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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 과다처방, 의료진 과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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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 과다처방, 의료진 과실 인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8.10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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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용량 2배 처방...부작용 설명 지도 안했다 판단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과다 처방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대처 방법 등에 대해 설명, 지도를 하지 않은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됐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환자 A와 가족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측 승소를 선고하고 3억 835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가족에게는 1심에서 선고한 12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A씨는 지난 2011년경 우측 전대뇌동맥 급성 뇌경색으로 B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어 9월 경에는 어깨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등 약물치료와 보존적 재활치료를 지속해서 받았다.

지난 2012년 4월경 외래진료를 받은 A씨는 허리통증·관절통증·근육통·소화불량·오심·구토증상과 체중이 1년에 걸쳐 53kg에서 35kg으로 감소했다면서 기존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B대학병원 의료진은 기존에 복용하던 에어탈·울트라셋·아로베스트 등 진통제 대신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주성분인 듀로제식 디트랜스 패치 50㎍/h과 맥페란정 5mg·변비조절약을 처방했다.

당시 의료진은 펜타닐 패치를 사용하면 구토를 할 것인데 구토가 끝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한 뒤 다음달에 입원, 진료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집으로 돌아 온 A씨는 그날 저녁 8시경 패치를 우측 옆구리에 붙였고, 약 30분 뒤부터 다음날 오전 12시 30분경까지 구토증상을 보이다 잠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청색증을 보인 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 급히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후송 당시 맥박 60mmHg/40mmHg, 산소포화도 25%, 동공의 심한 수축이 일어난 상태였다. C병원 의료진은 페타닐 중독 의증으로 진단하고, 패치를 떼어낸 다음 마약길항제 날록손·생리식염수·도파민을 투여하면서 지속해서 산소를 공급했다.

이후, D대학병원으로 전원한 후 시행한 MRI검사에서 저산소성 뇌손상을 양상을 보였다. 다시 B병원으로 옮긴 A씨는 신경과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CT검사 결과에서 흡인성 폐렴 소견을 보였다.

A씨는 지속해서 내과·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았으며 9월경 퇴원, 재활요양병원으로 전원했다. 현재 A씨는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고 의식은 명료하나 질문에 겨우 답할 수 있고, 강직성 사지부전마비가 있는 상태이다.

A씨는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B병원 의료진은 펜타닐 패치를 처방할 때 25㎍/h를 초과하지 않도록 처방한 다음 경과관찰을 해 그 상태에 따라 용량을 조절한 주의의무가 있다”며 “의료진은 이를 위반해 처음부터 50㎍/h를 처방해 펜타닐 패치를 과다하게 투약하도록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면 펜타닐 패치의 사용으로 혈중농도가 처음에 증가하기 위해서는 약 12~24시간이 경과해야하고, 펜타닐 패치 사용 자체로 저산소뇌병증을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게 증례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펜타닐 패치를 부탁하고 약 13시간 뒤에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는데 이는 펜타닐 패치 사용으로 혈중농도가 처음에 증가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인 약 12~24시간 범위 내에 있다”며 “펜타닐 패치 사용 자체로 저산소뇌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더라도 부작용인 호흡억제로 인해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펜타닐 패치 과다사용과 A씨에게 발생한 저산소성 뇌손상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해 소송이 항소심까지 진행됐지만 2심 재판부의 생각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마약성 진통제 투여경험이 없는 환자에게 권장되는 초기 용량의 두 배에 달하는 50㎍/h를 투여하는 경우 호흡 억제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A씨는 집에서 패치를 부착할 상황이었으므로 의료진은 호흡억제 부작용 발생 가능성 및 증상 악화를 막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데 필요한 조치사항을 설명할 필요가 있음에도 오심·구토·변비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호흡억제 발생 가능성 및 대처방법 등에 대한 설명과 지도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펜타닐 패치 의약품설명서에 과량투여시 첫 번째 증상으로 ‘호흡억제’가 열거된 점, 마약 경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50㎍/h 용량 부착 후 6시간 이내에 최소 진통 효과를 보이는 농도에 도달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며 “C병원 진료기록에 수면 중 구토로 호흡장애가 발생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B대학병원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과 A환자의 현재 상태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펜타닐 패치를 처방하게 된 경위, 환자의 신체 상태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손해에 대한 책임비율을 45%로 제한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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