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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억제제 부작용 사망, 의료진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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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억제제 부작용 사망, 의료진도 책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9.26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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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플루옥세틴 설명의무 불이행 인정

식욕억제제의 성분인 플루옥세틴으로 인해 부정맥 등 심혈관계 이상증상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A씨의 가족이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던 1심 판결과는 달리, 원고 일부 승소를 선고한 판결이다.

A씨는 2003년 9월 5일부터 2013년 2월 12일까지 산부인과전문의이면서 비만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B씨를 찾아, 식욕억제제인 유니작, 옥세틴(성분 플루옥세틴), 푸링, 엘슬림(성분 펜디메트라진 타르타르산염)과 이뇨제인 하이드로클로로티아지드 등을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중단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후 A씨는 왼쪽 어깨와 등의 통증을 호소하며 C한의원에 내원했는데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55mmHg/102mmHg, 맥박 102회/분를 보였다. 한의사 D씨는 A씨에게 침시술만 했다.

A씨는 귀가한 뒤 방에서 갑자기 쓰러져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고, 2119종합상황실로 구급 요청을 했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안면부 청색증을 보였으며, 호흡·맥박·동공반응이 모두 없는 상태였다.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는 동안 자동제세동기를 부착하고, 심전도 모니터링을 비롯해 기도유지와 안면마스크를 통해 산소를 공급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대학병원 응급실 도착 당시 대퇴부와 경동맥에서 맥박이 촉지되지 않았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기관내 삽관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부검결과, 혈중 플루옥세틴 농도 0.84mg/L, 혈중 알콜농도 0.01% 미만이었다.

A씨의 가족들은 “B씨가 비만치료 약물 투여 전에 기본 혈액검사·심전도 등 충분한 검사와 진단을 하지 않은 채 비만 환자가 아닌 A씨에게 플루옥세틴 등을 처방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플루옥세틴 등의 약물을 투약하기로 하면서 약물의 치료농도와 독성농도,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 지도·설명하지 않았다”며 “플루옥세틴의 심혈관계 이상반응으로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는 점에 과해 지도·설명하지 않았고, 안전성을 위해 기본 혈액검사, 심전도 검사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 관해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가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처방에 따라 플루옥세틴을 복용했다면 혈중 플루옥세틴의 농도가 0.84mg/L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수치에 이른 것은 B씨의 처방상 잘못이 아니라 환자가 복용량이나 복용방법을 위반해 약물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혈중 플루옥세틴의 농도는 독성농도나 치사농도에 미치지 않으며 A씨의 급성 심장사 원인이 될만한 기왕력과 생활습관이 있었던 것이어서 B씨가 플루옥세틴을 처방한 것 자체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진료기록부에 ‘설명거부’라고 기재돼 있는데 이는 A씨가 장기간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이 복용하는 약물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을 들어 반복적으로 설명 듣기를 거부한 것을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A씨에게 식욕억제제 등을 처방하면서 필요성, 부작용 뿐만 아니라 이상반응이 있으면 내원하도록 설명했다”고 전했다.

1심 재판부는 “B씨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이므로 원고들의 주장에는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A씨의 가족들은 항소했고, 2심에서는 원고 측의 일부 승소가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처방한 플루옥세틴의 심혈관계 부작용이 A씨의 사망의 한 원인이 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B씨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A씨에게 플루옥세틴 복용으로 인해 부정맥 등의 심혈관계 이상증상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설명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B씨는 A씨에 대해 플루옥세틴 투여 과정에서 요구되는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할 것이므로 이로 인해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들은 설명의무 위반을 근거로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도 구하고 있으나,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위자료 액수에 대해서는 “A씨가 플루옥세틴을 처방받아 복용한 결과, 혈중 플루옥세틴 농도가 독성농도·치사농도에 미치지 않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내적인 소인도 사망의 원인이 됐다”며 “A씨가 2009년 흉통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고, 수년 전에도 쓰러져 대구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으며, 매일 소주 1∼2병을 정도를 마신 사실 등을 종합해 2000만 원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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