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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39계단(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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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39계단(1935)
  • 의약뉴스
  • 승인 2016.09.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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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1899년 8월 13일 영국에서 태어나 1980년 4월 29일 미국에서 사망했다. 80세를 사는 동안 마지막 영화인 <가족음모>(1976)를 포함해 70여 편의 영화를 남겼다.

이중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도 부지기수로 많다. 오늘 소개할 <39계단>(원제: The 39 steps)을 시작으로 <레베카>(1940), <오명>(1946), <이창>(1955), <현기증>(1958)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사이코>(1961), <새>(1963)등 적기도 벅차다. 모두 그의 연출 역량이 최고조에 달했던 작품들이다.

이러한 사실은 백과사전을 통해 확인했다. 인물사진은 노년의 것이 실렸다.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시선을 마주치는 강렬한 눈빛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마치 차라투스트라처럼 인류를 위해 말씀을 전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표정이다. 한편으로는 세상을 달관한 노련미와 함께 서늘한 기운도 느껴졌다. 아마도 그의 걸작 대부분이 스릴러나 서스펜스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39계단>은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도망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세상에 어처구니없는 일도 많지만 누명을 쓰는 일처럼 기분 나쁜 일도 없을 것이다. 거기다 살인 누명이라니. 하지만 누군가는 꼭 그런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잘생기고 멋지고 말 잘하고 농담 뛰어난 그래서 여자들이 홀딱 반하게 생긴, 캐나다에서 영국으로 온 리차드 해니( 로버트 도넷)가 바로 그런 사내다. 담배 연기 자욱한 뮤직 홀로 사내가 들어온다.

사회자는 매일 밤마다 50가지의 새로운 사실을 암기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비범한 사내인 미스터 메모리를 소개한다. 청중들은 박수를 치고 질문을 하느라고 바쁘다. 남편이 토요일부터 어디로 사라졌느냐고 묻는 것에서부터 집에 있는 닭의 혀에 돋는 병의 원인까지 세상의 모든 질문이 메모리에게 쏟아진다.

군중 가운데는 여자도 있다. 한바탕 쇼가 끝나고 뿔뿔이 각자 제 갈 길로 흩어질 무렵 미모의 여자가 해니에게 집에 같이 가도 되느냐고 접근한다. 이런 여자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영국 신사가 아니다. 둘은 해니 집에서 술 한 잔하고 여자는 청어 요리도 얻어먹는다.

그런데 표정이 왠지 불안하다. 하룻밤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얼굴은 불안정하고 행동은 어색하다. 밖에는 바바리코트에 중절모를 쓴 두 남자가 서성인다.

배우나 합장단원도 아니고 프리랜서 혹은 돈만 주면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일하는 스파이가 아닌 요원이라고 소개한 여자는 밖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도록 벽에 바짝 붙어서는 저 남자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털어 놓는다.

항공방어시스템의 중요한 비밀 등에 관한 아리송한 대답을 늘어놓다가 그들을 저지 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고 막지 못하면 국외로 기밀이 새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

그들은 신속하게 행동하는데 두목은 영리하고 냉혹하고 이름은 수 십 개이고 수 백 명으로 변신이 가능하지만 한 가지 숨길 수 없는 것은 새끼손가락 마디가 없다고 말한다.

여자는 더 많은 비밀을 남자에게 이야기 하려는 순간 앞으로 쓰러진다. 등에는 칼이 꽂혀 있고 손에는 스코틀랜드의 어느 한 지점이 표시된 지도가 쥐어져 있다.

여자는 죽기 전에 39계단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긴다. 스코틀랜드에는 어떤 사람이 있는데 이일을 해결하려면 반드시 그를 만나야 한다는것. 이제부터 남자는 여자 살인범으로 쫒기는 신세다. 경찰도 쫒고 수상한 남자들도 쫒는다.

