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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적 표현 없어도 허위 감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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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적 표현 없어도 허위 감정 아니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9.0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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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사후적 추정 한계 지적

감정의의 감정서로 인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지 못하게 된 환자 가족들이 병원과 감정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가족들이 B대학병원과 감정의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B대 중앙도서관에 설치된 체크포인트(도서관을 출입하는 학생들과 외부인들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1997년 9월경 체크포인트 옆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B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후 입원하게 됐다.

당시 B대학병원 응급실 담당의는 A씨의 응급진료기록에 진단명을 ‘술 독성에 의한 발생’으로, 이후 A씨에 대한 진단서에 그 병명을 ‘우울증’으로 기재했고,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는 A씨에 대한 진단서에 병명을 ‘만성 경막하 출혈’로, 또 다른 의사는 ‘경막하 수활액 낭종(의증)으로 썼다. 여기에 다른 의사는 병력기록 음주란에 2bottle/day*30yrs라고 적었다.

A씨는 자신의 상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했으나 관리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이에 불복한 A씨와 가족들은 B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까지 간 B대학병원과의 손해배상 소송은 환자 가족들의 패소로 끝이 났다.

그러자 A씨와 가족들은 B대학병원 소속 의사들이 작성한 진료기록과 진단서, 병력기록이 허위라며 병원 의사 6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가족들은 항소를 제기했는데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재판부는 A씨의 뇌출혈이 외상 때문인지 기저질환 등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D대학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C씨에게 감정 촉탁을 맡겼다.

이에 C씨는 “경막하 혈종 원인은 외상이 많은 경우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확실한 외상의 과거력이 있다면 외상으로 인한 출혈의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감정 의견을 내놨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 측이 제출한 증거와 감정촉탁 결과만으로는 B대학병원 의사들이 작성한 응급진료기록, 진단서 등을 고의로 허위 작성했다고 할 수 없고 오진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그러자 이번엔 감정의인 C씨까지 소송의 대상이 됐다. A씨의 가족들은 “C씨는 외상에 의한 뇌출혈이라는 감정 의견을 회신했어야 하는데 B대학의 청탁을 받고 허위의 감정의견을 내 패소 판결을 받도록 했다”고 주장한 것.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A씨의 가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감정의견은 문언 자체에 의하더라도 A씨의 경막하출혈이 자발성 출혈이 아닌 외상에 의한 출혈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다만 경막하출혈의 발생에 다른 요인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고려해 ‘확실한 외상의 과거력이 있다면’이라는 문구를 부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상해나 질병에는 하나 이상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경막하출혈의 발생과정을 직접 목격하지 않은 C씨로서는 당시 촬영된 CT영상과 자신의 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경막하 출혈의 가장 유력한 발생원인을 사후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C씨가 경막하출혈을 외상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고 해 이를 허위 감정이라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 대해선 2심 재판부의 생각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감정의견의 요지는 A씨의 뇌출혈이 외상성 뇌출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어서 이는 오히려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항소심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던 것은 당시 제반사정에 비춰 의사들이 고의로 A씨에 대한 응급진료기록, 진단서, 병력기록 등을 허위작성했거나 작성에 있어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 사건 감정의견을 근거로 삼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원고가 패소판결을 받은 것은 감정의견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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