 칭송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웃었다고 해서 고인을 욕 보였다거나 팔짱을 꼈다고 해서 예를 다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넌 센스 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 정서상 또 시신에 대한 우리 전통의식에 비추어 볼 때 칭찬받을 만한 행동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도 진상 조사와 윤리위 회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크게 자랑할 거리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일을 기회로 시신에 대한 의사윤리 지침도 새로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떤지 주문해 보고 싶다.

시신 해부는 의학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가족이 없는 무연고 시신이라 할지라도 해부시에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해도 될 것이다.

당연한 것을 문서로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자괴감이 들지만 SNS를 통한 전파는 매우 빠르고 광범위해 작은 실수 하나가 의사들의 명예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일선 현장에서 주야 가리지 않고 의술을 펼치고 있는 대다수 선후배나 동료 의사들의 사기를 꺾는 일은 하지 않아야 된다. 장기 기증의 숭고한 뜻이 퇴색돼서도 안된다.

‘토요일 카데바 워크샵, 매우 유익했던, 그래서 고인에게 더욱 숙연했던, 감사의 마음을 담고 앞으로 의술에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이런 글이었다면. 손을 공손이 앞으로 모으고 약간 고개를 숙인 모습의 사진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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