 

잡히면 살인자가 되니 도망가야 한다. 도망가고 쫓고 그럴 때마다 음악은 스산하다. 남자는 기차를 타고 스코틀랜드로 간다. 신문은 살인자가 탈출했다는 기사를 호외로 전한다. 해니는 산길을 걷는다. 산정에는 잔설이 있고 다리 아래는 거친 물살이 흐르는 강물이 지나고 있다.

얼마를 더 가니 농가가 나온다. 의심하는 남자에게 큰돈을 주고 하룻밤 잠자리를 구한다. 딸인 줄 알았던 여자는 남자의 아내로 이름은 파멜라( 매들린 캐롤) 다. 둘은 어딘지 궁합이 맞지 않는 것처럼 어색하다.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해니와 파멜라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외간 남녀가 느끼는 찰나의 감정에 사로잡힌다. 글래스 고우에서 온 파멜라는 극장도 멋진 조명도 영화관도 없는 이곳이 마냥 따분하다. 멋진 상점 거리가 있는 에딘버러나 몬트리올 혹은 런던의 생활상이 무척 궁금하다. 부인의 붕 뜬 마음을 해니가 파고든다. 부인은 묻는다.

런던에 있는 모든 여자들은 발톱에 색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런던 여자들은 예쁘냐고. 이런 질문을 하는 여자와 예쁘기는 하지만 부인보다는 못하다고 말하는 이런 남자. 뭔가 썸씽이 일어날 만하지 않는가. 이런 남자를 경찰에 신고하는 여자는 어리석다.

살인자를 잡게 해주면 얼마의 포상금을 받느냐고 문간에서 흥정하는 남편을 따돌리고 도망가도록 돕는 부인은 현명하다. 살인 누명을 쓴 것은 억울하지만 이런 예쁜 부인의 마음을 얻는다면 그런 누명을 한 번쯤을 써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여기는 남자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파멜라와 해니의 운명은 살인 누명을 벗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국가: 영국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로버트 도넷, 매들린 캐롤
평점:

 

: <39계단> 에는 스릴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웃음 코드가 있고 불륜 비스무리한 남녀에 대한 이해가 있고 외따로 떨어진 농가에 사는 아름다운 부인의 꿈틀대는 욕망이 있다.

늙은 남편의 고리타분한 설교를 젊은 아내가 들어준다고 생각하는, 식탁에서 고개 숙이고 기도에 열중하는 어리석은 남편의 존재가 있고 해니의 젊음과 유혹하는 멋스러움 있다.

해니와 부인은 수갑을 차고 같은 침대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수갑을 찬 두 손이 젖은 스타킹을 벗는 장면은 아슬아슬하다. 살인자와 함께 묶여 있어도 여자는 행복하다. 모텔 여주인도 이들을 돕는다.

부부는 아닌 것이 확실하지만 둘이 죽도록 사랑하는 사이라고 생각하는 여주인은 보기 좋게 경찰을 따돌린다. 경찰에 신고해서 포상금이나 노리는 쪼잔한 늙은 남편 보다는 우아한 늙은 여주인의 기지가 돋보인다. 영화는 해니가 새끼손가락 마디가 없는 교수로 위장한 남자를 만나고 미스터 메모리가 쇼하는 처음장면으로 이어진다.

39계단이 뭐죠? 라고 질문하는 장면은 사건 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힌트를 준다. 결론을 깔끔하다. 어떻게 깔끔한지를 말하지는 않겠다.

<39>계단은 몰랐다면 할 수 없지만 알았다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런 좋은 작품을 인류에게 선사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내는 것으로 깔끔한 결론을 대신한다.

히치콕은 1939년에 헬기까지 동원하면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해니가 얼떨결에 의원 후보자가 되어 뮤직홀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국가에 대한 음모도 이웃에 대한 음모도 박해나 괴로움도 없고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거래하고 공정한 기회를 얻으며 사람끼리 서로 돕고 괴롭히지 않으며 의심과 잔인함과 공포가 사라지는 곳이다.” 히치콕은 주인공의 입을 빌려 자신이 그리는 세상을 대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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