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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와 실리 두 마리 토끼 쫓던 의사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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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와 실리 두 마리 토끼 쫓던 의사 '철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9.19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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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사 명의로 개원...45억 환수 처분

다른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개설하고 이를 운영한 의대 교수에게 민사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대교수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4억 3796만 6070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서울행정법원에서 선고된 의사 B씨에 대한 건보공단의 56억여원의 환수 처분에 후속편으로 실질적으로 요양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한 의료인에게 민사 책임을 인정한 케이스다.

A씨는 B씨의 명의로 요양병원을 개설했는데 건보공단은 지난해 5월 A씨가 명의를 빌려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했다며 2012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44억원을 반환하라고 통보했다.

건보공단은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고, 같은 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A씨는 이를 위반, B씨의 명의를 빌려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기관만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 A씨는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닌 병원을 개설·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며 “이는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것이나 불법행위로 취득한 금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A씨는 “B씨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운영했더라도 의사면허를 보유한 의료인이고, 의대 교수로서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한 바 없기 때문에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금지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제33조 제8항을 위반한 경우에 대해서는 벌칙규정을 두고 있지만 제4조 제2항에 대해서는 벌칙규정을 두지 아니함으로써 경중을 달리하고 있다”며 “이 사건 병원이 의료법 제4조 제2항에 위배돼 개설·운영됐다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에서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에게 고용돼 월급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병원 직원들도 A씨를 병원의 이사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병원 직원이었던 C씨는 A씨에게 이메일로 병원 운영에 관한 업무보고를 했고, A씨도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업무지시를 하는 등을 종합하면 A씨가 B씨의 명의를 빌려 이 사건 병원을 개설·운영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료법 제4조 제2항의 목적에 비춰보건대, 이를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은 의료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으로서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의료기관의 실제 운영자가 개설 명의인과 다르지만 여전히 의료인이라거나, 의료법 제4조 제2항에 대해 벌칙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해 달리 볼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한 병원은 의료법 제4조 제2항에 위배돼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없음에도 A씨는 법률상 원인 없이 병원을 통해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며 “따라서 A씨는 건보공단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는 “의료법 제4조 제2항 위반사안에 대해 배후의 실질적 개설 의료인에게 최초로 민사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라며 “배후 의료인이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실제로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의료법 제4조 제2항 규정의 취지에 대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의료법상 의무위반 방지위한 것이라고 명시했는데,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입법취지보다는 더 넓게 보고 있다”며 “위반시 벌칙규정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로 적법한 의료기관이 아니므로 역시 비용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통상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함에 비해 이번 사건은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했다”며 “건보공단에 실질적인 손해는 없고, 지급의무를 면했다는 주장을 배척해 손익상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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