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19 07:46 (금)
240. 8½(1963)
상태바
240. 8½(1963)
  • 의약뉴스
  • 승인 2016.11.20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을 하게 하지 않는 영화는 없다. 하지만 어떤 영화는 관객에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고 해서 꼭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생각이 부족한 영화보다는 확실히 낫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½>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생각이 많으니 가는 방향도 다양하고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딱 부러진 해답이 없으니 완전히 이것이다라고 단정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답이 없고 그와 비스무리 한 것만 있을 뿐이다.

8편의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나오는 43살 ( 당시 감독의 나이가 실제로 43살 이었고 8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의 로이드( 마르셀로 마스트로얀니)는 언뜻 보면 영혼이 빠져 나가 어리벙벙한 한 마리 종달새처럼 보인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해 보지만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길잃은 철새 같다.

다리에 굵은 밧줄을 달고 하늘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해변에서 줄을 잡아 당기는 남자 때문에 땅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는 등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가 교차한다. 병원에 가보지만 똑 부러진 처방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희망 없는 영화를 만든다는 핀잔을 듣기도 하고 이런 치료는 처음이냐는 간호사의 무뚝뚝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러다가 오래못가지, 끝내 못갈 수도 있으므로 로이드는 요양 차 온천으로 여행을 떠난다.

가는 길은 엉망이다. 앞뒤로 차가 꽉 막혀 있어 아예 숨통을 조인다. 선팅이 되지 않은 앞 뒤 차량의 승객들이 고스란히 그의 눈에 들어오는데 새삼스러운 풍경은 아니다.

막힌 틈을 타 허튼 수작을 부리는 남녀나 참을 성 없이 발로 유리창을 차는 승객도 있다. 온천에는 요양을 하면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노인들로 가득한데 로이드는 그 속에 자신이 들어 있음을 안다. 그렇다고 불만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럴싸한 음악이 나오면서 장면이 바뀌면 로이드는 숲에 와 있다. 우산을 들고 뜨거운 햇빛을 가리는 젊은 여성들이 지나가고 신부와 수녀가 뒤따른다.

광장이 있고 분수대가 나오고 보아서 아름다운 예쁜 얼굴의 미녀도 당연히 등장한다. 그는 한동안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는 인물들을 무심히 관찰한다.

 

그 때 늙기는 했으나 영향력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비평가의 혹독한 평가에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는 영화가 다른 예술에 비해 50년은 뒤떨어져 있다거나 주제에 아방가르드 영화의 특징이 없다거나 상징이 지나치다고 씹어대다 시나리오를 집어 던지기까지 한다.

딸 같은 여자와 막 사귀기 시작한 친구를 우연히 만나는데 친구의 애인 글로리아는 친구에게는 별 관심이 없고 배우가 되고 싶어 로이드에게 환심을 사고 싶은 행동을 한다.

친구는 우린 약혼한 사이라고 떠벌인다. 가차역에서 로이드는 오지 않을 것 같아 발을 돌리려는 순간 칼라(클라우디아 카디날)를 만난다. 칼라는 한 눈에 성녀라기보다는 창녀에 가깝다.

복장이며 표정이며 화장이며 말투며 행동이 그렇다. 과연 그녀는 로이드에게 그런 욕망의 대상이다. 건들거리며 걷은 폼과 흔들리는 커다란 엉덩이는 로이드가 아내를 두고 그녀를 기차역으로 마중 나온 이유를 알게 만든다.

자신감이 없고 기운이 하나도 없는 그이의 취직을 부탁하는 그녀를 데리고 호텔로 직행하는 것은 로이드가 아닌 세상의 누구라도 가능한 일이다. 들어서 기분 좋은 음악과 함께 장면이 바뀌면 로이드가 다시 등장한다.

수녀복장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궁금한 게 너무 많은 아들에게 대답해 줄게 없다는 아버지도 만난다. 묘지를 연상시키는 황량한 시멘트 구조물 사이로 아버지는 네 엄마가 곧 올 거라면서 뒷모습을 보이고 사라진다. 현실로 돌아온 로이드는 다시 영화감독이다.

이런 저런 영화이야기가 쉴 새 없이 주변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심지어 추기경도 그의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런가하면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온 로이드는 벌을 받고 학생들 앞에서 모욕을 당하는 회상에 잠기기도 한다.

주제는 산만하고 등장인물은 쉴 새 없이 바뀌는데 정신 바짝 차려도 의미를 놓치기 일쑤다. 페데리고 펠리니 감독의 또 다른 걸작인 <달콤한 인생> 보다도 더 아리송하다.

하지만 다 보고 나면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잘 만들었다는 것만은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이런 기분을 들게 만드는 영화는 매우 드물다.
국가: 이탈리아/프랑스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출연: 마르셀로 마스트로얀니, 클라우디아 카디날
평점:

 

: 로이드는 로마에 부인이 있다. 하지만 젊은 여자 칼라와 즐긴다. 정숙할 것으로 짐작되는 부인과 창녀 역을 즐기는 칼라와의 사이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다. 로이드의 친구는 딸 같은 애인과 함께 다닌다.

둘은 런던에서 딸과 같은 반에 있을 때 만났다. 나이 차이 같은 것은 안중에 없다. 친구는 부인과 이혼 중이다. 맬로의 바탕이 뚜렷하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영화의 양념일 뿐이다.

그렇다면 메인 디시는? 스테이크가 될지 구운 감자가 될지는 영화가 끝나도 잘 알지 못한다. 구원이나 회상 혹은 젊은 시절의 꿈을 향한 열정이나 환상이라고 해두자. 그도 아니라면 아무렇게나 말해도 상관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영화를 두고 눈부시다고 말한다. 주연 배우의 놀라운 연기는 그 뒤의 일이다.

당시에 만들어진 가장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나 명감독이 만든 명작이라는 평도 고민 없이 쉽게 나온다. 시대를 뛰어 넘는 최고의 찬사라는 표현은 한 남자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기괴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흑백의 아름다움은 덤 그 이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