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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약대 신현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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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약대 신현택 교수
  • 의약뉴스
  • 승인 200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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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안전대책이 전무하다." 숙명여대 약대 신현택(53) 교수는 현 정부의 의약품 안전정책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PPA 사태 이후에도 의약품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

신 교수는 약화사고 방지와 의약품에 대한 안전불감증 퇴치를 위해 정부의 자세 변화와 약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안전관리의 핵심은 예방"

신 교수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이다. 녹소연에서도 주로 의약품 안전에 관한 문제를 연구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발족한 의약품안전정책심의위원회에 소비자대표로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제2차 회의에서는 '의약품안전관리제도개선안의 장단기 추진과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신 교수는 "의약품의 부작용은 모니터링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의약품 안전관리는 부작용에 따른 사후관리보다 예방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늘 사후약방문식의 대안을 내놓는다고 꼬집었다.

"의약품 모니터링 제도의 활성화는 의약품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약화사고의 주요 원인은 의사나 약사의 부적절한 처방과 조제, 환자에 의한 무분별한 자가치료 등이다."

따라서 신 교수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위해요소를 파악하고 예방하는 것이 의약품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드러난 약화사고는 빙산의 일각"

"주변에서 약화사고를 당한 사례를 나는 종종 듣는다. 실제로도 많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약화사고들도 빙산의 일각이다."

신 교수는 실제로 국내외에서 의약품으로 인한 사망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약물의 부작용 탓이라고 했다. 외국 사례를 분석해보면 '용량부적절'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약을 정상용량을 투여하더라도 노인이나 소아의 경우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개별적으로 간이나 신장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에 따라 용량을 적절히 처방하고, 약사는 이를 재차 점검한 뒤 조제·투약해야 한다고 신 교수는 주장했다.


◇"약화사고 예방…약사 역할 무엇보다 중요"

단순한 약물 부작용보다 마지막 약을 받아가는 단계, 즉 환자가 약을 구입하는 단계를 차단하면 약화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신 교수는 지적했다.

"소비자는 의약분업 이후 약을 약사에게 받아간다. 이 단계에서 철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의사가 잘못 처방했더라도 약사가 이를 발견하고 시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약사의 기능이 정말 중요하다."

먼저 신 교수는 약화사고 등을 위한 사전조치로 원인 및 규모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약화사고 사망 건수는 적어도 1만7천여명에 이른다고 그는 주장했다. 하루에 47명꼴인 셈이다.

약화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은 물론 마지막 단계인 약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도 잘 정립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복약지도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신 교수의 생각이다.


◇"의약품 안전, 선택 아니라 필연"

지난해 10월 첫 회의 이후 의약품안전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6개월만에 두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앞으로는 좀더 자주 개최할 방침이라지만, 신 교수는 내심 불만이다.

복지부가 PPA 사태와 같은 중대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움직임은 항상 느리거나 뒷북을 친다.

신 교수는 이번 회의에서 '안전상의 위해성'을 기준으로 ▲약물부작용에 의한 약화사고 사망 ▲입원치료를 필요로 하는 심각한 부작용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약물부작용 등으로 나눠 실태조사와 예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안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신 교수가 복지부에 선전포고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가 못하겠다면 소비자단체가 나서겠다고 압력(?)을 가한 것이다.


◇"내가 장관이라면 밤잠 못잘 것"

신 교수가 제시한 소비자 안전보호를 위한 우선 과제는 7가지다. 의약품 부작용에 의한 약화사고의 예방과 의약품에 대한 안전불감증 퇴치, 의약품정보에 대한 환자의 알권리 보호와 불량의약품신고센터의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특히 그는 의약품 부작용보고에 대한 성과가 적은 만큼 소비자(환자)가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식약청이 올해 소비자로부터 의약품 부작용을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제정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말이다.

그는 또 미국처럼 의약품 소비단계에서의 안전사용을 별도로 관리하는 전담기구(가칭 의약품소비안전센터)를 설립, 국가가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는 약대 교수로서, 의약품 전문가로서 소신을 갖고 있다. 인간을 위한 약물이 되레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막는 것이 자신의 업(業)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의약품 안전의 황무지'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루에도 수십 명씩 약화사고로 사망한다. 내가 복지부장관이었다면 밤잠을 자지 못했을 것이다. 내 가족 가운데 누구라고 생각하면 말이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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