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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메르스 그리고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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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메르스 그리고 과징금
  • 의약뉴스
  • 승인 2017.02.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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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이 전국을 강타했다. 죽음의 공포와 전염우려 때문에 전국민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 중심에 삼성서울병원이 있었다. 메르스 방지와 치료보다는 되레 확산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였다. 2차 진앙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삼성서울병원은 대유행 당시 접촉자 명단제출 지연 등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병원에서 병을 키운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대학병원의 위상은 심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모든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서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아예 잊혀 질 즈음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 및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부과했다.

복지부 조사결과 5차례에 걸친 역학조사관 접촉자 명단 제출 명령에도 이를 지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업무정지는 내려지지 않았다.

병원의 업무정지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 등 공익상 이유를 고려해 의료법 제67조(과징금 처분)에 따라 업무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과징금 규모는 806만 2500원이다.

(과징금 부과와 별도는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6일 ‘의료법’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와 함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역학조사) 위반에 대해서도 고발조치를 했으며 현재 이에 대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의료법’ 위반 관련 행정처분이 종료됨에 따라 2015년 11월 30일 ‘제3차 메르스 손실보상위원회’에서 유보했던 손실보상 부분도 조만간 심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업무정지에 갈음해 부과한 과징금 규모가 너무 작아 제재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데 있다. 1일 53만 7500원에 해당하는 과징금 규모는 연매출 1조원에 달하는 삼성서울병원 하루 매출의 0.0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대해 복지부는 이번 사안에 적용된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는 일반명령 불이행에 대한 제재조치로 제재의 수준을 높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과징금 액수는 규정된 부과 기준의 최고등급(일 53만 7500원)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법령상 제재 수준을 높이기엔 어려운 측면 있다는 것. 이에 국회에서는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메르스는 38명의 사망자와 186명의 확진 환자, 1만 6693명의 격리자를 발생시켰고, 이로 인한 국내총생산 손실액이 10조원에 이르는 대형 참사였는데 슈퍼전파자를 잘못 관리해 참사에 막대한 책임이 있는 병원에 대한 벌금액이 고작 800여 만원” 이라고 개탄했다.

윤의원은 이번 행정처분에 대해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며 심각한 의료 참사에도 솜방망이 처벌밖에 가할 수 없는 현재의 의료법과 시행령의 벌금 제도 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도 현 의료기관 과징금제도를 ‘돈 잘 버는 병원에 혜택을 주는 제도’로 규정하고, 정부를 향해 ‘매출액에 따른 정률부과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현행 제도는 의료기관의 연간 총수입에 따라 업무정지 1일당 최소 7만 5000원에서 최대 53만 7500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어 수입이 많을수록 부과액도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연 수입 5000만원인 의료기관에게 1일 과징금액은 하루 수입의 45%를 차지하는 반면, 90억 원인 병원에게 1일 과징금은 수입액의 2%에 불과한 역진적인 구조라는 것.

정 의원은 약국은 1일 평균 매출액에서 과징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30~60% 수준인데다 매출액이 많을수록 비율도 높아진다면서,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에 대한 과징금제도를 매출액에 따른 정률부과방식으로 하루 빨리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도 거들고 나섰다. 약사회는 삼성서울병원에 800만여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것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과징금 기준이라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면서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약국과 비교했을 때 수 백 배 이상의 차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동네약국 과징금 57만 원보다 낮은 53만7500원으로 산정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이라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복지부는 이 같은 현실을 오랫동안 수수방관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므로 의료기관의 매출액과 규모에 맞게 과징금 기준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 과징금 처분이 앞으로 어떻게 개선될지 지켜볼 일이다. 과징금이 무서워서라도 이런 일이 재발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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