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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후 치료시기 놓친 의료진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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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후 치료시기 놓친 의료진도 책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7.05 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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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환자 뇌기능 상태 관찰 소홀” 판결
 

오토바이 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환자의 뇌기능 상태관찰을 소홀히 해 치료시기를 놓친 의료진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 제12부는 최근 환자 A씨와 가족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 5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5월경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택시와 추돌해 뇌손상을 입고 B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B병원은 A씨에 대해 뇌CT 촬영을 실시했는데 A씨의 의식 상태는 경면상태(자꾸 수면 상태로 빠지려는 경향), 글래스고우 혼도 척도는 12점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다.

뇌 CT 촬영 결과, 우측 전두부에 경막상 출혈, 전두부 두개골 골절 및 뇌두개저부 골절 등이 관찰됐고, 전두부의 경막상 출혈은 8mm 정도의 두께이며, 전두동, 접형동, 사골동 내에 출혈이 관찰됐다. 다만 뇌압상승 및 뇌압박 소견이 없어 수술 적응증은 되지 않은 양이었다.

B병원은 구토와 발작 증세를 보이는 A씨의 기도관리를 위해 기관삽관을 실시했고, 지속적인 발작이 일어날 경우 뇌출혈 및 뇌부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면진정 치료를 시행했다.

의료진은 다시 뇌 CT 촬영을 시행했는데 전두엽의 뇌경막상 출혈은 오히려 감소된 것으로 보이나, 기저수조에 처음보다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양이 증가한 것으로 관찰됐다.

이에 의료진은 A씨에게 뇌부족을 완화하기 위한 글리세린, 라식스 등을 지속적으로 투여했고, 중환자실로 옮겼다.

의료진은 환자의 글래스고우 혼수척도, 활령징후, 동공 크기를 매일 측정했고, A씨의 고열에 대해서는 혈액검사, 배양검사 등을, 발열에 대해서는 쿨링패드를 적용했지만 빈맥과 서맥은 경과를 관찰하기만 했다.

동공 크기가 좌우 차이를 보였는데도 의료진은 A씨의 보호자에게 원인, 치료방법, 예후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A씨가 입원한지 일주일 째, 의료진은 세번째 뇌CT 촬영을 했는데, 이전보다 외상성 뇌출혈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좌측 전두부에 기뇌증이 증가했다.

이후, 환자의 코에서 끈적한 피색깔의 삼출물이 나오고 빈맥, 저산소 상태가 측정됐지만 병원 측은 이비인후과와 협진만 하고 다른 특별한 추가 치료는 하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난 후, 환자의 동공 크기가 심하게 확대되고, 저혈압과 빈혈 증상 등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네번째 뇌CT 촬영을 한 결과 뇌사 상태임을 확인했고 A씨는 장기를 기증하고 사망했다.

A씨의 가족은 “B병원은 A씨가 두부외상으로 뇌부종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기적·반복적으로 경과를 자세히 관찰해야함에도 A씨를 수면상태로 유도해놓은 채 활력징후 측정을 소홀히 했다”며 “뇌 CT 촬영을 반복적으로 실시하지 않았고, 뇌압 감시 모니터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고체온, 고혈압, 동공 크기 차이, 서맥, 뇌척수액 누출 등 전형적인 뇌부족으로 두 개강내압상승 증상을 보이고 있었음에도 B병원은 응급 감압 개두술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병원은 A씨의 뇌부종 악화 증상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A씨의 뇌탈출 등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A씨에게 감압 개두술 등 수술적 치료방법을 시행할 시기를 놓쳤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B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는 의료진과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였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상태가 악화돼 뇌사판정을 받았다”며 “최초 두부손상 부위와 뇌부종 발생 부위가 일치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두부외상으로 뇌부종이 발생할 수 있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뇌부종 악화로 두 개강내압이 상승해 뇌사 및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A씨에게 이 사건 이전에 뇌부종이나 뇌손상 등과 관련한 기왕증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A씨는 수면진정치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자해행위를 하는 등 병원 과실 외의 다른 원인이 개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춰, B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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