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쓰는 DPP-4 억제제 vs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입증된 SLGT-2억제제.
SGLT-2억제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 당뇨병 환자에 있어 심혈관질환과 신장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하면서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판도변화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령환자와 신기증 저하 환자에 대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SGLT-2억제제가 기존의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들을 뛰어넘어 최선의 치료옵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서부터, 자디앙이 입증한 효과를 SGLT-2억제제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가 등 각종 물음표가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DPP-4억제제 시장에서 트라젠타(성분명 리나글립틴)로 입지를 다진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가 유일하게 심혈관질환 및 신장질환 보호효과를 입증한 SGLT-2억제제 자디앙의 마케팅 포인트를 어떻게 정리할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사진)는 SGLT-2 억제제가 자디앙을 통해 입증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DPP-4 억제제들이 이룩했던 신화를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DPP-4 억제제 시장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보다 폭넓은 환자군에서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트라젠타와 달리 자디앙은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높거나 비만한 환자 등을 대상으로 마케팅 포인트를 차별화 한다는 전략이다.

20일, 베링거인겔하임이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개최한 2016 R&D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권 교수는 먼저 DPP-4억제제가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성공사례를 이룬 배경을 소개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진단 초기부터 메트포르민을 사용하도록 권고하면서 당시까지 대세로 자리잡았던 설폰요소제를 제치고 메트포르민이 가장 널리 활용되는 약제가 됐다.
이와 함께 2007~2008년 사이 출시된 DPP-4억제제는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며 불과 5년여 만에 설폰요소제와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이처럼 DPP-4억제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당뇨병치료제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권 교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가장 무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치료제는 환자의 신기능이나 간기능 여부에 따라 용량 조절 등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고 금기해야 할 약도 많지만, DPP-4억제제는 약제에 따라 용량조절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당강하효과가 경구제로서는 부족하지 않고, 부작용 면에서도 저혈당의 위험이 적을 뿐 아니라, 체중증가에도 영향을 주지 않아 처방하는 의사로서도 쉽게 손이 가는 약제라는 설명이다.
특히 DPP-4억제제 시장에 4번째로 진출한 후발주자인 트라젠타가 선구자격인 자누비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처럼 환자의 상태에 따른 용량조절이 필요없는 장점을 갖추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록 다양한 DPP-4억제제들이 저마다 약효의 차이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권 교수는 실제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없으며, 따라서 환자의 상태에 따른 용량조절이 필요없다는 것은 상당한 장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는 EMPA-REG OUTCOME 스터디를 통해 SGLT-2억제제 자디앙이 심혈관 질환과 신장질환 위험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라는 데이터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EMPA-REG OUTCOME 스터디에 따르면, 자디앙은 표준치료제와 병용시 위약군 대비 심혈관계관련 사망 위험을 38%,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32%, 심부전에 따른 입원 위험은 35%를 낮추며 심혈관계 관련 사명,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등의 전체 발생위험을 14% 줄였다.
또한, 위약대비 신장병증의 발병이나 악휘 위험은 39%를 줄였는데,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가 2배 이상 증가하거나 신대체요법(신장투석이나 신장이식) 시작, 또는 신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을 46% 낮추었다.
구체적으로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가 2배 이상 증가한 경우는 44% 신대체요법(신장이식이나 신장투석)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는 55%, 거대 단백뇨는 38%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당뇨병 치료제가 심혈관질환이나 신장질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수준에서 나아가 오히려 예방에도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로 당뇨병 치료제의 선택을 혈당 강하에서 심혈관질환 보호까지 내다보아야 하는지 새로운 과제를 제공했다.
이와 관련 권 교수는 “이제 당뇨병 치료제를 선택하는 데 있어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일단 저혈당과 체중증가의 위험도를 최소화하거나 없애는 약을 최우선적으로 선택하고, 그 다음에 심혈관계 안정성 및 합병증 예방 효과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그는 “실제로 EMPA-REG OUTCOME 발표 이후 SGLT-2억제제에 손이 많이 가고 있다”면서 “특히 자디앙은 다른 SGLT-2억제제에 비해 대상군의 범위(eGFR 45 이상, 85세 미만)가 더 넓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EMPA-REG OUTCOME 스터디의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는 것이 권 교수의 지적이다.
우선 그는 심혈관질환 및 신장질환 보호효과가 SGLT-2억제제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가에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라젠타가 DPP-4 효소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내세웠던 것처럼 자디앙도 SGLT-1에 비해 SGLT-2에 대한 선택성이 다른 SGLT-2억제제보다 강력하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이 약제간의 차이, 즉 혈당강하효과나 심혈관보호효과의 차이로 나타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
오히려 SGLT-2를 강하게 억제하면 신장에서 당의 재흡수를 막던 SGLT-2의 작용을 SGLT-1이 더 많이 하는 만큼 SGLT-1에 대한 선택성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앞으로 다른 경쟁제품들이 내놓을 연구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자디앙이 입증한 심혈관질환 및 신장질환 보호효과의 기전도 보다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비록 SGLT-2억제제가 혈당강하효과 외에도 당뇨병 환자의 체중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낮추고, HDL은 높이고 LDL은 낮추며, 교감신경의 항진을 낮춰 심박수를 증가시키지 않는 등 심혈관 질환에 우호적인 부가 효과들이 있지만, 이러한 효과가 심혈관질환 보호효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은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
더욱이 EMPA-REG OUTCOME 스터디의 설계도 이미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2차 예방 효과를 확인한 것인 만큼, 1차 예방에 있어서도 효과적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아직 퍼블리시 되지는 않았지만, 심장질환 고위험군 뿐 아니라 마일드한 환자에서도 심혈관질환 보호효과를 입증한 데이터가 있다”며 심혈관 질환 1차 예방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가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권 교수는 EMPA-REG OUTCOME 스터디를 바탕으로 SGLT-2 억제제를 통해 부가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환자군이 실제 처방환경에서는 SGLT-2억제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아이러니라고 설명했다.
SGLT-2억제제는 심장질환 합병증의 고위험군이라 할 수 있는 신장애 환자(eGFR 60 미만, 지디앙은 45 미만)나 고령환자(75세, 자디앙은 85세)에서는 권장되지 않는다는 것.
이에 권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젊은 초기 당뇨병 환자 가운데 비만한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SGLT-2 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이런 환자들에게 메트포르민과 DPP-4억제제를 처방했는데,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SGLT-2로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하며, DPP-4억제제와 대등한 수준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DPP-4억제제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자디앙을 공급하고 있는 베링거인겔하임은 EMPA-REG OUTCOME에서 보여준 심혈관질환 및 신장질환 보호효과에 초점을 맞추려는 분위기다.
사측 관계자는 면서 “트라젠타가 가지고 있는 리더십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비만하거나 심혈관 질환 또는 신장 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임상을 통해 입증된 자디앙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하려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