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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도용 사무장병원, 결국 환수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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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도용 사무장병원, 결국 환수 ‘철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1.1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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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의료법 위반”...1심 판결 뒤집어

의사 명의를 도용해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이들이 건보공단의 2억원대 환수처분을 받게 됐다.

특히 이번 판결은 1심에서 건보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뒤집은 것이라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최근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1억 8490만 9340원의 환수처분을 인정했다.

지난 2002년 3월경 경기도 모처에서 B한방병원과 C의원이 개설돼 운영됐다. B한방병원은 지난 2005년 D씨에서 E씨로 개설자 명의가 변경된 이후 몇 차례 명의가 더 변경됐고, C의원도 마찬가지로 2005년 11월경 F씨에서 A씨로 개설자 명의가 변경된 이후, 2006년 9월경 G씨로, 2009년 1월 H씨로, 2010년 6월엔 I씨로 개설자 명의가 변경됐다.

의정부경찰서장은 지난 2013년 7월 10일 B한방병원과 C의원이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이라며 행정처분을 의뢰한다고 건보공단에 통보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지난해 4월 A씨에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한의사 J씨가 A씨의 명의를 빌려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한 요양기관에 해당한다’며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의사 A씨가 개설자 명의로 돼 있는 기간(2015년 11월 8일∼2006년 9월 1일) 동안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한다고 통보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건보공단의 환수를 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02년 3월경 B한방병원과 C의원이 개설될 무렵 J씨의 남편인 비의료인 K씨가 상당한 액수의 금원을 투자했고 한방병원에서 의원 임대료 등을 모두 부담했다”며 “의원에 별도로 원무과를 설치하지 않은 채 한방병원 원무과 직원이 의원의 원무도 함께 처리하면서 물적·인적 자원을 받아 운영한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한방병원 개설자 명의가 2005년 10월경 E씨로 변경된 이후부터 L씨을 거쳐 2008년 7월경 M씨로 변경될 때까지 투자자인 K씨 측은 E씨나 L씨부터 한방병원 수입·지출에 관한 계좌거래 내역만을 제공받아 확인했을 뿐 직원의 채용이나 수익 관리 등 한방병원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한방의원은 K씨측과 직접접인 관계를 맺지 않았으며 2008년 7월 이전까지는 K씨측에서 한방병원이나 의원의 운영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검찰이 2008년 7월 이전에 한방병원을 운영한 M씨나 A씨 다음 의원 개설자인 G씨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 처분을 했고, 2008년 7월 9일 이후 한방병원 및 의원 개설자에 대해서만 기소한 점을 들도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2005년 11월 8일∼2008년 9월 1일에도 K씨 측이 한방병원과 의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이 “설령 G씨가 이 사건 의원을 개설·운영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의사인 J씨에 의해 개설·운영됐다”며 환수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래의 처분 사유와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유를 처분 사유로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건보공단의 환수가 정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은 A씨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후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것을 종전 처분사유로 내세우다가 이 법원에 이르러 A씨가 비의료인에게 고용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의사인 J씨 역시 양방병원인 으원을 개설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무자격자에게 고용됐다는 추가적 처분사유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가 2005년 11월 8일부터 2006년 9월 1일까지 의원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고용돼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한 의료행위를 한 후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것으로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므로 건보공단의 처분사유 추가는 허용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어 “이 사건 처분사유의 본질적인 부분은 A씨가 의원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는 것”이라며 “의원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한의사인지 비의료인인지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 단서에 의하면 한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으로 제한돼 있는바, 위와 같은 법리는 양방병원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한의사가 의사를 고용해 그 명의로 양방병원을 개설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A씨는 한방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던 한의사에게 고용돼 이 사건 의원에서 의료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A씨는 C의원 인수경위에 관해 지난 2005년 11월 최초 개설 명의자에게 인수대금 2000만 원을 현금으로 주고 양수했다거나, 2006년 9월 인수대금을 받지 않는 대신 2000만 원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G씨에게 양도했다는 주장하고 있지만 G씨는 A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인수대금의 출처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는 등 A씨가 스스로 C의원에 비용을 투자했다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한방병원장인 J씨가 K씨에 대한 형사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양·한방 협진을 위해 물리치료실·방사선실·임상병리실 기계 등 의료설비를 마련해 주고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의 기본 수익을 보장하되 그 이상의 수익이 있으면 더 가져갈 수 있도록 약속한 후 A씨를 C의원 원장으로 초빙했다’고 진술했다”며 “J씨의 진술만으로도 C의원의 실질 경영자는 J씨로 보이고, A씨는 C의원에 근무하는 동안 기본 수익 이상의 초과 수익을 가져간 사실이 없어 운영성과가 전적으로 A씨에게 귀속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 단서에 의하면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만 개설할 수 있을 뿐 양방병원을 개설할 자격은 없다고 할 것이고, J씨는 한의사 자격만 있을 뿐, 의사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라며 “C의원은 개설 자격이 없는 한의사가 A씨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것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어 “C의원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라 할 것이어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A씨는 C의원의 개설명의인으로서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 이를 지급받았다”며 “건보공단으로서는 A씨를 처분의 상대방으로 해 C의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급액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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