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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 부작용 있음에도 투여, 과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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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 부작용 있음에도 투여, 과실 ‘인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1.0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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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진료정보시스템 경고창 간과"

과거 조영제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에게 다시 이를 투여, 결국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와 방사선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 등 유죄가 인정됐다.

부산지방법원은 의사 A씨와 방사선사 B씨, C병원이 업무상과실치사, 의료법 위반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A씨에게 금고 1년, B씨에겐 벌금 500만원, C병원에는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A씨와 B씨의 혐의를 살펴보면, 환자 D씨는 지난 2011년 2월경 A씨에게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 받은 지 1년 9개월가량 지난 뒤 D씨는 정기 검진을 받았는데 조영제를 투여하는 CT 검사를 마친 직후 조영제에 의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 의식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 측은 환자의 과거 병력 등 의료정보를 C병원 의료진들에게 공유시키는 온라인 시스템(병원 진료정보시스템)에 D씨의 조영제 부작용 사실에 관한 의료정보가 등록돼, 피고인들은 시스템에서 D씨의 이름을 검색하면 이 같은 사실을 경고하는 팝업창을 통해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A씨는 D씨의 조영제 부작용 등 과거 진료 경력을 검토해 다른 대체수단을 제시하거나 부득이하게 조영제를 투여하는 CT검사를 시행하더라도 조영제 부작용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했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B씨는 CT 검사 시행 전 시스템에서 D씨에게 조영제 부작용이 있음을 확인했으므로, 이를 즉시 영상의학과 의사나 주치의에게 알린 후 그 지시를 따랐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며 ”그러나 피고인들은 D씨의 조영제 부작용 경고를 간과한 채 조영제를 투여, CT 검사를 시행함으로써 조영제 부작용이 발생하게 했고, 이 같은 과실로 D씨는 결국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B씨에 대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면허없이 CT 촬영에 앞서 조영제 투여량 및 투여방법을 단독으로 결정하고, 혈관에 연결된 튜브에 조영제 주사약을 연결한 후 주입기 버튼을 누르는 방법으로 조영제를 투여했다”고 혐의를 제기했다.

이 같은 혐의에 대해 피고인들은 “업무상 과실이 없고, D씨의 사망이 조영제 투여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B씨의 조영제 투여 행위는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영제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는 하고, D씨에 대한 부검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D씨의 사망 직후, 같은 병원 소속 의사 E씨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는 조영제 사용에 따른 아나팔락시 쇼크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이 사망원인으로 기재돼 있고, E씨는 증인으로 출석, D씨의 사망 원인을 조영제 부작용으로 판단했기에 그 같은 취지로 작성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유족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D씨가 조용제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한 사실을 인정했고,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서 E씨에게 그러한 사실을 확인해줬다”며 “대한의사협회 감정결과는 D씨가 조영제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보고 있지만, 사후적으로 의료기록만 분석해 의견 개진한 의협보다는 D씨를 직접 치료하고 사망 과정을 확인한 병원 측이 사고 직후에 내린 객관적 분석의 신빙성을 더 높게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D씨에게 조영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했고, 병원 측에서 담당 의사 등이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지 않도록 팝업창을 띄워줬다”며 “A씨는 D씨가 조영제 투여 후 실신했던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진료기록을 모두 살펴본 후, 이 사고가 조영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에 투여를 지시했다고 주장하나, 사고 직후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A씨가 했던 말 등을 비춰본다면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B씨는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조영제를 투여해온 것이 C병원의 업무 관행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의료인이 아닌 B씨로서는 팝업창에 뜬 경고사항을 주치의나 영상의학과 의사 등과 상의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판단해 조영제를 투여한 과실이 있다”며 “A, B씨의 업무상 과실은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방사선사인 B씨가 조영제를 투여한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피고인들은 대한민국 거의 모든 병원에서 방사선사가 조영제를 투입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한방사선사협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의견서와 탄원서를 제출했다”면서도 “하지만 법이 방사선사는 환자의 신체에 조영제를 투입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입법을 통해 해결될 문제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는 정기검진을 받으러 온 건강한 환자를 사망하게 한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켰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는 병원측에서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팝업창을 띄워 경고까지 해준 상황이었기 때문에 A씨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진료기록을 꼼꼼히 확인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B씨는 방사선사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닌 업무를 행했고, 그러면서 팝업창에 뜬 경고를 보고도 의사 등과 상의하지 않은 채, 의사의 지도나 감독도 없이 만연히 조영제를 투여하는 바람에 환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전했다.

다만 주치의인 A씨가 해당 경고사항을 보고 제반사정을 참작한 후 업무를 지시한 것을 믿고 조영제를 투여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엄중한 책임을 묻기 어렵고, 초범인 점 등 사정도 참작해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유족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유족들이 이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을 통해 금전적인 피해는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인들이 유족을 위해 1억원을 공탁한 사정도 인정된다”며 “이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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