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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매그놀리아(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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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매그놀리아(1999)
  • 의약뉴스
  • 승인 2016.10.0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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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영화인데 내용까지 복잡하면 난해한 영화라고 말해도 된다. 정신 바짝 차리고 보는 사람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지만.

어쨌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매그놀리아> (원제 Manloia)는 3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을 자랑하며 주인공 수도 부지기수로 많아 단순하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다.

첫 장면에 나오는 사람도 주인공 중의 한 명 인 것 같지만 그는 곧 사라진다. 터질 듯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홀연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손에 땀이 나고 등에 오한을 불러오고는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입을 싹 씻는다.

이들은 공포를 주고 웃음을 덤으로 얹고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기는데 여기서 잠깐, 서두 이야기를 빼먹을 수는 없으니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어떤 영화든 초반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흑백으로 처리되는 3명의 살인자에 대한 교수형이나 스쿠버다이버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장면은 생략하더라도 17살 소년이 시드니 아파트의 9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빼놓을 수는 없다.

소년은 떨어지다가 6층에서 발사한 총에 맞아 사망한다. 그를 쏜 사람은 싸움을 일삼는 부부로 늘 부인이 총으로 남편을 위협하지만 총알은 장전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건 6일전에 아들은 항상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는 부모를 위해 뭔가를 하기로 작정하고 빈총에 탄환을 몰래 넣는다.

이를 모르고 있던 엄마는 방아쇠를 당겼고 그 때 마침 떨어지던 아들이 맞아 즉사했다. 아들은 총에 맞지 않았다면 3일전에 유리창 청소를 하기 위해 깔아 놓은 그물에 걸려 생명을 건졌을 것이다.

엄마는 아들 살해 혐의로 기소됐고 아빠도 공범으로 수갑을 차고 감방에 갇혔다. 이 사건은 단순한 우연인가, 우연이 아닌가. 우연이든 아니든 매우 이상한 일이고 이상한 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얼떨떨할 겨를도 없이 눈에 익은 배우 톰 크루즈가 등장한다. 올백의 헤어스타일과 건들거리는 폼이 코미디언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는 유명한 텔레비전 호스트로 남성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내뱉는 여성혐오 발언과 어떻게 하면 금발의 여자가 당신에게 매달리는지, 여자 친구를 섹스에 굶주린 노예로 만드는 법, 다시 말해 여자를 꼬드기는 방법이 터져 나올 때마다 남성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한다.

이 호스트는 확실한 주인공이다. 왜냐면 그는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암에 걸려 죽어가는 또 다른 주인공인 늙은 남자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늙은 남자는 아들을 버렸고 늙은 남자의 젊은 부인은 숱한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사랑보다는 재산을 노리고 결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그를 재산이 아닌 진짜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후회의 눈물은 아들도, 아버지도 흘린다. (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우리의 신파극과 흡사하다. 톰 크루즈가 적당히 나왔다면 그래서 시간이 절약됐다면 영화는 굳이 3시간을 넘기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장면은 바뀌어 미국 텔레비전 사상 전설적인 인물인 지미 (필립 베이커 홀)가 등장한다. 그는 40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했고 두 자녀가 있으며 곧 할아버지가 된다. ( 이 말과 겹쳐 그가 젊은 여성과 섹스하는 장면이 오버랩 된다.) 그는 어린이 팀 과 어른 팀의 퀴즈 대결 사회자다 .

퀴즈쇼에는 어린이 천재(제레미 블랙먼)가 등장한다. 모르는 것이 없는 척척 박사 때문에 어른 팀은 곤욕을 치른다. 이대로만 가면 누구도 지금까지 해오지 못한 8주 연속 우승이 눈앞에 있는데 그는 화장실이 급해 아는 것도 맞추지 못한다. 급기야 바지에 오줌을 싼다.

이 아이는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됐을까. 그는 세일즈맨( 월리엄 H. 머시)으로 성장했다. 치아 교정을 해야 할 만큼 이빨은 엉망이고 생활은 궁핍해 보인다. 결혼도 하지 않는 것 같고 만나는 애인도 없는 것같다.( 나중에는 게이로 의심할 만한 행동을 하는데 돈 때문인지 남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인지 헷갈린다. )

일하던 식료품 점에서 해고 당한 그는 직장의 금고에서 돈을 훔쳐 나온다. 하지만 회개하고 돌려준다. (이 장면 역시 감동보다는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장면은 다시 바뀐다.

한 무리의 경찰들이 정신교육을 받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고 위험에 노출되므로 항상 몸조심을 해야 한다. 경찰 가운데 착한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경찰( 존 C. 레일리)은 앞선 세일즈맨을 잡지만 뒤에서 총을 쏴 살해하지 않고 용서해 준다. 이 쯤 되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어떤 경찰인지 알만하다.

