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5-07-18 13:53 (금)
위험 감수한 수술 중 사망, 의사 과실 없다
상태바
위험 감수한 수술 중 사망, 의사 과실 없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1.02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등법원..."주의 기울여도 손상 불가피" 인정

신경모세포종 4기인 환아가 수술을 받던 도중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손상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수술이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최근 신경모세포 수술 중 사망한 환아의 유족들이 A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환아는 지난 2013년 3월경 B대학병원에서 신경모세포종 4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아왔다. 신경모세포종이란 교감신경에서 발생하는 소아기의 악성종양으로 50% 이상이 생후 2년 이내에, 90% 이상이 생후 8년 이내에 발병한다.

환아는 B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자 A재단이 운영하는 A병원에 내원했다. A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C씨는 환아의 보호자에게 ‘좌측 복부에 존재하는 종괴가 크고 주요 혈관을 둘러싸고 있어 즉시 수술하는 것은 어려우나, 항암치료 후 종양이 축소돼 수술위험도가 감소할 경우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으며, 조혈모세포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종양을 절제하는 것이 예후에 좋다’고 설명했다.

이에 환아는 2013년 9월경부터 A재단이 운영하는 A병원에서 항암치료를 계속 받았다. 그러나 그해 10월 중순 CT, MRI 등 검사 결과, 6월 검사했을 당시 5.7×6.8×8.2(cm)였던 복부 원발종양의 크기가 6.6×8.0×9.6(cm)로 오히려 커지고 후복막의 림프절과 혼재돼 있으며, 주요한 혈관들을 둘러싸고 있는 양상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에 C씨는 이 같은 종양의 양상 및 신경모세포종의 골수 및 뇌로의 전이 가능성 등을 고려해 A병원 외과 전문의 D씨에게 환아에 대한 종양제거 수술이 가능한지를 의뢰했다.

D씨는 환아의 복부 종양이 상장간동맥과 좌측 신동맥을 둘러싸고 있는 상태로 좌측 신장을 적출해야할 가능성이 있으나 종양절제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유족들은 수술에 동의했다.

수술 전 환아는 A병원에 입원해 복부 CT검사, 혈액검사 등 수술 전 검사를 받았고, 의료진은 환아를 수술실에 입실시켜 D씨의 집도하에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도중 의료진은 환아의 왼쪽 신장 위쪽에 위치한 종괴를 절재해 종양의 내측을 박리하던 중 복강 동맥과 상장간동맥 사이에 위치한 대동맥에 손상이 발생, 심각한 출혈이 발생했으며, 이에 의료진은 대동맥을 겸자로 물어 대동맥 혈류를 차단해 출혈을 조절했다.

이후 시야 확보를 위해 종양의 일부를 들어내고 손상된 대동맥병변을 제거한 후 인조혈관이식편을 삽입해 복원해 혈류를 재개했으나, 환아에게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30분 후 환아의 혈류자가순환이 회복되자 흉부외과 전문의 E씨의 집도하에 개흉술 및 체외순환기 설치수술을 시행했다.

6시간 가량 체외순환기를 가동한 채 복강 내 출혈에 대한 지혈을 시도해 분당 약 400cc의 출혈량이 200cc로 즐어들자 복강을 닫고 수술을 마무리했다. 수술 후 환아의 출혈량은 약 1만 5000cc, 소변 배출량은 약 204cc였다.

수술 후 환아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는데 인공호흡기를 적용한 상태에서 위장관 출혈과 종격동, 복부 수술 부위에 삽입된 도관들로부터 다량의 출혈이 계속되고 소변도 나오지 않는 저혈량 쇼크 상태였다.

이에 의료진이 수액, 혈액제제, 강심제 등의 약물을 투여하며 회복을 시도했지만 환아는 결국 사망했다.

