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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R 낮은 환자, 혈전 예방조치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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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R 낮은 환자, 혈전 예방조치 했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1.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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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의료진 과실 인정

심장판막치환술을 받아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를 수술하면서 순환기내과 협진을 비롯해 혈전 예방조치를 소홀히 해 장애가 발생한 사건에서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환자 A씨가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 5827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억 1926만원을 배상하라고 한 1심 판결에 비해 4000만원 가량 늘어난 액수이다.

A씨는 지난 1987년 심장판막치환술을 받은 후 혈전 예방을 위해 항응고제 와파린을 복용해왔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 2012년 4월 경 우측 하복부 통증·구토·설사 등의 증상으로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 응급실에 내원, 응급으로 복강경하 충수돌기염 절제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PT 16.7sec(참고치 8.7-13.1), INR 1.52(참고치 0.85-1.193)였다.

A씨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4월 10∼16일까지 와파린 복용을 중단했고, 의료진은 비타민 K 20mg과 보트로파제 6KU를 투여했다.

퇴원 후 다시 와파린을 복용하기 시작한 A씨는 3일 후 가슴이 따끔하고, 전신 무력감을 느꼈으나 혼자 걸어 집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다음날 깨어난 이후 지속적인 전신 위약감을 느끼고, 좌측 상하지를 거의 사용하지 못하며 계속 졸린 경향이 지속되자 이근 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종합병원 의료진이 A씨에 대해 CT혈관조영술 등을 실시한 결과, 우측 중대뇌동맥 경색 등이 확인됐다. 내원 당시 INR은 1.01이었다.

D종합병원에 입원, 헤파린 등을 이용해 항응고 치료를 받다 퇴원한 A씨는 인근 한방병원에서 2일, 다른 병원에 3달, 또 다른 한방병원에 2달, 요양병원에 한 달, 또 다른 병원에 8개월 가량 입원 치료를 받았다.

현재 A씨는 뇌경색으로 인해 좌측 편마비·좌측 상하지 감각 저하·편측 무시증후군으로 인한 균형 장애·경미한 인지 장애 등을 보이고 있으며, 일상 생활에 장애가 있어 목욕·착탈의·이동을 위해 타인의 도움을 수시로 필요한 상태다.

A씨는 “B병원 의료진이 심장판막치환술 경력 및 항응고제 복용을 알고 있었다”며 “입원기간 동안 순환기내과등과의 협진이나 INR 검사 등을 통해 혈전 발생 위험성을 확인하고, 대체 항응고제 투약 여부나 기존에 복용하던 와파핀의 용량 재조정 등을 통해 혈전을 예방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퇴원 시 와판린 복용 중단과 지혈 및 출혈 방지를 위한 약제의 사용으로 인한 위험성과 증상 및 대처 방법을 지도·설명하지 않았다”며 “수술에 앞서 색전증 부작용을 설명해 수술에 응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B병원 의료진은 “오염의 정도가 심한 괴사성 충수염이 발생, 응급수술이 불가피했고, 와파린 복용 중단은 출혈 위험성을 감안한 적절한 조치였다”며 “와파린 조기 투여 또는 대체항응고제 투약 여부는 외과 집도의가 환자의 사정을 고려해 판단할 영역”이라고 맞섰다.

또 “입원 시 와파린 복용에 관해 설명했으며, 퇴원 당시 와파린을 다시 복용할 것을 지시하고, 필요한 지도·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같이 혈전 발생 위험이 있는 환자는 와파린 복용을 중단한 후 다시 복용하는 경우에 혈전 예방 효과가 곧바로 발생하지 않고, INR이 정상 수치에 도달하기 위해서 4~6일 정도 소요되는 등 와파린 복용 후 장기간이 지나야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 사건 수술 직전 INR 수치가 1.52로 정상 범위로 권고되는 수치에 비해 다소 낮은 상태였던 A씨에 대해 혈전 예방조치를 취했어야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은 혈전 발생의 고위험군 환자에 해당하는 A씨에 대해 출혈이 되고 있는지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고 조기에 와파린을 투여해야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은 A씨에 대한 INR 수치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하지 않았고 항응고제 재투여 문제에 관해 신경과나 심장과에 협진을 요구하지 않은 채 A씨를 퇴원시키면서 평상시 복용하던 와파린을 용량 그대로 복용하라고 지시했다”며 “의료진은 수술 후 A씨를 퇴원시키기 전 신경과나 심장과와의 협진 또는 INR 수치 검사 등 추가 검사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A씨를 퇴원시킨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과실도 인정한 재판부는 “A씨는 심장판막치환술을 받은 후 와파린을 처방받아 온 뇌경색 발병 위험이 큰 환자였고,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응급으로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 와파란 투여를 중단하게 됐는데 와파린 복용 환자에게 수술을 시행할 경우 출혈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와파린 투여하기 위해 출혈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과실로 A씨에게 뇌경색이 발병했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의료진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수술의 난이도, 의료행위의 특성, 위험성의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의료진의 배상책임 범위를 30%로 제한하기로 한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혈전 발생 고위험군인 A씨가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한 점을 감안해 수술 후 또는 퇴원 전에 순환기내과 등과의 협진이나 INR 검사를 통해 원고의 혈전 발생 위험성을 추가적으로 확인하고, 혈전 예방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심 재판부는 “수술 전 실시한 INR 1.52는 승모판치환술 환자의 목표치인 2.5-3.0에 미치지 못했고, 항응고제 재투여 시기·방법 및 용량 등에 관해 순환기내과등에 협진을 요구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퇴원 당시 INR을 포함해 혈액응고와 관련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2심 재판부는 “와파린 복용을 중단했다가 다시 복용한 경우 4∼6일이 지나야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입원 관찰은 아니더라도 외래진료를 통해 INR의 회복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또 2심 재판부는 “의료진은 A씨에게 와파린 복용을 재개할 것을 안내했을 뿐 와파린 복용 재개 후 혈전 예방효과가 발생할 때까지 일정기간이 소요된다거나 그 사이 혈전이 생겨 발생할 수 있는 신체 이상 및 위험성과 대처방법 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아 설명·지도의무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상당한 재량의 범위 내에서 출혈방지를 위해 와파린 복용을 중단시키고, 수술을 진행하면서 와파린 복용 중단으로 인해 혈전색전증 등의 발생 위험을 설명하고, A씨로 하여금 와파린의 복용 중단 및 수술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할 설명의무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수술 전에도 투약 와파린의 용량이 적절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수술을 시행할 경우 출혈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항응고제 와파린 투여를 중단한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이 같은 과실로 인해 뇌경색이 발병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의료진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고, B법인이 배상해야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 같은 사정들을 참작하는 것이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부합한다”며 “배상책임 범위를 4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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