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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슬럼덕 밀리어네어(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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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슬럼덕 밀리어네어(2008)
  • 의약뉴스
  • 승인 2017.01.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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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것은 한국이나 인도나 마찬가지다. 정규교육을 받아도 그런데 하물며 내세울 학력도 없다면 두 말해 무엇 하랴.

하지만 기적이라는 것은 성경책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간혹 영화 주인공이 그 어려운 것을 잘도 해내는 경우가 있다.

변호사도 의사도 교수도 아닌 사람이 어렵다고 소문난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의 퀴즈쇼에서 최종 라운드에 까지 오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까지 통과한다.

그는 다름 아닌 자말 말리크( 데브 파텔)로 뭄바이의 빈민가 출신 18살 청년이다. 대니 보일 감독은 <슬럼덕 밀리어네어>( 원제: Slumdog Millionaire)에서 무 학력의 자말이 퀴즈쇼의 파이널 라운드까지 오르도록 치밀한 연출을 짰다.

얼마나 촘촘하면 자말이 못 맞추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문제와 그가 살아온 이력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

뭐, 그렇게 영화가 끝났다면 보수적이라고 소문난 아카데미가 상을 무려 8개나 척 안겼겠는가. 단순한 퀴즈쇼가 아니라는 얘기다. 어떤 때는 호러물이 됐다가 로맨스가 되기도 하고 처절한 복수극인가 하면 암흑가 보스들의 세계를 그린 느와르 필름이 되기도 한다.

노련한 사회자 프펨 쿠마( 아닐 카푸르)는 그 자신도 자말과 같은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면서도 자신외의 다른 인간이 그런 성취를 하는 것을 꿈에도 인정할 수 없는 사악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쇼 중 자말을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사기죄로 긴급 체포한다. 누군가의 조언을 받거나 문제를 사전에 알았거나 뭐 어쨌든 도저히 맞출 수 없는 문제를 계속 맞추는 것이 부정행위가 아니고는 이해가 될 수 없으니 조사해서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다.

경찰들은 그를 혹독하게 다룬다. 구타는 기본이고 천장에 매달아 전기고문 까지 한다. 죽을 지경인데도 자말은 아는 문제가 나와 맞췄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경찰은 고문과 취조를 계속한다.

그 사이 화면은 생방송 퀴즈쇼장과 자말의 성장기를 교차해 가면서 모진 인생의 과거를 더듬어 간다. 자말은 현재 콜센터의 텔레마케터들에게 커피 심부름을 하는 말하자면 비정규직 직원이다.

콜센터 직원도 아니고 보조로 차를 나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길바닥 인생, 무식쟁이이면서 보잘것없는 직업을 가졌으니 사회자나 경찰이 보기에 운이 아무리 좋아도 4지 선다형의 문제를 속이지 않고는 틀리지 않고 계속 맞출 수 는 없다고 믿는 것이다.

자말이 어린아이였을 때 그에게도 아버지는 몰라도 어머니는 있었다. 비록 쓰레기통을 뒤지며 사는 인생이라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사회자는 묻는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의 이름은? 연예인의 사인을 받기 위해 똥물까지 뒤집어 쓴 자말이 정답을 외치는 것은 당연하다. 온 몸에 노란 똥을 뒤집어 쓴 어린 자말의 해맑은 웃음은 웃다가 울게 만든다. 초반부터 영화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어느 날 쓰레기장 같은 집에 불이 붙고 ( 재개발을 위해 누군가가 불을 질렀다.) 혼란한 와중에 어머니는 철거 깡패가 휘두른 몽둥이네 맞아 죽는다. (남의 일 같지 않다.) 형 살림( 마드허 마탈)이 있지만 자말 보다 겨우 서너 살 위라서 둘은 졸지에 고아 신세다.

폐허더미위로 비가 내린다. 어린 꼬마 여자 라띠까( 프리다 핀토)가 비를 맞고 있다. 셋은 삼총사가 된다. 그러니 뒤마의 삼총사와 연관된 질문도 어려울 게 없다. 다시 화면이 바뀌면 아이들은 고약한 어른들의 꾐에 빠져 거리의 거지가 된다.

욕심 많은 어른은 아이들에게 노래를 시켜 실력이 좋으면 손가락으로 눈을 뽑아 장님을 만든다. 수입이 두 배로 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대장인 살림은 자말이 눈을 뽑힐 위기에 처하자 무리를 탈출해 기차를 탄다. 라띠까는 도망치다 잡힌다.

