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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삽관 실수로 뇌손상, 5억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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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삽관 실수로 뇌손상, 5억대 배상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0.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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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복부팽만, 식도삽관 증거 인정

수술 직후 기관삽관을 식도에 잘못 삽관해 환아에게 저산소성 뇌경색과 뇌성마비 후유증을 입힌 의료진에 대한 과실이 인정됐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A환아와 부모가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8억 7729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5억 604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환아는 출생 2개월 후 황달과 대변 색깔이 옅어지자 C병원에 내원, 초음파검사를 통해 담관낭종 소견이 확인됐다.

추가 검사 및 수술을 위해 지난 2010년 10월경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B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A환아의 의식은 명료했으며, 신경학적 검진상 특별한 이상소견은 없었다.

입원 이후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헤모글로빈 수치는 9.3g/dl(참고치 10.7∼14.6)였고, 다음날 복부 CT 검사 등을 토대로 담관낭종 제1형이 진단되자 의료진은 낭종 제거와 간관공장문합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외과 의료진은 수술 전 실시한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 우측 폐문 아래 침윤 소견이 확인되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에 협진을 의뢰했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은 ‘흉부방사선 사진 상 가래가 있어 보인다’며 보호자에게 전신 마취 후 증상 악화 가능성을 설명하고 ‘수술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내용을 회신했다.

이후 외과 의료진은 전신 마취 하에 늑골하 절개를 시행, 담낭과 담관을 주변 조직과 혈관에서 박리해 절제한 후 절제한 담관과 총담관을 연결해 문합하는 R-Y 간관공장문합술과 예방적 충수돌기절제술을 시행했다.

수술 직후, 중환자실로 옮길 당시 A환아의 활력징후는 혈압 101.47mmHg, 맥박 128회/분, 호흡 42회/분, 체온 36.3℃로 안정적이었다.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는 8.3g/dl로 경과 관찰하기로 했다.

중환자실에서 산소포화도가 70%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100%로 회복해 일반병실로 옮겼다. 그러나 일반병실로 옮긴 이후 얼굴이 창백해지자 산소마스크·앰부배깅·흡인·2차례 기관삽관 등의 조치가 이뤄졌으며, 심정지가 발생하자 심폐소생술과 에프네프린 투여 등이 진행됐다.

심폐소생술 후 중환자실로 전실할 때까지 환아에게 다섯 차례의 경기가 관찰됐다. 이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같은 과 의사에게 협진을 요청하자, 이 의사는 ‘환아에게 전신성 간대성 근경련 양상의 경기가 관찰되고, 환아의 뇌파 상에서도 경기파가 관찰돼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환아의 생체징후가 안정화되면 일주일 정도 후에 뇌 MRI 검사를 시행해 손상의 정도를 파악하라’고 회신했다.

뇌 MRI 검사결과, 급성 혹은 아급성 저산소성 손상에 의한 허혈성 변화로 생긴 뇌경색증 소견이 나왔다. 저산소성 허혈성 뇌성마비 추가 진단을 받은 A환아는 이듬해 1월경까지 재활의학과 치료를 병행하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A환아는 현재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등으로 인해 근근장도 증가 및 자세 이상이 관찰되며, 운동·인지·언어 발달 지연으로 일상생활 동작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지난 2014년 실시한 대동작 기능평가 결과 20%, DDST 결과 모든 영역에서 현저한 발달 지연이 있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환아의 부모는 “수술 전 시행한 흉부 방사선 검사 결과 환아에 폐침윤 소견이 있었고, 이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은 수술 후 악화 가능성이 있다고 회신했다”며 “의료진으로서는 수술 후 환아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증상이 있을 경우 검사를 시행해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치료를 시행해 후유장애 발생을 회피해야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진은 심정지가 발생한 환아에게 잘못된 기관삽관을 시행해 튜브가 기도가 아닌 식도에 삽관되도록 했고, 이후 흉부 방사선 검사, 흉부 호흡음 청진 등을 통해 기관삽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환아와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선 “의료진이 수술 전 환아에 대해 시행한 흉부방사선 검사 결과, 우측 폐문 아래 침윤 소견이 확인됐으나 소아청소년과의 협진 결과, 이 소견은 전신 마취 금기증에 해당하지 않아 의료진으로서는 수술을 연기하거나 호흡기 질환의 치료를 시행하는 등 추가적인 처치가 칠요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 소견으로 전신 마취 후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의료진은 수술 직후 환아를 중환자실로 옮겨 한 시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확인하는 한편, 환아의 상태에 따라 적혈구를 수혈하고 약물을 투여하며, 혈액 검사 및 응급처치 등을 시행했는다”며 “흉부 방사선 검사 결과에 따른 의료진의 처치는 적절했다”고 전했다.

또 “일반병실로의 전실 직전 환아의 산소포화도 수치가 100%를 유지한 것으로 보이며, 전실 전까지 활력징후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는 사정을 종합하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전실한 것은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처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진이 기관삽관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관삽관 이후 산소포화도 추이는 15:46경 89%→15:48경 84%→15:49경 68%로 감소했고, 2차 삽관 이후 15:56경 82%→15:58경 91%→16:09경 100%로 정상이 됐다"며 "기관삽관은 질못된 기관삽관으로 식도삽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관삽관을 시행한 후 제대로된 위치에 튜브가 삽관됐는지 확인하지 아니하고 14분이 경과한 뒤에야 기관삽관이 식도삽관임을 알았다”며 “산소포화도 수치가 감소한 환아에게 위에서 다량의 공기를 배출한 이후 다시 복부팽만이 발생한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병원 측에서는 심폐부전 상태에서도 복부팬만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환아게게 관찰된 복부팽만의 발생 원인이 식도삽관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환아가 심폐부전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심폐부전 상태에서는 위장관의 기능이 떨어져 환아가 짧은 시간에 공기를 흡인해야할 정도로 복부팽만이 발생하지 않으며, 당심 진료기록 감정의 역시 같은 취지의 의견을 개진한 점을 볼 때 병원 측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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