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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8 13:53 (금)
소장 탈출을 단순 장염 판단 “과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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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탈출을 단순 장염 판단 “과실 없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0.0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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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일반적 임상수준에서 알기 어려워”
 

의료진이 ‘장간막 결손부 경유 소장 탈출 및 출혈성 괴사’를 단순 장염으로 판단, 환자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11년 7월경 배꼽 주변의 복통·오심·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B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혈액검사·복부 X-선 검사를 시행한 결과, 비특이적 마비성 장폐색 외에 다른 이상이 없었다. 의료진은 복부 CT 검사에서 장염·혈관염 소견이 나오자 장염으로 추정진단 후 진통제·수액·항생제를 투여했다.

이후 A씨는 화장실에 가던 중 복도에서 실신, 이동침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다. 활력징후 감시 장치를 부착해 모니터링한 결과, 맥박수 150회/분으로 빈맥 상태였으며, 짙은 갈색 양상의 구토 및 심한 복통증상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혈압이 66/48mmHg로 저하, 쇼크증상을 보이자 수액을 급속 주입하며 쇼크체위를 유지하고, 혈압을 지속 관찰했다.

이후 시행한 직장수지 검사에서는 음성 소견을 보였고, 의료진은 비위관을 삽입, 위세척을 하는 도중에 A씨가 힘들어 하자 보류했다. 의료진은 A씨의 복통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입원 조치했다.

입원 이후, A씨의 혈압은 73/50mmHg, 맥박수는 144회/분으로 측정되자 의료진은 수액을 급속 주입했으며, 20:20경 혈압이 70/40mmHg로 낮게 측정되자 수앱 주입량을 늘렸고, 복부 X-선 검사결과, 비특이적 마비성 장폐색 소견을 보였다.

의료진은 A씨를 중환자실로 이송, 다음날 라식수 및 수액을 유지했으나 무뇨증상이 지속돼 감염내과·신장내과·류마티스내과에 협진을 의뢰했다.

A씨는 간간이 과민한 모습을 보이면서 침대 밖으로 나가려는 행동을 보였으나 의식은 명료한 상태였다. 그 뒤, A씨는 숨쉬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혈압이 불안정하자 의료진은 산소를 공급했다.

A씨는 흥분해 소리를 지르다가 갑자기 눈이 왼쪽으로 치우치고, 동공 반응 소실 및 의식이 반혼수 상태로 저하됐으며, 산소포화도는 85%로 측정됐다.

의료진은 기도삽관 및 앰부배깅을 통해 양압환기를 지속했으며, 심실세동이 관찰되면서 맥박이 소실되자 강심제 등 약물을 투여하면서 흉부압박·심장마사지 등 응급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A씨의 사인은 장간막 결손부 경유 소장 탈출로 인한 출혈성 괴사로 판명됐다.

가족들은 “A씨는 의료진의 일관된 진료와 처방에도 불구하고 복통을 호소하는 등 지속적으로 특이적 징후를 보였다”며 “의료진은 복부 CT 검사 외에 초음파, MRI 검사 등 정밀한 진단적 섬사, 시험적 개복술 및 외과에 협진을 요청하는 등 조치를 시행했어야했음에도 단순한 장염으로 오진하고 항생제·진통제만 투여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주변부 소장이 폐쇄되는 경우 오심·구토·복통·복부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급성 위장염과 같은 흔한 질환에도 나타날 수 있는 비특이적 증상으로 장간막 결손부 경유 소장 탈출에서만 나타나는 특이적인 증상 및 징후는 없다”며 “내원 당시 설사 혹은 전신염증을 시사하는 발열이 없어 급성위장염을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장의 기계적 폐색을 초래하는 흔한 원인인 복부 수술력이 없는 젊은 환자의 경우 기계적 소장 폐색 가능성 보다는 흔한 질환인 급성 위장염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증상만으로는 장간막 결손부 경유 소장탈출을 의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여기에 검사결과 및 타과 회신 내용으로는 장간막 결손부 경유 소장 탈출 및 출혈성 괴사를 의심할만한 단서가 없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 재판부는 “환자가 위급한 상태에 이르러 외과적 수술이 시급히 필요할 정도라고 인정되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의사로서는 확진없이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고, 불필요할지도 모르는 시험적 개복술을 함부로 시행하기 곤란하다”며 “오히려 짧은 시간이나마 환자의 경과를 관찰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면서 치료하는 것이 통례”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망인을 진단했을 당시 수술을 요하는 급성복통으로 응급 개복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일반적인 수준의 기준에서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는 혈압이 낮게 유지되고, 저혈압에 의한 쇼크로 인해 크레아티닌 수치가 매우 높아 소변이 배출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전신마취가 어려워 시험성 개복술을 시행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장간막 결손부 경유 소장 탈출 및 출혈성 괴사는 매우 드문 질환으로 치료 후 예후를 보고한 결과를 찾아볼 수 없고, 치료 관련 사망률이 47∼60%”라며 “의료상의 조치에 대해 과실이 있었음을 추인하기 어렵고, 의료진이 경과 관찰을 계속하면서 수액과 항생제를 투여했으므로 방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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