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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인디펜던스 데이(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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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인디펜던스 데이(1996)
  • 의약뉴스
  • 승인 2017.01.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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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나타나는 외계인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아니 전혀 밝혀진 것이 없는 그들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롤렌드 에머리히 감독의 <인디펜던스 데이>(원제: Independence Day)는 이런 인간의 호기심을 풀어줄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해 준다.

먼저 이들은 엄청나게 우수한 두뇌를 자랑한다. 감히 인간들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생김새는 형편없다. E.T가 그랬듯이 여기에 나오는 우주인들은 아주 못생겼다.

생기지 못한 것은 둘째 치고 아주 징그럽다. E.T는 그래도 사람 비스무리 하게라도 생겼지만 <인디펜던스 데이>의 외계인은 괴물 그 자체다.

손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촉수가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고 빛나는 것이 눈인지 코인지도 모르고 무엇을 먹을 입과 움직일 수 있는 다리는 서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 고약한 냄새까지 피운다.

인간의 열등의식이 생김새를 추한 것으로 묘사해 조금 위안을 삼으려는 의도가 들어갔나 싶다.

 

머리도 좋고 생긴 것까지 그럴싸하다면 인간들은 외계인들이 침공하기 전에 이미 심리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 그렇다하더라고 다음에 나올 외계인 영화는 그들의 모습이 흡사 인간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크고 우월하고 멋있게 묘사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괴물 우주인들의 모습은 지겹게 봐왔다. 나중에 정말 우주인들이 침공해 왔을 때 자신들을 형편없이 그려낸 영화를 보고 더 화를 낼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한 작은 방송사에 근무하는 MIT 출신임을 내세우는 직원 제프 골드블룸은 지구를 향해 접근해 오는 거대한 우주선이 보내는 신호가 공격 개시를 뜻하는 카운트다운 임을 안다. (그는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와이셔츠 단추는 풀어 헤치고 조금은 덜 떨어진 인간처럼 나온다.)

허둥지둥 늙은 아버지와 함께 전 부인이 대통령( 빌 풀런)의 비서로 있는 백악관으로 향한다. 뉴욕의 거리는 벌써부터 아수라장이다.

도시를 그림자로 덮어 버리는 거대한 우주선이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즈음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들과 함께 사는 여자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 힐러 대위( 월 스미스)도 사령부로 귀대하고 외계인들에게 잡혀 간 적이 있는 지금은 농약 살포를 하는 전직 공군 조종사 술꾼도 가족과 함께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우주인과 대적할 두뇌와 그를 물리칠 군인과 지휘할 대통령과 감초 역할을 할 민간인 까지 등장했으니 영화의 얼개는 짜 진 셈이다.

이들이 각자 시차를 두면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외계인은 지구를 멸망시키기는커녕 되레 패배의 쓴잔을 맛보게 될 것이다.

과연 영화는 관객이 짐작하는 방향대로 진행이 될까. 초반전은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압도적인 화력을 퍼붓는 외계인과 무방비한 인간들이 허둥대는 모습. 재난 영화의 전형을 이 영화도 충실히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재 인간과 강인한 전투력과 흔들리는 국민을 다 잡는 지도력과 헌신하는 시민의 힘이 한 데 모아지고 결국 외계인은 처참한 종말을 맞게 된다.

미국 독립일인 7월 4일 , 마침내 인류는 제목처럼 지구 멸망이 아닌 독립의 날을 쟁취하게 된다.

허리우드 영화의 아킬레스건인 과도한 애국심과 영웅주의는 영화가 끝날 때 까지 계속 따라 다닌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은 거대한 액션의 볼거리다. 핵무기가 실제 발사되기도 하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자동차가 휴지처럼 날아다니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속수무책 무너져 내리고 백악관이 파괴되고 건물과 건물 사이로 강물처럼 거대한 화염이 덮쳐 오는 장면은 볼거리 그 이상이다.

거대한 협곡에서 F16과 우주 모선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우주선이 게임처럼 벌이는 전투 신은 기가 막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잔영이 남는다.

대기 중인 미처 뜨지 못한 전투 비행단을 무차별 공격하는 외계인의 모습에서는 진주만을 습격하는 일본군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빌 클린턴이나 힐러리를 닮은 배우나 기타 주연 배우들 보다는 외계인이나 S.F의 활략이 더 돋보인다.

국가: 미국

감독: 롤렌드 에머리히

출연: 제프 골드 블룸, 월 스미스, 빌 풀런

평점:

 

: 전쟁에서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이름 없는 시민들이 그 중 가장 피해자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대통령의 부인까지 죽는다.

전투기 조종사의 흑인 애인은 죽어가는 영부인을 돌본다. 부인은 그녀에게 직업이 뭐냐고 묻고 그녀는 댄서라고 답하고 다시 영부인은 발레? 라고 묻는데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스트립 댄서라고 말한다.

영부인의 입가에 스치는 미소는 이해한다는 것인지 괜찮다는 것인지 알지 못하지만 비웃는 것은 아니다. 죽음의 순간이 아니더라도 직업이 인간의 인격과 무슨 상관인가.

외계인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방송국 직원은 대통령 때문에 아내를 뺏겼다고 이를 갈지만 결국 아내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는( 진짜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다시 사랑을 되찾고 술주정뱅이 아빠와 불화를 겪던 자식도 오해를 푼다.

사막의 저편에서 시가를 물고 걸어오는 두 명의 남자를 향해 두 명의 여자가 달려가는 장면은 우리의 유명한 드라마 장면과 거의 흡사해 놀랐다.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대통령이 참모들이 극구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직접 전투기를 몰고 우주선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은 코미디라 하더라도 가슴 뭉클함을 안겨준다.

비록 영화 속 이기는 하지만 이런 대통령도 있구나, 미국 대통령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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