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5-11 07:48 (토)
위내시경 중 식도정맥류 파열 누구 책임
상태바
위내시경 중 식도정맥류 파열 누구 책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1.25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진료·처치 과정 과실 없어…“의료진 책임 없다” 판결

위내시경 도중 위식도정맥류 출혈을 야기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한 사건에서 법원이 내시경 검사가 출혈을 야기했다고 볼 수 없고, 진료·처치 과정상 과실이 없어 의료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가족들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0년 3월경 간경변증 및 식도정맥류로 인해 B법인에서 운영하는 B대학병원에서 정맥류 결찰술(EVL)을 받은 뒤 주기적으로 소화기내과에서 추적진료를 받았다.

이듬해인 2011년 4월경 오전에 흑변을 본 A씨는 B대학병원에 내원, 내시경 검사를 시행했다.

흑변이란 자장면 소스나 타르처럼 검정색을 띠는 변을 말하는데, 상부 위장관 출혈이 있는 경우 혈액의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이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과 반응, 헤마틴으로 변하면서 어두운 색을 띠게 된다.

 

이 경우 대변에 헤마틴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변의 색깔이 까맣게 된다.

소화기내과 의료진은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정맥류 출혈이 확인, 정맥류 결찰술을 시행했으나 A씨는 12시 42분경 갑자기 마우스피스를 빼내고, 내시경을 잡아 뽑으려 하는 등 과행동을 보여 시술을 중단했다.

식도정맥류란 문맥압 증가에 의해 식도 정맥의 수와 크기가 증가해 정맥이 혹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간경변 등으로 인해 간문맥(장과 간 사이의 혈관으로 간에 영향을 공급하는 정맥계의 대혈관)에 혈액이 고여 문맥압이 높아질 경우 식도의 정맥 쪽으로 흐르는 혈류가 많아지면서 식도 정맥의 수가 많아지고 정맥이 확장돼 크기가 증가한다.

혹처럼 부풀어 올라 확장된 정맥을 정맥류라고 하는데, 이 식도 정맥류가 터지면 토혈이나 하혈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출혈성 쇼크에 빠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B병원 의료진은 A씨의 증상을 위식도 정맥류에 의한 상부 위장관 출혈 의증으로 진단하고, 내시경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식도정맥류의 출혈이 확인돼 정맥류 결찰술을 진행하려 했으나, A씨가 마우스피스를 빼내고 내시경을 잡아 뽑으려는 등 갑작스러운 과행동을 보임에 따라 시술을 중단했다.

의료진은 A씨를 응급실로 이실, 인공기도 삽관 및 인공호흡기 치료를 실시하고, 식도정맥류 출혈을 지혈하기 위해 S-B 튜브를 이용한 풍선탐폰법을 시행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에는 A씨의 수축기 혈압이 89∼90mmHg로 저하되자 승압제(도파민)를 지속 정맥주사하고, 4월 12일 오전 9시 30분경 중환자실로 이실, 상태를 관찰했다.

다음날, A씨는 S-B 튜브를 통해 1050cc에 달하는 혈액이 배액된 것을 시작으로, 520cc, 1120cc에 달하는 다량의 식도정맥류 재출혈이 발생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

A씨의 유족들은 “의료진이 A씨에 대한 위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위식도 정맥류 출혈을 야기했고, A씨와 같은 위식도 정맥류 환자의 경우 다른 환자들보다 출혈 발생 가능성이 더 농후함을 인지하고도 미리 정맥류 출혈에 대비하지 않은 탓에 산소공급과 기관 삽관 등 조치를 제때 시행하지 못해 A씨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들은 “최초 정맥류 결찰술에 실패한 이후, 정맥류 출혈의 지혈을 위해 삽입된 S-B 튜브의 압력관리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정맥류 결찰술, 그 밖의 다른 외과적 수술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아, 정맥류 재출혈을 방지하지 못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지난 2010년 3월경에도 위식도 정맥류 출혈로 인해 B병원에서 이미 내시경 정맥류 결찰술을 받았고, 내원한 당일에도 흑변을 주소로 병원을 찾은 것인데, 흑변은 상부 위장관 출혈이 있는 경우 혈액의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이 위산과 반응해 헤마틴으로 변하면서 어두운 색을 띄게 된 후 대변에 섞여 나온 것을 의미한다”며 “A씨가 내원 전부터 이미 상부 위장관에서 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의 경우 애초부터 출혈 가능성이 높은 위식도 정맥류 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일 뿌, 위내시경 검사 도중 내시경관이 정맥류를 충격한 탓에 비로소 출혈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반적인 경우에도 내시경 검사만으로 정맥류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위내시경 검사 도중 A씨의 정맥류 출혈을 야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당시 A씨의 상태를 감안하면 오히려 내시경 검사 전에 발생했던 위식도 정맥류 출혈이 일시적으로 멈췄던 것에 불과할 가능성이 큰 점을 볼 때, 의료진이 위내시경 검사 도중 A씨의 위식도 정맥류 출혈을 야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응급조치가 미흡했다는 주장에 대해 “병원 의료진의 응급조치가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통상의 의료행위 수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흡했다거나 A씨의 상태를 악화시킬 만큼 지체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내시경 검사실에서도 구강 및 비강 흡인, 산소마스크 산소 공급, 앱부 배깅 등 일차적인 응급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진 이상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면서 정맥류 출혈 발생에 대한 사전 대비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식도정맥류 재출혈 문제에 대해 “응급실에서 풍선탐폰법에 의한 지혈을 시도함과 동시에 혈관수축제인 텔리프레신을 투약하는 등 지혈을 위한 적절한 보존적 처치를 실시했다”며 “중환자실로 이실된 시점으로부터 8시간 30분이 경과한 시점까지 S-B 튜브를 통해 배액되는 출혈의 양이 많지 않았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13.5-15.4g/dl로 정상범위를 유지하는 등 출혈 의심 소견이 전혀 나타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식도정맥류 재출혈이 발생한 시점까지 의식저하 상태를 보여 환자의 협조가 전혀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내시경을 이용한 정맥류 결찰술을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경정맥 간내문맥 전신단락술 등 외과적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활력징후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고, S-B 튜브 적용 이외에 A씨에게 시행할 수 있는 의학적 조치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살펴볼 때 식도정맥류 재출혈을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사망원인이 된 식도정맥류 출혈은 이 사건 내시경 검사나 정맥류 결찰술 등 의료진이 행한 침습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내원 전에 발생할 식도정맥류 파열로 인한 것이므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2010년 3월경에도 내시경을 이용한 정맥류 결찰술을 받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추적 진료를 받았기 때문에 내시경검사의 방법·목적·합병증 등에 관해 이미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며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해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