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9 23:46 (월)
중독치료 중 금단증상 사망 '의료진 책임'
상태바
중독치료 중 금단증상 사망 '의료진 책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8.18 12: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등법원...국민연금에도 배상
 

알콜중독환자가 입원 중 금단 발작 증상을 일으켜 결국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다만, 손해배상 대상인 의료기관 원장이 사망해 손해배상 책임은 원장의 유족들이 짊어지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A씨의 가족이 의원을 운영하다 사망한 의사 B씨의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375만 6882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여기에 원고 측 승계 참가인인 국민연금공단에 대해서도 919만 7878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3월경 혈중알콜농도 0.32% 상태로 알콜의존증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B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입원했다. A씨는 입원한 날 새벽부터 아침까지 계속 구토와 토혈을 하고 스스로 토사물을 치우는 등의 이유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병원 중앙홀 바닥에 앉아 기다리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으면서 뒤로 쓰러져 발작 증상을 보였으며, 곧 상체를 일으켜 기대에 앉을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이후 A씨는 구토 및 토혈 등의 문제로 인근에 있는 의원에서 내시경 검사 결과, 출혈성 위염·식도염·지방간·알코올성 간염 및 심근염(의증) 등의 진단을 받았다.

오후에는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금단 증세를 보이자 의원 의료진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침대에 눕히고 양 손목과 발목을 끈으로 묶어 고정시켰다. 다음날로 넘어가는 자정무렵 A씨가 의식 저하·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자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당시 A씨는 정수리 왼쪽 부분에 멍이 들어있었으며, 의식이 없었고, 흉부 자극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맥박이 촉진되지 않자 심폐소생술 실시 후 자발순환을 회복했으나 CT검사 결과 뇌출혈·경막하혈종·심한 뇌부종 등의 소견을 보였다.

이후 중환자실로 옮겼다가 A씨 집 근처에 있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외상성 뇌경막하 출혈 등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2013년 결국 사망했다.

A씨의 가족들은 A씨의 사망이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송 당사자가 된 B씨가 사건 발생 2개월 후 사망해 B씨의 가족들이 소송 당사자로 변경됐다.

또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법 제72조에 따라 A씨의 가족에게 유족연금으로 1377만 8980원을 지급했는데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이 규정한 대위권을 들어 이번 손해배상 소송에 원고 측 소송 승계자로 참여했다.

연금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의 지급 사유가 발생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지급한 때에는 그 급여액의 범위에서 제3자에 대한 수급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과 관련, 수급권자를 대위(代位)하고 있다.

유족이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이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는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음주를 중단할 경우 금단증상으로 인해 몇 시간 혹은 며칠 이내에 갑작스런 발작이나 환가, 의식저하 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수용, 치료하는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폐쇄 병동에 새로 입원한 환자의 발작 가능성은 물론, 환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외상에 대한 가능성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인 음주로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해 입원한 A씨에 대해 치료 및 감호를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A씨가 입원 직후 금단 증상에 따른 갑작스런 발작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경우 이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한 부위에 대한 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A씨의 상태를 주의깊게 관찰·감독하는 등 주의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A씨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두부 외상에 따른 뇌손상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후 다시 의식 저하를 보였을 때 통상적인 금단 증상으로 속단한 채 2시간 40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외상성 뇌손상 발생 사실 또는 가능성을 신속히 감지하지 못해 조속한 진단 및 응급치료를 놓친 의료상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두부 외상 후 적절한 응급조치가 있을 경우 사망률이 감소하거나 생명이 연장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A씨의 의식저하가 시작된 이후 약 4시간 가까이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이를 비춰보면 의료진의 조속한 진단 및 응급치료 시기를 놓친 의료상의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로 B씨의 의원에 입원할 당시에도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고, A씨의 두부외상 자체에 대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며 “A씨는 만성 알코올 섭취로 인해 외력에 의해 경막하 출혈이 쉽게 발생할 소인이 있던 점 등을 고려해 B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