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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트립의 무모한 도전? “성공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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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트립의 무모한 도전? “성공한 도박’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6.10.20 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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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박근칠 교수...LUX-Lung 7 임상결과 평가

“LUX-Lung 7의 핵심은 TTF에 있다.”

지난해 ESMO ASIA를 통해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베링거인겔하임)과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아스트라제네카)의 직접 비교 연구, LUX-Lung 7의 중간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던 베링거인겔하임이 최근 해당 연구의 1차 평가변수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전체 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에 대한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연구 결과 지오트립은 전체 생존기간에서도 이레사에 비해 13.9%, 개월수로는 3.4개월을 연장했다.

주목을 받을 만한 데이터지만, 현장에서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흔히 말하는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는 데에는 실패했기 때문.

그러나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 한들 하위분석에서 전체적인 경향이 지오트립에 우호적으로 나타난 만큼, 임상 연구 자체를 ‘실패’라 평하기에도 모호한 상황이다.

특히, 전체 생존기간과 함께 1차 평가변수에 포함됐던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on Free Survival)과 치료 실패까지의 시간(TTF, Time to Treatment Failure)에서는 이미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우월성을 입증한 터라 LUX-Lung 7 연구 전체에 대한 평가를 전체생존기간 데이터 하나로 논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이에 의약뉴스는 LUX-Lung 7 임상의 책임연구자(PI·principal investigator)로 지난해 ESMO ASIA에서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던 삼성서울병원 박근칠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 지오트립은 LUX-Lung 7 연구에서 이레사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과 치료 실패까지 기간에서 우월성을 입증하고 전체 생존기간에서도 3.4개월을 연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체 생존기간 개선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는 못해 임상결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박근칠 교수는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제법 성공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LUX-Lung 7-8, 후발주자의 불가피한 선택
지오트립은 비록 이레사와 타쎄바(성분명 게피티닙, 로슈)를 구세대로 밀어내고 ‘2세대’라는 칭호를 얻어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들과 같은 라인에서 싸워야 하는 후발주자에 불과했다.

이에 반격의 카드로 마련한 것이 LUX-Lung 7과 LUX-Lung 8이다. 지오트립을 1세대 표적항암제인 이레사(LUX-Lung 7) 및 타쎄바(LUX-Lung 8)와 직접 비교해 2세대로서의 가치를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자신감의 배경은 충분했다. 1세대 제품들이 종양의 증식을 유도하는 신호전달 체계 중 EGFR(ErbB1)만 차단하던 것과 달리 지오트립은 HER2(ErbB2), ErbB3, ErbB4까지 모두 차단하는 것은 물론, 각각의 수용체에 비가역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보다 강력한 효과를 자신할 수 있었던 것.

박근칠 교수는 베링거인겔하임이 직접 비교연구(Head to head study)에 나선 배경을 “2세대이긴 한데 이론과 달리 초기 임상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며 “내성극복이 생각만큼 안된다거나 생각보다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에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했고, 가장 좋은 것이 1세대와의 차별화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LUX-Lung 7에 대한 총평을 두 문장으로 요약했다. 하나는 ‘무모하지만, 과감한 도전’이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법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지오트립, 그 어려운 걸 해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들이 직접 비교연구를 통해 무진행 생존기간은 물론 전체 생존기간의 차이까지 입증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미 1, 2세대 표적치료제에 실패하더라도 추가적으로 활용 가능한 자원들이 있었던 터라 전체 생존기간의 차이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은 과감하게 전체 생존기간까지 도전했다.

특히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LUX-Lung 8과 달리 LUX-Lung 7은 치료 이력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만큼 전체 생존기간을 1차 평가 변수에 포함한 결정은 ‘도박’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박근칠 교수는 “LUX-Lung 7은 1차 목표로 무진행 생존기간과 치료 실패까지의 기간, 전체 생존기간 등 세 가지를 정했다는 측면에서 독특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무모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1차 목표로 무진행 생존기간 하나만 골랐어야 했는데, 치료 실패까지의 기간과 전체 생존기간까지 추가하고 심지어 중간에 아시아인 외에 서양인까지 확대해가며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무모하지만 1세대 치료제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어찌보면 현실적인 도전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과감하게 도전한 연구 결과, 베링거인겔하임은 의미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재발환자를 대상으로 타쎄바와 비교한 LUX-Lung 8에서는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과 2차 평가변수인 전체 생존기간 모두에서 우월성을 입증했다.

나아가 초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이레사와 비교했던 LUX-Lung 7 임상에서도 1차 평가변수였던 무진행 생존기간과 치료실패까지의 기간에서 우위를 점했다. 두 가지 지표 모두 이레사 대비 27%를 개선한 것.

