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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도 타인 명의 의료기관 개설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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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도 타인 명의 의료기관 개설 불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6.07 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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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요양급여비 환수 처분 인정
 

의료인이 타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사건에 내려진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이중개설금지규정 관련 헌법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는 최근 한의사 A, B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자신의 명의로 C한방병원을 개설해 의료행위를 했고, B씨는 2013년 6월부터 현재까지 C한방병원을 개설한 후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2014년 12월, 의사 D씨가 원고들로부터 명의를 빌려 C한방병원을 운영해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A씨에겐 요양급여비용 2억 3825만 4820원을, B씨에겐 4억 169만 300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원고들은 즉시 소송을 제기했다. D씨와 동업을 해 C한방병원을 공동으로 개설·운영했을 뿐 명의를 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면허로 의료기관을 여러 장소에 개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설령 D씨에게 면허를 대여했더라도 D씨는 C한방병원만 개설·운영했으므로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았고, D씨는 이 조항이 신설되기 이전에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해 운영했으므로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하연했다.

이들이 문제 삼는 의료법 제4조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를 규정한 조항으로 제2항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조사에서 D씨의 아내는 C한방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는 D씨로, D씨가 신용불량자여서 원고들의 명의를 빌려 이 사건 병원을 운영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은 D씨와 이 사건 병원 순이익의 10%를 지급받기로 하는 공동약정을 체결했으나 경찰조사에서 D씨에게 매달 400만원 등을 지급받았다고 진술한 점을 비춰볼 때 원고들과 D씨 사이에 공동약정에 따른 이익 배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같은 사실들을 볼 때 원고들은 D씨에게 고용된 후 자신들의 명의로 C한방병원을 개설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의료법 제4조 제2항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원고들의 주장대로라면 의료법 제33조 8항과 중복돼 의미가 없어진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규정된 1인 1개소법이라고 불리는 조항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의료법 제4조 제2항이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면허로 의료기관을 여러 장소에 개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복수로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의 주장하는 대로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보면 제33조 제8항과 중복돼 의미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운영에 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의료인이 의료법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방지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은 “이번 판결의 의미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이중개설금지 규정에 위반되지 않더라도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4조 제2항에 위반돼 의료법상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위반을 하더라도 형사처벌의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는 건강보험공단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또 의료법 제4조 제2항의 입법목적에 대해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입목목적을 포함함은 물론, 더 나아가 의료기관 개설 운영의 책임소재까지 분명히 하기 위한 제도라고 최초로 명시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그는 “이번 판결은 최근 선고되고 있는, ‘의료법상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라면, 특별법인 건강보험법상 적법하게 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을 수 있는 요양기관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들의 내용과 일관되는 판결”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이중개설금지규정 관련 헌법소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판결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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