그는 직업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경찰이 되고 싶다. 하지만 비오는 날 용의자를 추적하다 총을 잃어 버려 동료들의 놀림을 받는 등 기대와는 달리 실수를 자주한다.

 

어느 날 그는 소란스럽다는 이웃의 신고로 한 집에 들이 닥친다. 그곳에는 예쁘고 젊은 여자( 멜로나 월터스)가 막 코카인을 흡입하고 초인종 소리에 놀라 뒷수습하기에 바쁘다.

경찰은 첫눈에 여자에 반하고 여자도 남자를 사랑한다. 여자의 아버지는 앞서 설명한 유명한 퀴즈쇼 사회자인 지미다. 지미는 50대는 넘어 보이는 남자와 한 이불에 있던 딸을 찾아가 자신이 죽어 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딸은 이런 아버지를 외면하고 문전 박대한다. 지미도 암에 걸린 늙은 남자와 마찬가지로 암에 걸려 오래 살수 없는 운명이다. 아내는 그를 끔찍이도 아낀다.

그는 고백한다. 바람을 피었다고 그래서 용서를 빈다고. 아내는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다 아는 일인데,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했다는 듯이 너그럽다.

하지만 10년 전 자신을 떠나기 전에 딸이 날 만져서는 안되는 거예요하고 화를 냈다는 말을 하자 아내는 돌변한다. 그녀는 사실이냐고 묻지만 지미는 가쁜 호흡을 내 뱉으면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아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를 떠난다.

늙은 남자를 간호하는 남자 간호사(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야한 잡지 플레이 보이, 펜트하우스,허슬러를 주문한다. 무슨 짓을 하려나 하고 잔뜩 긴장하지만 거기나온 전화번호를 얻는 것이 그런  책을 산 목적이다.

그는 거기서 알아낸 광고를 보고 저질 사회자 톰 크루즈에게 전화를 건다. 당신 아버지가 죽어간는데 만나고 싶어한다고. 그 순간 톰은 흑인 젊은 여기자와 상스런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약국에는 눈빛이 흔들이는 여자가 들어온다. 처방전을 받아든 젊은 약사는 수상쩍은 듯한 표정으로 늙은 약사에게 내 보이고 늙은 약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젊은 약사는 각성제 항우울제 모르핀 등 처방전에 나온 약으로 여자의 건강 정보를 알아채고 조금 비아냥 스런 질문을 퍼붓는다.

여자는 경악한다. 다시 착한 경찰과 마약쟁이 여자가 만난다. 경찰은 여자가 타준 커피가 맛있다고 하지만 여자가 나가자마자 입맛을 다시면서 미련없이 버린다.하지만 둘은 이미 정신적으로 합치됐다.

약국에서 버림 받았던 여자는 유언장을 바꾸고 싶어한다. 죽어가는 늙은 남자를 진짜 사랑하게 됐음으로.

퀴즈쇼 사회자는 사회 도중 쓰러진다. 흑인 여기자는 톰에게 어머니의 죽음 등 참기 힘든 사생활에 관한 공격적인 질문을 퍼붓고 꼬마 퀴즈왕은 녹화 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국가: 미국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존 C. 레일리, 톰 크루즈 , 필립 베이커 홀
평점:

 

: 사건의 현장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쏟아지는 비는 주인공들의 인생과 어떤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쏟아지는 것은 비만이 아니다.

개구리도 엄청나게 쏟아진다. 비처럼 하늘에서 마구 떨어져 내린다. 떨어져 내리는 개구리는 비처럼 주인공들의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병실에 있던 각기 다른 종의 개 4마리가 미친 듯이 짖어댄다. 당연하다. 틈없이 도로에 깔린 개구리를 보고 짖지 않을 개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전체적으로 우울하기도 하고 희망이 감돌기도 한다. 6살짜리 산수전문가이며 음악의 천재였던 세일즈맨이 자신을 보도한 당시 신문 스크랩을 보는 장면은 짠하다. ( 이후 그는 돈다발을 훔친다.)

우울증 여자는 차안에서 약을 과다 복용하고 마약 쟁이는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음에도 여전히 코를 벌름거리면서 약을 빤다. 간호사만이 평지풍파 없는 유일한 삶의 소유자다.

대단원의 막이 내릴 때 출연진들은 에이미 만의 노래인 Wise Up, Save Me 등을 따라 부른다. 노래는 활기차다. 가사는 절망보다는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같다. 출연진들의 표정을 보면 그렇다는 것을 짐작할 만하다.

종교적인 색채도 있다. 아무튼 이 영화는 인생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라는데 이견을 달 수 없을 만큼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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