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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투석필터 재사용 ‘업무정지’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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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투석필터 재사용 ‘업무정지’ 당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1.1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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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재사용 후 급여비 청구는 속임수”
 

1회용 혈액투석필터를 재사용한 의사에게 내려진 업무정지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 7월경 A씨가 운영하는 의원을 상대로 혈액투석 관련 치료재료 구입 및 급여비용 청구에 관한 현지조사(대상기간 2013년 1월∼2013년 12월)를 실시했다. 그 결과, A씨가 1회용으로 허가된 투석필터를 재사용해 요양급여·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복지부는 1회용으로 허가된 투석필터를 재사용해 부당하게 급여비용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70조 제1항 관련 [별표 5] ‘업무정지 처분 및 과징금 부과의 기준’ 제1호 가목에 따라 82일간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했다.

또 같은 이유로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의2 관련 [별표 2] ‘행정처분의 기준’ 제1호 나목 1)에 따라 88일간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도 내렸다.

이에 A씨는 “관련 법령상 1회용 투석필터의 재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1회용 투석필터라도 안전하게 재처리할 수 있어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재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석필터의 재사용은 주요 선진국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적인 치료방법으로, 이 사건 투석필터는 1회용으로 허가된 것이지만 재사용 투석필터와 기능성이나 안전성 면에서 동일하고 안전한 재처리 절차를 거쳐 재사용됐으며 치료효과 또한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 투석필터의 재사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요양급여·의료급여비용을 산정하는 기준에도 급여비용의 청구대상인 투석필터를 1회용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이 사건 투석필터에 대한 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1999년경 국내에 혈액투석필터 재처리기가 도입된 이후 국립의료원을 비롯해 다수의 의료기관이 광범위하게 일회용 투석필터를 재처리해 사용해 왔다”며 “복지부는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거나 단속한 사실이 없으므로 의료인 전반에 일회용 투석필터의 재사용을 허용한다는 견해를 묵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더 좋은 치료효과를 얻기 위해 저가의 일회용 투석필터 대신 고품질의 일회용 투석필터를 안전한 재처리 과정을 거쳐 재사용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1회용으로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는 것은 이를 처벌하거나 제재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허가·신고의 범위를 벗어난 사용행위로서 허용될 수 없다”며 “투석필터의 재사용이 의학적으로 안전한지 등에 관계없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혈액투석 1회당 투석필터 수가 2만 1560원보다 많은 2만 7484원을 지출했다는 A씨의 원가분석보고서는 내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고, 설령 이를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의 요건과 무관하고, 처분의 위법성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립의료원을 비롯한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1회용 투석필터를 재사용해 온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1회용 투석필터의 재사용을 허용한다는 공적인 견해를 묵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항소심에서 A씨는 “급여비용을 청구하면서 투석필터 사용사실을 밝혔을 뿐, 급여비용을 더 지급받기 위해 투석필터 재사용사실을 은폐한 바 없다”며 “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수령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급여비용을 청구할 때 투석필터를 1회 사용했는지 또는 재사용했는지 여부를 구분토록 하지 않은 것은 1회용으로 허가받은 투석필터를 재사용할 경우까지 대비해 별도의 청구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1회용 투석필터를 재사용하고도 마치 새로운 일회용 투석필터를 사용한 것처럼 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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