이와 관련, 유족들은 “혈관에 대한 해부학적 위치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할 경우 혈관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혈관 침범이 없는 부분부터 종양을 절제하면서 주변 혈관과 종양과의 관계 등 해부학적 관계를 최대한 확인하면서 수술을 진행해야 했다”며 “대동맥 손상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종양의 일부를 대동맥에 붙어있는 채로 나머지 종양을 절제하는 방법을 선택했어야 함에도, 의료진이 무리하게 종양절제를 시도하다가 대동맥을 손상시켜 대량출혈을 야기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수술을 함에 있어 환아의 대동맥 손상 또는 사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고, 인조혈관 이식술이나 개흉술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신경모세포종의 예후는 진단시 환자의 연령·병기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는데 나이가 많고 전이가 광범위할수록 예후가 좋지 않아 1세 이상 4기 환자의 생존율을 10% 이하로 보고되기도 한다”며 “환아가 처음 B대학병원에서 신경모세포종 4기 진단을 받을 당시 이미 8세가 넘은 때였다”고 밝혔다.

이어 “신경모세포종 4기 환자에게 수술적 치료는 국소 조절 향상,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대동맥을 비롯한 주요 혈관이 종양에 포획돼 있는 경우 수술적 절제를 어렵게 하는 위험요소로 박리시 주위 조직 손상으로 인한 혈관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아의 경우, 연령이 많고 복부의 원발종양이 크기가 큰데다가 다른 장기까지 전이된 상태여서 종양에 대한 수술적 필요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종양이 대동맥, 복강동맥, 상장간동맥 등 주요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양상의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종양 주위 조직 소상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대량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의료진은 박리가 수월한 종양 부분부터 먼저 박리하기 시작해 혈관으로 싸여있는 부분으로 접근하는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종양 후방의 대동맥에서 대량출혈이 발생했다. 이는 의료진이 대동맥 주위 종양의 적출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족들은 의료진으로부터 종양을 절제하지 않으면 환아의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과, 종양의 불완전 절제 가능성, 혈관이나 주변 장기의 손상, 이로 인한 출혈의 위험성 등을 설명 들었고, 수술동의서를 작성·교부했다”면서 “유족들은 수술 과정에서 이르게 된 개흉술 및 체외순환기설치수술의 흉부외과 수술을 미리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흉부외과 수술은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대량 출혈로 인해 환아의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서 긴급하게 이뤄진 것으로 이미 설명한 혈관 손상으로 인한 출혈과 이로 인한 사망가능성과 별도로 수술을 받을지 여부를 선택하기 위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항소심에서 유족들은 “대동맥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대동맥과 종양이 인접한 부위에 대해서는 절제를 피하는 방법으로 수술을 해야 함에도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종양 전체를 절제한 계획을 가지고 수술에 임해 무리하게 동맥 근처 종양을 절제했다”며 “대동맥이 손상될 경우를 대비해 지혈을 위한 클램핑, 인공혈관이식, 혈액 등을 충분히 준비하고 수술을 시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아 출혈시 지혈을 지체시킨 과실이 있다”고 추가로 주장했다.

또 유족들은 “최초 의무기록열람복사시 수술기록지가 없었고, 수술기록지에 좌측 신장을 절제한 중요한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며 “전공의가 수술기록지에 2회 접속하고 수술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가 환아의 병동기록에 12회 이상 접속한 점 등 의료진이 수술기록지 일부 내용을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의료진은 심각한 동맥 손상을 피하기 위해 종양의 일부를 남겨두는 수술방법을 염두에 두고 수술에 임하는 등, 종양 전체를 제거하려는 목표 아래 무리하게 동맥 근처의 종양을 절제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수술 전 클램핑, 인공혈관 이식, 혈액 등을 미리 확보하지 않은 것이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규범적 의료행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유족들이 지적하는 수술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사는 환아의 주치의였고, 의무기록 작성 경과 및 내용에 대한 A재단의 설명에 납득 못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점과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그와 같은 의심이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