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부작용 전달체계 '사각지대' 상존

식약청 관계자는 6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PPA로 그 난리를 겪고도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해 주무부서인 식약청조차 대책마련에 부진함을 드러냈다.
블랙박스라벨제는 제품 겉포장에 복용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는 문구를 눈에 띄게 표시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의 경우 로아큐탄 겉포장에 '가임기 여성이 복용할 경우 정상적인 분만이 블가능할 수도 있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푸링과 아디펙스 등에는 '이 약은 단독투여를 원합니다'는 경고문구가 기재돼 있다.
일본은 의약품 부작용이 확인되면 후생성 홈페이지 첫 화면에 ‘긴급부작용통보’라는 이름으로 눈에 띄게 표시해 24시간 안에 의약품 관계자 모두에게 이같은 사실이 전달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처럼 부작용에 대한 빠른 전달 통로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PPA 사건을 계기로 일부에서 우리나라도 의약품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중 하나로 블랙박스라벨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주무부서인 식약청은 이와 관련된 어떠한 조치도 시행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안전성 레터’라는 이름으로 각 단체에 전달되고 있으나 도대체 어떠한 단체들에게 전달되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정보전달의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드러냈다.
반면 식약청은 블랙박스라벨제를 도입하기 위한 밑받침이 되는 제도가 미비하고 규정이 모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모든 주의사항과 부작용 등이 제품설명서에 기재되어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심평원 심사를 통과할 수 없어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분명 필요한 제도”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사정상 아직은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구토’와 ‘사망’이라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겉포장에 표시해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하다”며 “약사법령도 재정비해야 하고 인력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제약회사들도 현재의 포장을 전부 바꿔야 하므로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해 제도를 시행할 경우 일부 제약사들의 반발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반해 PPA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블랙박스라벨제의 도입을 요구했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한 발 물러선 상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처방조제약이 다른 여러 약들과 재포장되고 있는 경우 미국보다 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입장.
건약 관계자는 이날 “이 제도를 시행한 미국에서 제도시행 이후에도 처방 패턴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발표해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된 제도의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해 제도마련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의약뉴스 김은경 기자(rosier21@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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