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안전성 이슈에 대한 현장의 평가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전략수정은 불가피 할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에 대한 한미약품과의 제휴관계 종료를 선언한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리타가 임상시험 수행 중 허가사항에 반영되지 않은 중증피부이상반응이 발생했다며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해당 의약품과 관련성이 있는 ‘독성표피괴사용해(TEN)’ 2건(사망 1건, 입원 후 회복 1건),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 1건(질병진행으로 인한 사망) 등 중증피부이상반응이 발생했다는 것.
독성표피괴사용해로 인한 사망례는 지난해에 발생한 것으로 임상연구에 영향을 줄 정도의 케이스는 아니지만, 비슷한 사례가 추가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안전성서한 배포에 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부작용 이슈는 올리타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임상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현재까지는 국내 환자들에서만 케이스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식약처는 신규 환자에 대한 처방을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이미 사용중인 환자에 대해서는 신중한 투여를 권고하는 한편, 임상에 참가중인 환자에게는 재동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향후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통해 판매중지 등의 추가 안전조치 필요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현장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이 기회에 올리타는 물론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님, 아스트라제네카)까지 허가과정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치명적 부작용 발현율이 다른 항암제와 비교해 높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올리타는 타그리소와 함께 3세대 EGFR 표적치료제로, EGFR 내성 환자에게 마땅한 대체 약제가 없는 상황에서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허가제도를 통해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당초 처음 ASCO를 통해 올리타의 임상결과를 소개할 때에는 보수적으로 접근, 지나치게 저용량을 선택한 탓에 의미있는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선 ASCO 무대에서 용량을 늘리며 경쟁제품 못지않은 효과를 입증, 글로벌 신약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임상을 진행 중이던 경쟁제품들이 줄줄이 백기를 던지던 터라 올리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한 평가에는 다소 소홀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있다. 대체약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소 성급하게 허가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것.
다른 약제이긴 하지만, 타그리소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허가 과정에 대해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대체로 피부이상반응에 대한 이슈가 과도하다는 평가다. 항암제의 특성상 유익성과 비교해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
특히 올리타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의 기대여명이 짧고 대체약제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임상에서 독성표피괴사용해로 인해 사망한 환자의 담당 의사였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 역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세 건의 피부이상반응은 같은 질환의 단계에 따른 구분일 뿐 하나”라며 “이는 올리타 뿐 아니라 항생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반적인 발생률에 비해 올리타에서의 발생률이 조금 더 높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측면이 있지만, 독성 한 케이스로 임상을 중단을 이야기 할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오히려 치명적인 부작용의 발현율로 보자면, 1차로 쓰이고 있는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아스트라제네카)나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로슈)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약제들이 널리 쓰이고 있는 이유는, 기대 여명이 짧은 폐암 환자들에게 있어 유익성이 위해성을 뛰어넘기 때문으로, 올리타 역시 다를 이유가 없다는 것.
그러나 그는 “아직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타그리소가 임상 3상의 1차 목표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있다”며 “올리타가 타그리소보다 아주 뛰어난 효과를 입증하지 않는 이상 장점이 뚜렷하지 않아 전략을 조금 수정할 필요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례로 “면역항암제 수준으로 비싼 타그리소에 비해 가격 차이를 더 크게 한다면 그 것도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며 “국가적으로도 경쟁제품이 존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피부이상반응은 용량의존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큰 만큼, 용량을 줄이는 전략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면서 “1차 치료 시장 도전도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미 다양한 약제가 확고하게 자신의 자리를 잡고 있고, 저가의 제네릭 제품들까지 들어찬 1차 치료제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할 것이란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의 판권을 포기한 이유 역시 안전성의 측면 보다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감안한 실리적 측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앞서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리타를 1차 치료제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의 경쟁력을 저울질하느라 실제 임상 연구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결별로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 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시장에서 경쟁제품인 타그리소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베링거인겔하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것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임상 역시 뜻하지 않게 경고등이 켜지긴 했지만, 임상진행에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암초를 만난 한미약품과 올리타가 위기를 넘어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향한 성장통을 무리없이 이겨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대호 교수는 “약 자체를 버린다는 생각은 너무 성급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 정도는 우리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