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미디언 ‘이경규’ 씨가 진행하는 ‘일요일 밤의 대 행진’ 프로에선 인적이 드문 새벽녘에도 과연 신호를 지키는 양심가가 있는지를 여의도 어느 횡단보도 현장에서 중계했다.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이 흘렀지만 인적이 없는 횡단보도의 파란 신호등이 빨간 색으로 바뀔 때까지 정차하는 운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아랑곳하지 않고 무법 질주하거나 신호등 앞에서 쭈뼛쭈뼛 하다가 위반하는 운전자들뿐이었다.
제작진은 이런 기획을 시도한 자체에 회의감을 품기 시작하고 시청자들에게 실망만을 안겨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뿐이다.
새벽 4시13분. 보행자라곤 없는 텅 빈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서 있는 티코 승용차가 화면에 들어왔다. 구세주를 만난 듯 제작팀이 함성을 지르며 법이 없어도 살 만한 양심적인 시민에게 다가선다.
아! 그러나 조명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에티켓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훨씬 하고 늠름한 차림의 젠틀맨이 아니었다. 가족마저 등을 돌리는 뇌성마비 지체 장애우 부부였다. 당연히 지켜야 할 교통법규를 지켰다는 듯 수줍어 어쩔 줄 몰라 하는 일그러진 표정은 흉하다기보다 티 없는 감동으로 가슴을 뜨겁게 적셨다.
그 상큼한 감격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코미디언은 시청자들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그러면 그렇지! 누굴 믿겠어?
가냘픈 여자의 절규인 ‘도와줘요 - 뽀빠이!’의 대명사인 이상용. 그는 어린이 보호 재단을 만든 주인공으로 존경을 받아 오던 코미디언이었다. 오갈 데 없는 고아들을 모아 놓고 소쩍새 마을을 연출한 가짜 승려의 사건이 터진지 얼마나 되었던가.
나 역시, 어린이 보호 재단 사업에 협조해 달라는 그들의 호소를 거절하지 못하고 해마다 엽서와 책자를 구입해 온 피해자 중의 한사람이다.
그 내용은 ‘추적 60분’ 제작팀이 밝혔으니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30여 년 전에도 이런 종류의 밝혀지지 않은 부정은 있었나 보다. 내가 자선 사업가들을 존경한다고 하자 그런 직종에 근무한다는 친구는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듯한 묘한 미소를 지었다.
정녕 이래도 되는 것일까?
장애우나 심장병 어린이를 도와줄 생각은 그만두고 이용이나 하지 말자.
장애자우에게 돌팔매질보다 더 가슴아픈 손가락질을 보내지도 말자.
그들의 외양에 상을 찡그리기 보다 천사 같은 심성에 고개 숙여 우리 자신을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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