특히 지오트립의 초기 임상에서는 이상반응 발현율이 다소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개선된 TTF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씻어냈다는 점에서 LUX-Lung 7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박 교수는 “지오트립의 TTF그래프가 초기부터 게피티닙보다 높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부작용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환자나 진료하는 의사도 감내할만 했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과감하지만 무모한 도전, 대박은 아니어도 제법 성공한 도박
하지만, ‘이레사 대비 우월한 효과’라는 흥미로운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임상현장에서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상대적 위험비(HR, Hazard Ratio)로 따졌을 때 무진행생존기간과 치료실패까지의 기간이 27% 개선됐지만, 중앙값으로 보면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탓이다.

특히 지오트립의 이상반응이 주로 겉으로 보이는 피부질환으로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볼 때, 후속 약물까지 있는 상황에서 중앙값의 차이가 크지 않은 약제를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ESMO에서 발표된 LUX-Lung 7의 후속 데이터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전체생존기간까지 우월성이 입증된다면, 임상현장에서의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일단, 데이터는 지오트립에 우호적으로 나왔다. 총 40여 개월의 추적기간 동안 지오트립의 생존기간 중앙값이 27.9개월로 이레사의 24.5개월보다 3.4개월이 더 길었던 것.

베링거인겔하임으로서는 쾌재를 부를만도 했지만, 아쉽게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는 데에는 실패해 ‘경향성을 확인했다’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더불어 연구결과를 소개할 때마다 ‘비록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이라는 못마땅한 단서를 붙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박 교수는 “3가지 1차 변수 중 두 가지는 유의성을 달성하고 하나만 달성하지 못했지만, 일반적으로 전체 생존기간이 네거티브면 임상 실패라 하는데 잘못된 표현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구가 실패한 연구냐 한다면 그렇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비록 애초에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영역에 도전해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

이를 두고 그는 “애매한 결과”라면서도 “결론적으로 보자면 크게 성공한 것 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제법 성공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하위분석 결과도 작용했다. 여러 하위분석 지표들에서 대부분 지오트립의 생존기간 연장에 우호적으로 확인된 것.

특히 전체 생존기간 차이에 영향을 주는 치료 실패 후 치료 옵션에 있어 지오트립군에 비해 이레사를 사용했던 환자들이 표적치료제가 포함된 유지요법을 사용한 경우가 10%p 정도 더 많았던 것이 통계적 유의성을 희석시키는데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Survival rate 보다 Time to Treatment Failure에 주목해야
하지만, 정작 박 교수는 무진행 생존기간이나 전체 생존기간 등 생존기간 연장 효과보다 치료 실패까지의 기간이 늘어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의미 있는 데이터는 바로 TTF라는 지적이다.

그는 “임상 설계 자체가 1세대 치료제를 극복하자는 취지였다”고 전제하며 “2세대라면 당연히 효과나 부작용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초기 임상 결과, 효과는 강했지만 부작용도 그만큼 관찰됐다”면서 “그래서 정말 지오트립의 부작용이 많은가를 확인하기 위해 TTF를 1차 목표에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완치를 목표로하는 약제라면 당연히 전체 생존기간을 따져야 하겠지만, 현재 개발중인 4세대 약제를 비롯해 어느 세대의 약제가 나와도 완치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체 생존기간이 비록 이상적인 최종 목표이기는 하지만, 완치시킬 수 없다고 보면 어려운 목표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적으로는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가, 즉 가능하면 부작용을 감내할 만한 수준에서 오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서 TTF를 비교하니 처음부터 큰 차이를 보였고, 약을 중단하는 경우도 양군이 6.3%로 똑같았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비록 이상반응에 대한 통계에서는 지오트립이 조금 더 높았지만, 감내하지 못할 수준인가를 따져 볼 때에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평가는 임상 의사의 몫...중앙값 보다 위험비(HR)에 가치 둬야
한편, 박 교수는 LUX-Lung 7 임상 결과에 대한 임상 의사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라고 평가했다.

무진행 생존기간과 치료 실패까지의 기간에서 나타난 상대적 위험비의 차이나 비록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하더라도 전체 생존기간이 연장된 경향을 감안해 지오트립에 손을 들어줄 수도 있지만, 중앙값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는 평이다.

그는 “만약 중앙값이 본인이 편하고 좋은 포인트라면 그렇게 선택하면 된다”면서 “강요할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다만 “중앙값은 전체 환자 중 절반의 환자가 평균적으로 유지한 어느 한 시점을 의미하는데, 문제는 치료란 어느 시점이 아니라 연속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라며 “점의 개념이 아니라 면적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며 그것이 위험비”라고 강조했다.

실례로 그는 “면역항암제도 임상결과 통계적 차이는 없었지만, 도세탁셀의 생존기간 중앙값이 더 길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더 좋아졌다”면서 “이레사 역시 표준 항암치료군과 비교한 연구에서는 그렇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의 개념으로 보면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그 보다 전체적인 구간에서 보는 위험비의 개념이 더 중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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