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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회원·노조 눈치에 의협·공단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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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회원·노조 눈치에 의협·공단 무리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1.1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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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릉시 비뇨기과 개원의 자살사건으로 인해 의료계 내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 폐지 등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초에 관례적으로 대한의사협회를 방문하던 건보공단이 돌연 방문을 취소할 정도니 의료계의 거센 반발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 정도다.

계속 피할 수만은 없는 일, 결국 의협과 건보공단은 지난 10일 의협 모처에서 만나 현지확인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논의를 통해 의협은 “앞으로 공단 현지확인은 요양기관과 사전 협의한 경우만 진행될 것이며, 지속적 소통으로 보다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10일에 만나 만 하루가 지나서 공동 입장을 발표했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조율을 했을텐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건보공단은 “SOP를 성실히 준수해 불필요한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고, 일부 거부자에 해당하는 무조건 공단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쯤 되면 만 하루 동안 무엇을 조율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현지확인 개선점을 신중히 조율해서 공동으로 발표하겠다던 두 단체가 일주일도, 하루도 아닌 딱 8시간 만에 입장이 갈라졌다면 의협의 ‘설레발’을 탓해야할까, 건보공단의 ‘번복’을 탓해야할까?

1974년에 출판된 윤오영 작가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이 생각나는 시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올바른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데 의협은 회원 눈치에 설레발치기에 바쁘고, 건보공단은 노조 눈치 보느라 기존 발표를 뒤집어버리는 번복에만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두 단체는 장고 끝에 악수만 둔 셈이다.

이번 국민건강을 수호하고 의협과 건보공단 두 단체의 성급한 합의와 발표는 의료계의 신뢰를 크게 저버렸다는 점에서 깊이 반성해야할 것이다.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라는 방망이 깎던 노인의 뚝심을 본받아 의협과 건보공단이 보다 신중하게 논의하고 신뢰있는 결과물을 내놓는 성숙한 전문가 단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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