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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진단 늦은 의료진, 환자 사망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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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진단 늦은 의료진, 환자 사망 책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1.0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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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생존기간 연장기회 놓쳐"

환자에게 발생한 증상이 뇌출혈임을 의심하지 못해 진단이 지연, 결국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의료진의 진단이 빨랐다면 보존적 치료를 통해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가족들이 B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초경 C병원에서 빈혈로 치료를 받았고 그해 12월경에는 혈소판 감소증, 골수이형성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4월 A씨는 비장파열이 발생해 C병원에서 비장동맥에 대한 색전술을 받았으나 호흡곤란, 전신 부종 등으로 인해 B재단에서 운영하는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 A씨는 호흡곤란, 복부통증을 호소했고 전신부종, 복부팽만, 출혈 등이 관찰됐다. 골수 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만성 골수단핵구성 백혈병으로 진단됐고, B병원 의료진은 지혈제 처방과 함께 카테터를 이용한 배액술을 실시했다.

B병원 의료진은 2달 뒤 복강경하 비장절제술을 시행했는데, 그 이후 수술 부위에 출혈이 지속되고, 호흡곤란, 복부통증 등을 호소하자 이틀 뒤 개복해 출혈조절술을 실시했다. 그 후, A씨의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전원했다.

그러던 중 A씨는 4일 가량 지났을 무렵 ‘목소리가 잘 안나온다’며 통증을 호소했고 B병원 이비인후과 협진 결과 성대마비, 급성 후두염으로 진단됐다. A씨는 복부 통증과 함께 두통을 호소했는데 의료진이 진통제를 투여하자 통증이 다소 감소했다.

다음날 A씨는 복부 불편감, 두통과 함께 호흡곤란, 오심, 어지러움을 호소하자 의료진은 산소를 공급하고 항구토제를 투여했다. 그 후로도 A씨는 오심, 지속적인 어지러움, 두통을 계속 호소했고, 호흡시 협착음이 들리는 등 호흡곤란이 악화됐다.

결국 A씨는 기면상태에 빠졌고 의료진은 천식 등에 사용되는 항염제를 투여하고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했다. 의료진은 후두부 부종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판단해 기관삽입을 실시했고 중환자실로 전실했다.

그날 밤 A씨에게 동공 빛 반사가 소실되고 동공이 산대되자 의료진은 뇌 CT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우측 소뇌 부위의 뇌내출혈이 발견됐다.

B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은 뇌내출혈에 대해서는 개두술을 통한 감압술, 혈종제거술을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나 A씨가 이미 뇌간 반사가 없는 혼수상태에 있어 의학적으로 뇌사상태에 있다고 판단, 수술적 치료는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

그로부터 2일 뒤, A씨는 심정지로 사망했다.

A씨의 가족들은 “A씨는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출혈 가능성이 높은 환자이고, 뇌출혈을 의심할 수 있는 오심, 두통 등 신경학적 이상증상을 호소했음에도 의료진은 뇌출혈을 의심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진단을 지연해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혈소판 감소증 등의 혈액질환은 뇌내출혈의 원인 중 하나로, 혈소판 감소증의 심각한 합병증 중 하나가 뇌내출혈”이라며 “뇌내출혈의 임상 증상으로는 두통, 오심, 국소성 및 진행성 신경학적 결손으로 뇌출혈로 인해 두 개강 내압이 상승하면 망막 유두의 출혈, 극심한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혈소판 감소증이 있는 환자에게 일반적인 두통, 오심 등 증상망으로 뇌출혈을 의심하기는 어렵지만 심한 두통과 오심,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이 동반된다면 뇌출혈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A씨가 급성 후두염 진단을 받았으므로 이로 인해 호흡곤란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이에 초점을 둬 처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호흡곤란과 함께 두통, 오심,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의식까지 저하됐다면 의료진으로서는 급성 후두염 이외의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A씨가 혈소판 감소증 환자이고, 두통, 오심, 어지러움 등과 같은 증상이 뇌출혈의 일반적인 증상이어서 뇌출혈 발생 여부가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므로, 이에 대한 검사 및 진단이 이뤄졌어야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A씨의 상태가 악와돼 이식이 저하되고 혈압도 떨어졌음에도 뇌출혈은 의심 못하고 산소공급, 항구토제, 항염제, 진통제 처방만 했다”며 “결국 의료진은 A씨의 최초 두통 호소 시부터 12시간, 호흡곤란·오심·어지러움 호소 시부터 10시간이 지난 뒤, 동공 반사가 소실되자 그제야 뇌 CT 검사를 실시해 뇌출혈을 진단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혈소판 감소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출혈은 예상할 수 없고, A씨의 뇌내출혈 발생에 있어 의료진의 과실은 없다”며 “혈소판 감소증 환자의 경우 출혈 때문에 뇌내출혈 발생시 개두술을 시행할 경우 위험성이 크고, 백혈병으로 인한 혈소판 감소증 환자에게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 30일 이내 사망률이 64% 정도이고, 혈소판을 투여한다고 해도 예후가 대단히 불량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다만 A씨의 경우 뇌내출혈이 조금 더 일찍 발견되고 혈압 및 뇌압조절, 혈소판 수혈, 재출혈 방지를 위한 보존적 치료가 조기에 시행됐다면 생존기간 연장을 기대해볼 수 있었다”며 “의료진의 과실로 그 치료를 받아볼 기회를 상실했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해 A씨와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치상 명백하므로 가족들의 위자료 청구는 이유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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