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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원격의료-전화상담, 딜레마에 빠진 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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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원격의료-전화상담, 딜레마에 빠진 의협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6.23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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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 프로타고라스라는 철학자가 있었다. 그의 제자인 율라투스는 수강료를 낼 능력이 없었고, 프로타고라스는 율라투스에게 첫 번째 소송을 수임해 승소하면 수강료를 지불하라고 제안하고 율라투스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율라투스는 변론술을 다 배우고 나서도 소송을 수임하지 않았고, 참다못한 프로타고라스는 율라투스를 끌어들이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정에 나타난 율라투스에게 프로타고라스는 내가 재판에 이기면 판결에 따라 수업료를 내야하고, 진다고 해도 첫 번째 소송을 이긴 셈이니 계약에 따라 수업료를 내야한다고 의기양양해 했다.

지금 의협의 상황이 율라투스가 처했던 상황과 비슷하게 보인다. 바로 원격의료라는 프레임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재판에 이겨도 져도 수업료를 내야하는 율라투스의 처지와 다를 게 없는 것.

정부가 규제개혁 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를 저지하기 위했던 노력이 의협의 손발을 옭아묶은 자승자박의 형태로 돌아왔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에 포함된 전화상담에 대한 내용이 기존 ‘원격모니터링’ 사업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동네의원 의사는 환자를 대면 진료를 통해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주기적으로 스마트폰, 근거리무선통신(NFC) 등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전화상담을 실시할 수 있다.

전화상담에 대한 수가는 그동안 의료계가 꾸준하게 정부에 요구하던 부분이지만 해당 사업은 의료계 내부에서는 원격의료의 도입의 시발점으로도 해석되기에 상황이 매우 복잡하게 됐다.

해당 사업에 ‘원격’이라는 단어가 명시가 되지 않은데다, 복지부 관계자가 “만성질환 진료범위 안에 관리 모니터링이 포함된다는 것으로 원격의료와 무관하다”고 해명했기 때문에 가뜩이나 복잡한 상황이 이젠 이도저도 못한 상황까지 오게 된 것.

덕분에 의협은 정부 발표가 있은지 2주가 지난 시점에도 그 어떤 공식적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 그럼 여기서 의협과 비슷한 딜레마에 빠졌던 율라투스가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살펴보자.

의기양양한 프로타고라스에게 율라투스는 “재판 결과가 어떳든 수업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내가 재판에서 진다면 첫 번째 소송에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에 따라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이긴다면 판결에 따라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되려 스승을 딜레마에 빠뜨려 수업료를 내야하는 상황을 모면했다.

원격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고 강경한 반대로 인해, 결국 딜레마에 빠져 어떤 대처도 하지 못하는 지금의 의협에게 율라투스의 세련된 답변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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