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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대위인가? 대변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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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대위인가? 대변인인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1.09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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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대책위원회란 보통 정치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기구로, 정당 대표가 선거 패배 등의 이유로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퇴할 경우, 차기 당 대표 선출까지 임시로 구성하는 당 지도부를 통상 비상대책위원회라고 명명한다.

원칙적으로 임시조직인 비대위는 짧은 기간 동안만 존재해야하는데 정당이 너무 막장이거나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경우엔 비대위 체제 기간이 정식 지도부 임기에 버금가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정치권의 예만 들어도 지금 대한의사협회에 설치된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조직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만들어져 있는지 한 번에 알아챌 수 있다. 지금 의협의 대표인 회장이 부재한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의협 입장에선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비대위를 구성해 각종 현안에 대해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변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의협 회장인 추무진 회장을 중심으로 한 3기 비대위가 구성된 이후, 비대위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보도자료나 성명서를 살펴보면 과연 비대위인지, 집행부인지 구분이 안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비대위의 행보에 정점을 찍은 건 지난 9월 27일 이후 한 달 여만에 나온 비대위 자료,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 추진 강력 반대’다.

인재근 의원이 발의한 리베이트 강화 법안 등 여러 현안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던 비대위가 갑자기 뜬금없는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관련된 입장을 발표한 것.

이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추무진 회장이 원격의료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 제고 및 1차의료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한 추 회장은 ‘의협 대의원회는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를 불허하지만 개인적으로 의료계 내에서도 신중한 고민을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회원들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의협 입장은 반대라는 전제 하에서 고민할 단계가 됐다’ 등의 발언을 했다.

원격의료라는 뇌관을 잘못 건드린 추 회장을 비대위가 나서 대변하는 형국인 셈이다.

지난 6월 16일 추무진 회장을 위원장으로 구성된 3기 비대위는 ‘투쟁전략’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추 위원장도 보건의료규제기요틴을 비판하며 비대위 재구성에 대한 회원들의 지지를 호소함과 동시에 강력한 대한방 투쟁을 예고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 ‘투쟁’은 어디까지 논의되고 진행된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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