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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진단서로 택시매매, 의사도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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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진단서로 택시매매, 의사도 '철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6.2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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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양도대금 수수료로 챙기기도
 

개인택시면허를 팔기 위한 범죄에 연루된 의사에게 내려진 자격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 의사는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가져온 MRI 필름과 근전도 검사 결과지만 보고 추가 검사 없이 진단서를 작성해 자격정지를 피할 수 없었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앞서 택시기사 B씨는 지난 2009년 9월경 한 정형외과의원에서 경추부에 대해 MRI 검사를 진행,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목뼈원판 장애’의 소견을 받았다.

이후 A씨는 2009년 10월경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병원을 방문한 B씨에게 임상적 추정란에 체크 표시를 하고 질병명란에 ‘제5-6, 6-7 경추 추간판 탈출증’, 향후 치료에 대한 소견란에 ‘향후 1년 이상 통증으로 인해 운전 등 정상적인 노동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됨’, 용도란에 ‘구청 제출용’이라고 각 기재한 진단서를 작성해줬다.

당시 A씨는 B씨의 진술과 정형외과의원에서 가지고 온 경추부 MRI 필름 및 근전도 검사 결과지를 토대로 이 사건 진단서를 작성했고, 진단서를 작성하기 전 별로도 B씨에 대해 MRI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B씨 등과 공모해 이 사건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지난 2013년 7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알고 보니, B씨가 허위진단서 발급 브로커인 C씨와 공모해 개인택시면허를 팔기 위한 범죄행위를 꾸미고 있었던 것.

개인택시면허의 양도 등을 규정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19조 5항을 살펴보면 개인택시운송사업의 면허를 받은 자가 양도를 위해서는 면허를 받은 지 5년이 지나야하는데, 1년 이상 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으로 인해 본인이 직접 운전할 수 없는 경우에는 5년이 지나지 않아도 면허를 매매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였다.

이를 위해 1년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필요했고, A씨가 이에 대한 허위진단서를 작성해준 것.

이 같은 범죄사실이 알려지자 보건복지부는 A씨에게 진단서를 거짓으로 작성, 발급해줬다는 이유로 1개월 15일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B씨를 직접 진찰한 결과와 가지고온 경추부 MRI 필름 및 근전도 검사 결과지를 종합해 진단서를 작성했다”며 “거짓으로 진단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므로 복지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허위진단서 발급 브로커인 C씨와 의료인인 B씨는 A씨 등과 공모해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선고받거나 약식명령을 받았고 모두 확정됐다”며 “C씨는 검찰조사에서 B씨의 개인택시면허를 팔기 위해 1년 이상 장기 진단이 필요하니 소견서란에 1년 이상 치료를 요하고 운전하기 힘들다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A씨에게 부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A씨에게 목통증이 심하다고만 했을 뿐 운전하기 어렵다거나 그런 문구를 진단서에 넣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음에도 A씨는 진단서에 ‘향후 1년 이상 통증으로 인해 운전 등에 정상적인 노동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C씨는 B씨와 함께 이 사건 병원을 방문한 후 진료실로 들어와 A씨와 먼저 면담을 한 것으로 보이고, 이후 진단서 수령 및 구청 제출, 면허 양도 등의 절차를 직접 처리한 후 면허 양도대금 중 1000만원 가량을 수수료로 챙겼다”며 “B씨는 관련 질병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없고 진단서를 발급받은 지 3개월 만에 운전업무에 종사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 등을 보면, B씨가 진단서를 발급받을 당시 경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해 1년 이상 운전업무에 종사하기 곤란한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A씨 역시 MRI 영상이나 근전도 검사 결과지를 통해 1년 이상 운전 등 노동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C씨의 부탁이나 B씨의 진술만으로 허위 진단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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