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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투여 전 금식 미확인, 의료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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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투여 전 금식 미확인, 의료과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7.09 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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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음식물 역류로 사망” 판단
 

프로포폴을 투여할 때 환자의 금식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음식물이 역류,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됐다.

앞선 1심 재판부가 위장에 음식물이 중등도 이상 양이 남아있었지만 이로 인해 기도가 폐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과 달리, 음식물 역류 외에는 기도 폐쇄가 일어날 원인이 없다며 원심을 뒤집은 판결로 관심이 쏠린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최근 수술을 받다 사망한 환자 A씨의 가족들이 의사 B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95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7월 경 종양으로 B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내원했고, 초음파 검사결과 피하지방의 종양이 확인되자 B씨로부터 지방종 제거수술을 받았다.

B씨는 엎드려 있는 자세로 있는 A씨에게 프로포폴 성분의 마취제인 프레조폴 엠씨티 주 1% 20ml 2앰플을 정맥으로 점적 투여해 수면을 유도하고, 리도카인을 사용해 국소마취를 하면서 지방종 제거수술을 실시했다.

이때 A씨는 시술 도중 코를 심하게 고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 맥박과 산소포화도 수치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다 심정지에 이르렀다. 당시 B씨는 마취과 전문의를 배치하지 않았고, 출장 마취과 전문의를 불러 마취를 실시하지 않았다.

A씨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자 B씨는 119에 신고했고, 119 구급대는 A씨를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는데 당시 종합병원 의료진은 A씨의 심정지 원인이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후 A씨는 다른 종합병원들로 옮겨져서 치료를 받았으나 의사소통과 신체활동을 할 수 없어 누워지내고, 모든 일상생활을 타인에게 의지하는 상태가 계속되다가 결국 폐렴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A씨의 가족들은 “B씨는 A씨에 대한 금식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취를 시행한 과실이 있다”며 “이로 인해 구토물이 역류해 기도가 막혀 폐부종 또는 폐허탈이 발생했고, 그 결과 심정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또 마취과 전문의가 아닌 B씨가 직접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 역시 의료과실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가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수술과 같은 수술을 위해 마취제를 사용한 경우 전신마취와 달리 자극을 줘 환자를 각성시킬 수 있는 정도의 상태인 진정 수면 정도로 유도한다”며 “환자의 이름을 불렀을 때 각성되는 정도의 진정 수면 정도로 유지한다면 호흡과 순환저하의 문제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처럼 얕은 진정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 호흡기적 문제가 거의 없으므로 금식이 필수라고 할 수 없다”며 “B씨가 수술 이전 금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B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B씨는 A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하면서 위 내용물의 흡인이나 기도 폐쇄를 예방하기 위해 금식을 하도록 하고 금식 여부를 확인했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이 같은 과실로 인해 위에 있던 음식물이 역류하면서 기도가 폐쇄돼 A씨에게 폐허탈 또는 폐부종이 발생해 이로 인해 심정지 및 저산소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원인에 의해 이 같은 결과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인과관계에 따라 A씨가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 밖에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마취과 전문의가 아닌 B씨가 프로포폴을 투여한 사실에 대해선 과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는 진료 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해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의료수준에 비춰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있는 행위”라며 “의료행위의 주체가 아닌 의료행위 자체가 과실있는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가 되는 것이므로 마취과 전문의가 아닌 B씨가 마취라는 의료행위를 했더라도 이를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행위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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