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9 00:24 (금)
탄핵의 추억, 의협의 갈등과 화합
상태바
탄핵의 추억, 의협의 갈등과 화합
  • 의약뉴스
  • 승인 2016.09.08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의사협회 제 37대 노환규 회장이 탄핵된 것은 지난 2014년 4월이었다.

의협 대의원회는 그 이전에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회장 불신임안을 상정했다. 이에 앞서 노환규 회장은 전체 회원을 상대로 투표를 진행해 탄핵 반대의견이 92.83%라고 밝혔다.

이는 총 유권자의 18%만이 참여한 결과였지만 대의원회의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압도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대의원회는 전체 회원의 의사와는 달리 참석 대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36명 반대 40명 기권 2명으로 노환규 회장의 탄핵을 확정했다.

의협 회장이 탄핵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난 것은 의협 106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의협 회원은 물론 의약업계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새로운 회장이 나오면서 노환규 회장 탄핵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난 8월 3일 이번에는 감사 탄핵이 벌어졌다.

회장 탄핵이 사상초유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감사 탄핵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탄핵을 주도한 것은 회장 탄핵과 마찬가지로 대의원회(의장 임수흠)였다. 대의원회는 의협회관 3층 대의회의실에서 임총을 열고 김세헌 감사의 탄핵을 확정했다.

재적 대의원 241명 중 157명이 참석해 찬성 106명, 반대 57명, 무효 4명으로 김 감사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로써 지난 4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이동욱 대의원이 발의한 김세헌 감사에 대한 불신임 안건은 확정됐다.

당시 이동욱 대의원은 ▲의협 감사의 직위를 남용한 부적절한 행위 ▲하부 단체 감사 직무 중복 및 편향 감사 ▲윤리위 제소 남발 빛 고소고발 남발 등의 행위를 들어 총95명의 대의원 동의를 받아 김 감사에 대한 불신임안을 발의한바 있다.

이 대의원은 추무진 회장이 면허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해 회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동료평가제, 면허정지처분 강화 등 악 규제를 전격 발표했고, 시도협의회장단의 강력한 반대까지 있었지만 이런 회무에 대해 회무 감사 보고에 어떤 문제점 지적도 없었다고 탄핵 사유를 밝혔다.

68차 총회 감사보고서에는 ‘일부 시도의사회의 대의원이 정관위반의 불법대의원’ ‘대의원운영위원회가 총회에 직접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정관위반’이라는 등 무려 10여 차례나 ‘정관위반’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명시, 사용해 대의원회의 명예를 대내외적으로 심각히 실추시켰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이에 김 감사는 정관과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는 것이 협회의 혼란을 초래하고 협회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감사가 정관과 규정에 따라 충실히 감사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정관위반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명시한 것이 대외적으로 협회의 명예를 훼손해 불신임사유라고 주장하는 것은 감사업무의 본질을 왜곡하는 모함이라고 억울함을 호소 했으나 메아리 없은 외침으로 끝났다.

앞으로 의협이 현재 남아있는 3인으로 감사단을 운영할 지 아니면 감사 보를 뽑아 4인 체제로 운영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어찌됐든 이번 의협의 감사 탄핵은 회장 탄핵만큼이나 의사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지만 추무진 회장은 그에 상응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행부의 감사를 탄핵한 의협 대의원회 역시 할 일을 다 했다고 자평하는 듯하다.

서로 책임이 없다고 물러나 있는 동안 회원 권익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특히 의협 집행부와 의협 대의원회의 갈등은 힘겨루기 양상을 넘어 의협 내부의 심각한 분열로 치닫고 있어 회원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분열은 단합보다 힘이 떨어진다. 지금 의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개원가는 경영난으로 허덕이고 회원들의 회무 참여는 저조하고 산적한 현안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나로 뭉쳐도 힘든 판국에 둘로 쪼개진 의협의 양대 세력은 회원의 불신임만 더욱 가중할 뿐이다. 감사 탄핵도 회장 탄핵 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질 것이다.

탄핵의 추억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확실한 것은 탄핵으로 화합보다는 분열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점이다.

어쩌다가 의약업계의 맏형 역할을 자임하는 의협이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하루 빨리 전열을 정비해 화합하는 의협,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의협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