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국내 제약사들의 주가가 크게 출렁인 가운데 주요 원인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국내 업체들에게는 썩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KTB투자증권 이혜린 연구원은 14일, 제약산업의 2017년 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미 대선의 영향과 내수시장의 부진, 수출시장의 확대 등 제약산업 전반에 대한 전망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이 연구원은 최근 제약주를 크게 흔들었던 트럼프 당선이 국내 제약시장에게는 ‘중립 이하’의 영향을 줄 것이라 평가했다. 썩 좋은 소식은 아니라는 뜻이다.
제약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힐러리 후보가 예상과 달리 낙선하면서 오리지널 신약개발 위주의 미국 제약,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호재가 됐지만 그 틈새를 노리려던 국내 업체들에게는 악재가 되리라는 것.
이 연구원은 “약값 인하를 위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빠른 시장 진입을 독려하는 힐러리 후보의 정책 공약에서 수혜를 예상한 국내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중립 이하의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통한 자국 오리지널 특허권을 강화할 경우 오히려 부정적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내 제약기업들의 임상 실패나 지연 소식으로 R&D 가치까지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마치 2005년 말 황우석 사태 당시와 엇비슷하다는 것.
그러나 이 연구원은 이번 주가 급락이 공시 과정의 과오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R&D 파이프라인이나 기술계약의 허구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만큼 황우석 사건과는 상이하다”면서 “따라서 추후 R&D 성과 확인에 따라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내수시장보다 수출시장에 무게를 두었으며, R&D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우선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규제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로 내수 처방의약품 실적은 일부 대형 품목 동비 효과를 제외하면 당분간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주요 제약사들의 수출실적은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이라면서 “환율이 변수이지만 올해 수출 실적도 15%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밝혔다.
실제로 KTB Universe 7개 제약사(LG생명과학, 동아에스티, 녹십자,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의 수출액 증가폭도 이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비우호적인 환율동향으로 인해 KTB Universe 7개 제약의 3분기 수출액 성장률이 9%에 그쳤으나, 4분기 성장률은 18%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연간으로는 13%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07년 7.5%에 불과했던 7개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올해 17.4%까지 크게 확대되리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R&D 투자액도 크게 증가해 올해는 증가폭이 14%에 이를 것이라며 한미약품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R&D 비용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면에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어 R&D 모멘텀 외에 어닝 모멘텀 회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원은 “다행히도 올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의 기저효과와 상반기에 집중된 마케팅 비용 부담 완화, 3분기에서 이연된 실적 반영 등의 요인으로 연중 어닝 모멘텀이 가장 호조를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올해 상반기 R&D 비용 증가 외에도 매출 신장을 위한 신규 품목에 마케팅 비용이 집주오디어 집행된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에도 어닝 모멘텀은 양호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