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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뒤집힌 네트워크병원 판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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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뒤집힌 네트워크병원 판결, 이유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0.06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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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공단 환수처분 취소...법사위 국감도 모순 지적
 

지난 2014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은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지급거부에 대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달 23일 같은 네트워크병원에 대해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겠다는 건보공단의 처분에 대해서는 취소하라는 선고를 내렸다.

2년 만에 자신이 내린 판결과 모순된 판결을 내린 고등법원, 그 이면에는 어떤 사정이 있을까?

◆2014년 12월 VS 2016년 9월
지난 2014년 12월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는 안산튼튼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지급보류정지처분취소청구에서 건보공단의 처분이 옳다는 판결을 내렸다.

튼튼병원 네트워크를 실질적인 개설·운영한 B씨는 지난 2008년부터 전국 각지에 명의원장을 고용해 병원을 설립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2년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의료인은 어떤 명목으로도 2개 이상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규정이 생기고 이로 인해 B씨는 올해 4월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으로부터 의료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2억 80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튼튼병원 네트워크 병원 중 하나를 개설·운영하고 있는데 건보공단은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으로부터 병원이 이중개설·운영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는 통보를 받고 진료비 지급거부처분을 했다.

안산튼튼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게 건보공단의 처분 이유였다.

이에 A씨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진료비지급보류정지처분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이 소송에서 승소한 건보공단은 그동안 지급됐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겠다는 처분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A씨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소송이 따로 진행됐다.

요양급여비뵹환수처분취소소송의 결과는 앞선 2014년 12월 판결과는 달랐다. 1심에서는 건보공단이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것.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2014년 12월 판결과 2016년 9월 판결이 달라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핵심 쟁점이 되는 법령에 대한 해석 차이였다.

두 판결의 핵심 쟁점이 되는 건강보험법은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 즉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을 명시한 제42조 1항과 ‘의료인은 어떠한 항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8항(1인 1개소법)이다.

2014년 12월 판결에서는 “건보법 제42조 1항, 제47조 1항에 의하면 요양급여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등의 요양기관에서 실시하고, 요양기관은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바, 여기서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라 함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병원이 의료법 제4조 2항, 제33조 8항 본문에 위반돼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므로,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라 할 수 없으므로, 요양급여 자체를 실시할 수 없고, 요양급여비용도 지급받을 수 없다”며 “건보공단은 건보법 제57조 1항에 정한 환수할 수 있는 부당한 요양급여비용 중 지급하지 않은 비용에 대해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반해 2016년 9월 판결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료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를 규정한 의료법 제4조 2항을 위반했다고 기존 허가가 무효로 된다거나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1항 1호에서 당연히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법은 4조 2항의 규정을 두면서도 위반행위에 대해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지 않았고, 의료법 64조에서 정한 개설허가 취소사유로 삼지도 않았으므로 구의료법에 의해 적법하게 개설허가를 받은 의료기관이 무허가 의료기관이 된다거나 의료법 제33조 8항의 신설로 무허가 의료기관이 된다거나 행정청이 이 조항을 이유로 기존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병원은 건보법 42조 1항 1호의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고, 관할 시장이 개설허가를 취소한 사실이 없으므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건보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비용을 받는 것 자체가 법률상 원인없는 부당이득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인 1개소법에 대해서는 “복수의 의료기관이 구의료법하에서 순차적으로 적법하게 개설돼 운영하다가 개정 법률 시행으로 복수의료기관 전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당연요양기관지정제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후 중복 개설된 병원을 폐쇄하는 방법으로 위법상태를 해소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사회·경제적으로 혼란과 비효율을 초래해 부당하다”고 말했다.

당연요양기관지정제는 국민의 의료보험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재산권 및 직업행사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이므로 요양급여가 이뤄졌음에도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비교적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2016년 9월 판결은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운영했더라도 국민에게 정당한 요양급여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면 원칙적으로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고, 법익의 균형에도 맞는다”며 “중복개설 주체를 기준으로 최초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기관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 사건 병원은 최초로 개설한 병원이므로 개설 자체가 의료법 제33조 8항에 위배될 여지는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 개설허가 취소 없는 한 의료법상 유효하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 측 변호인으로 참여한 법무법인 지평 김성수 변호사는 “건보공단은 2012년 8월 2일 복수개설금지 규정 시행 이후 명의 대여 규정을 위반한 의료기관은 당연무효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판결은 당연지정제와 실제 국민건강을 위해 요양급여를 제공해 온 역할을 고려하면 환수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변호사는 “사무장병원은 의료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해 설립이 무효지만 의료인에 의한 복수개설 의료기관은 개설자를 기준으로 제일 먼저 개설한 의료기관은 적법한 개설이므로 의료비를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의료법과 행정절차에 따라 개설한 의료기관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없고, 개설허가 취소에 의해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 한 의료법상 유효하다는 판결이라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이번 판결은 복수개설 금지 규정 자체는 입법론이나 헌법상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도 현행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규정을 체계적으로 고찰해 합리적인 분쟁해결의 기준을 세운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고법 판결 자기모순에 빠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자기모순의 빠진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은 동일 당사자, 동일 쟁점에 대한 유사한 시기에 판시한 판결문과 모순된 판결을 선고했다”며 “2014년 12월 판결에선 ‘의료법 제33조 8항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행위는 모두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므로, 건보공단은 환수할 수 있는 부당한 요양급여비용 중 아직 지급하지 아니한 비용에 대해서는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서울고법의 판단은, 설령 의료법상 이중개설 금지(1인1개소 개설 원칙) 조항을 위반했더라도, 정상적인 진료행위가 있었다면 건보공단에 건강보험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며 “쟁점은 의료법 제33조 8항을 위반한 것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1항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로, 두 소송 모두 동일한 쟁점이었다”고 전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사실심에 있어서 최고법원임에도 매번 다른 판단이 나온다는 것은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대법원 판결과도 모순되는데 대법원에서는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라면, 건보법상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이 아니라고 판시했고, 이 같은 판결이 3개에 이른다”며 “이번 판결은 이런 대법원 판결들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건보법 제57조 제1항 부당이득징수의 요건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이라고 하여 ‘부당’이 그 요건”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부당에서 더 나아가 ‘위법’해 형사처벌까지 이른 사안에 대해 환수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잘못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법사위서도 지적, 같은 법원서 정 반대 결론 바람직하지 않아
이번 판결에 대한 관심은 국회법제사법위원회가 진행한 서울고등법원 및 산하 지법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판결과 정반대의 결론”이라며 “같은 법원에서 모순된 내용을 선고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이번 판결은 의료법, 건강보험 청구와 관련해 의미있는 판결로, 다른 네트워크병원이나 사무장병원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리나라 건강보험과 의료제도, 건강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의료영리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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