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 후 과다출혈로 사망한 환자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10여년간 재수술 위험성으로 약물치료 등에 의존했기 때문에 척추체의 변형이 심했고, 이로 인해 혈관이 통상 위치를 벗어나 있어 출혈 위험성이 높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학교법인, 의사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1995년경 모 병원에서 나사못을 이용한 기기고정술 및 3-4-5번 요추간 후외방 유합술, 제4-5번 요추간 후방 추체간 유합술을 받은 후 지속적인 요통 및 우측 서혜부통을 겪었으나 재수술의 위험성을 고려해 수술이 아닌 약물치료, 주사, 물리치료 등의 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 2008년 5월경 통증을 호소하며 B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에 내원했다. A씨를 진찰한 C씨는 수술부위 감염, 금속기기(나사못)의 파손 및 불유합, 제4-5번 요추 사이의 농양 형성, 제4번 요추의 전방전위증 등으로 인해 2차례에 걸친 재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A씨는 2008년 5월말경 후방도달법으로 파손된 나사못을 제외한 나머지 금속물 제거술을 시행한 후 전방도달법으로 제4-5 요추 사이의 파손된 케이지(인공디스크) 제거술 및 감염된 조직에 대한 변연절제술을 시행했다.
이후, C씨는 A씨의 염증상태를 고려해 예정된 2차 수술을 4일 가량 연기해 시행했는데, 후방도달법으로 제2번 요추에서 제1번 천추까지 후외방 유합술(자가장골 이식술을 통해 척추를 고정하는 수술로서, 수술기구로는 척추경 나사못이 사용됐다)을 시행했고, 전방도달법으로 제4-5번 요추 사이에 전방 유합술을 시행했다.
2차 수술 후, 7시간이 경과됐을 시점부터 A씨의 출혈량이 갑작스럽게 증가했고 혈압이 감소했다. C씨는 출혈부위 수술을 시행해 활동성 출혈이 있음을 확인했으나 출혈 부위에 접근이 어려웠고, 혈관조영식 색전술을 시행해 3번 요추 좌측 요추동맥이 파열된 것을 확인하고 색전술을 시행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A씨는 3일뒤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2차 수술 중 A씨의 전체 술환혈액양보다 많은 양의 대량출혈이 있었는데, 이는 수술 중 C씨가 A씨의 제3요추 분절동맥을 과실로 손상시켰기 때문”이라며 “B병원 의료진은 2차 수술 후 A씨에게 대량출혈과 대량수혈로 인한 혈액응고병증이 나타났음에도 2시간 동안 방치하다 뒤늦게 지혈을 위한 3차 수술을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고, 판결에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심을 제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경우 2차 수술 중 혈압이 저하됐으나 이후 정상으로 회복됐고, 2차 수술 과정에서 활동성 출혈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들은 2차 수술 중 2시간 동안 혈압이 저하됐던 것이 A씨 사망의 한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지만 2차 수술 중 혈압이 회복된 점 등에 비춰볼 때 유족들이 제출한 증거들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지혈을 위한 3차 수술 당시 수술시간이 2차 수술보다 짧았음에도 그보다 훨씬 많은 1만cc의 출혈이 있었고 출혈로 인하여 육안으로 출혈 부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수술 상당기간 이전에 제3-4-5번 요추 부위에 수술을 받은 상태였고, 이 부위의 감염, 농양 형상 등으로 2회로 나눠 재수술을 받기로 결정된 상태”라며 “이 같이 재수술을 하는 경우에는 염증조직 등의 유착으로 인해 수술에 필수적인 박리가 어렵고, 박리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혈관 파열과 출혈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의 경우 수술 부위의 염증과 유착이 심하고 척추제의 심한 변형으로 혈관이 통상의 위치에서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높아 출혈의 위험성이 더욱 높았고, 의료진도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A씨로부터 특별동의서까지 작성 받았다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2차 수술 후 A씨의 출혈 증상에 대한 처치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에 대해 “수술 후 출혈이 있었다고 곧바로 동맥 손상으로 인한 출혈을 의심할 수는 없고, 출혈 정도 및 생체 징후 등을 확인해 동맥 손상 여부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후유증으로 동맥 출혈이 의심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수술로 동맥을 결찰해 수술 부위를 직접 막아주는 것이 좋고, 출혈부위를 확인하기 어렵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혈관조영술을 시행해 출혈이 의심되는 부위를 색전술을 통해 막아주는 방법을 시행한다”며 “B병원 의료진은 수술 후 출혈을 의심하고 수혈을 하면서 혈압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다 혈소판 수치가 낮아지자 응급으로 결찰을 통한 지혈을 위해 3차 수술을 시행했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출혈부위 확인이 어렵고 혈종이 커서 출혈 부위 혈관 결찰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해 수술을 종료하고 곧바로 혈관색전술을 시행해 지혈에 성공했기 때문에 의료진의 출혈 발견 후 처치에 과실이 있다거나 처치가 지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