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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신용카드 쓴 의사, 면허정지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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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신용카드 쓴 의사, 면허정지 ‘정당’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0.0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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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다는 주장에...현 처분보다 경감 판결

제약사가 준 신용카드로 물품 또는 용역 대금을 결제한 의사에게 6개월간의 자격정지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청구한 의사면허자격정지취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0년 10월경 B제약사로부터 신용카드를 건네받은 뒤 2011년 10월 23일부터 2013년 5월 9일까지 총 85회에 걸쳐 합계 1948만 3120원에 해당하는 물품 또는 용역의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결제 대금을 B제약사에서 지급하도록 했다.

A씨가 결제한 대금을 세분하면 2011년 10월부터 2013년 3월 31일까지 1644만 3120원, 2013년 4월 1일 이후로는 304만원이다.

▲ 법정 모습.

이 같은 A씨의 행각은 형사처벌을 받게 됐는데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지난 2014년 6월 A씨의 행위가 구 의료법 제88조의2 전문, 제23조의2 제1항 본문을 위반한 의료법위반죄의 포괄일죄에 해당한다고 인정,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춘천지방법원에 항소했는데 지난해 5월 2심 재판부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벌금 900만원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가 형사처벌을 받자 복지부가 행정처분에 나섰다. 복지부는 ‘구 의료법 제23조의2를 위반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들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9호 및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과 현행 의료관계 행정규칙에 따라 의사면허자격을 6개월 정지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가 처분한 의사면허자격 정지 6개월은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2013년 4월 1일 이전)과 현행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시행 부분을 나눠 판단한 것으로, 전자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기간을 4개월, 후자에 대해서는 2개월로 정한 뒤, 이를 합산해 자격정지 기간을 산정했다.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의 취득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23조의2의 행정처분 규칙을 살펴보면 구 행정처분 규칙은 [별표]에서 해당 의료인에게 선고된 벌금형의 다과(수량이 많고 적음)에 따라 자격정지 기간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5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자격정지 4개월을 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2013년 4월 1일 개정된 현 행정처분 규칙은 의료인이 취득한 경제적 이익의 다과에 따라 자격정지 기간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1차 적발시 3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 수수한 경우에는 자격정지 2개월, 1500만원 이상 2000만원 미만 수수한 경우에는 8개월을 하도록 되어있다.

행정처분 규칙이 변경된 점을 감안한 복지부의 처분에 A씨가 이의를 제기했다.

A씨는 “자신에게 선고된 벌금 900만원은 구 행정처분 규칙 시행 시 부분뿐만 아니라 현 행정처분 규칙 시행 시 부분까지 포함한 이 사건 행위 전체에 대한 형량”이라며 “이 사건 행위에서 구 행정처분 규칙 시행 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간을 기준으로는 약 90%에, 수수한 경제적 이익액을 기준으로는 약 84%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행정처분 규칙 시행 시 부분에서는 자격정지가 아닌 경고 처분을 하는 기준인 300만원을 불과 4만원 밖에 초과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구 행정처분 규칙만을 적용해 자격정기 기간을 결정해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이 사건 처분과 같이 자격정지 기간을 결정한다면 둘 이상의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또는 행정처분을 하기 위한 절차가 끝나기 전에 반복해 같은 사항을 위반 경우에 가장 중한 처분 기준에 나머지 처분 기준의 2분의 1만을 더해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행정처분 규칙보다도 가혹한 것으로 그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A씨는 “운영하고 있는 의원이 지역 유일한 내과의원이자 보훈진료기관으로 자격정지가 길어지면 지역 주민들의 피해로 귀결된다”며 “이 사건 행위 후 B제약사의 약을 처방한 액수가 위반행위 이전보다 오히려 감소한 점 등에 비춰보면 복지부 처분은 재량권 범위를 일탈했거나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B제약사 명의 신용카드를 85회에 걸쳐 물품 또는 용역 대금 결제에 사용하고 그 비용을 B제약사에 부담시킨 것은 동일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절되지 않고 계속 실행돼 온 것으로 한 개의 제제 대상 행위를 이룬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2011년 10월 23일부터 2013년 5월 9일까지 총 85회에 걸쳐 있었던 이 사건 행위를 전체적으로 한 개의 제재 대상행위로 보는 이상, 행위의 종료 시점인 2013년 5월 9일을 기준으로 위반 행위를 판단해 현 행정처분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를 하나의 제대 대상 행위로 보아 현 행정처분 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적용해 이에 대한 자격정지 기간을 산정해 보면, 총액 1948만 3120원에 대해 1차 적발시 1500만원 이상 2000만원 미만의 경제적 이익 등을 수수한 경우의 기준이 적용된다”며 “이에 대한 자격정지 기간은 8개월로 정해지는 바, 복지부가 내린 자격정지 6개월은 이보다 짧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복지부는 A씨의 행위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이 개정되기 전후에 걸쳐 이뤄졌으므로 현 행정처분 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A씨에게 다소 과한 처분이 될 여지가 있어 현 행정처분 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경감해 자격정지 처분기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복지부의 자격정지 기간 산정 방식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A씨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복지부의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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