우여곡절 끝에 형제는 타지마할의 관광객 안내원이 되기도 하로 장사도 하고 돈을 번다. 둘은 라띠까를 찾아 나선다.

그러다 눈을 뽑힌 채 노래를 부르는 고아시절의 친구를 만난다. 자말은 100달러를 그에게 준다. 100달러의 인물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자말은 프랭클린이라고 정확히 말한다.

사회자는 기가 막힌다. 최종 선택인지 묻고 또 묻는다. 자말의 대답은 예스다. 방청석은 환호성으로 들썩인다. 상금은 늘어난다.

경찰은 1000루피 인도 돈의 인물이 누구인지 모르는 자말을 발로 찬다. 화면은 쇼에서 춤추는 라띠카를 비춘다. 형제는 악의 소굴에서 그녀를 극적으로 구출해 낸다.

살림은 자말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를 차지한다. 그 후 살림은 여자와 함께 자말을 떠난다. 세월이 흘러도 자말은 여전히 라띠카가 그립다.

다시 취조실. 경찰은 묻는다. 쇼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이번만큼은 영화가 예측가능하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라띠까는 단박에 자말을 알아 본다. 전국적 인물이 된 자말은 살림이 모시는 범죄자의 여자가 된 라띠카와 함께 도망친다.

다시 쇼는 계속되고 사회자와 자말은 광고시간에 화장실에서 만난다. 사회자는 화장실 유리에 B라는 숫자를 써놓고 쓰레기에서 귀족이 된 자신의 과거를 말하면서 자말의 승리를 거짓 기원한다.

자말은 넘어가지 않는다. 정답은 B가 아니라 D라는 사실을 역시 지난 추억을 회상하면서 컴퓨터가 가리키는 정답과 일치시킨다. 이쯤해서 경찰은 자말의 주장이 이상하리만치 그럴듯하다면서 일견 수긍하는 듯 한 태도를 보인다.

다시 화면이 바뀌면 형은 죽고 자말은 라띠카와 함께 있다. 인도 전역에서 9천 만 명이 시청한 아주 특별한 퀴즈쇼의 대단원이 막을 내린다. 감동을 한 아름 선사 한 채.

국가: 영국

감독: 대니 보일

출연: 데브 파텔, 프렘 쿠마, 프리다 핀토

평점:

 

: 두 번 째 볼 때 더 흥분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슬럼덕 밀레어네어>가 그렇다. 족히 10년이 넘은 세월이 지난 후 다시 DVD를 집어 들고 어쩔 줄을 몰랐다.

다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컴퓨터의 구멍에 디스켓을 넣는데 주저했다. 보기 전에 충분히 감동하기 위해서 였다. 자켓에 그려진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자말과 사회자가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안 봐도 비디오지만 보기도 전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곧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이 들었다. 이 영화는 두 번째 볼 때 더 떨리는 그런 영화다.

어떤 허리우드 영하보다도 더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가 펼쳐진다. 애절하고 가슴벅차고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쇼에 출연하게 된 배경의 단순함에서부터 사기죄로 경찰에 끌려가고 사회자의 비아냥과 농간을 물리치고 형과 우애가 단절되는 곡절을 겪고 마침내 첫사랑과 함께 하는 해피앤딩은 보아서 한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전형적인 볼리우드( 허리우드에 빗댄 인도 뭄바이의 영화산업, 가슴 저미고 격정적이며 악을 응징하고 선을 찬양하는 그래서 마침내 해피한 종말을 고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의 대단원이 막을 내린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주인공이 앞에 서고 수 많은 엑스트라가 뒤따라 추는 춤은 이 영화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 준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감동이 춤과 노래와 함께 스나미처럼 밀려온다.

실로 어마어마한 앤딩 신이다. 밖으로 나오면 흐린 날도 눈부시게 푸르른 날이 펼쳐 질 것이고 한 걸음 한 걸음 살아가는 인생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두 번은 아니더라도 일생에서 꼭 한 번은 봐야 할 영화다. 인도에 간다면 화려한 타지마할과 그 이면의 어둠을 함께 느껴야 한다. 뭄바이의 콜센터 차 심부름꾼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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