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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전 좀 먹는 유령수술 더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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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전 좀 먹는 유령수술 더는 안된다
  • 의약뉴스
  • 승인 2016.06.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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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팔을 다쳐 수술을 받을 지경이 됐다. 수술의 무서움을 알았기에 가능하면 칼을 대지 않고 낫는 방법을 고심했다.

하지만 의사는 단호했고 다른 병원으로 가도 좋다고 했다. 그 말은 여기나 거기나 수술의 방법 말고는 다른 대책이 없다는 말로 들렸다.

어렵지 않은 수술은 없지만 아주 어려운 수술에 비해서는 조금 쉬운 편이라고 걱정하는 환자에게 의사는 애매하게 말했다. 응급실에서 간단하게 진료를 받은 후 구체적인 설명은 간호사로부터 들었다. 입원 후에는 담당 과장의 친절한 설명도 있었다.

수술 담당의사는 과장인 자신이 직접 한다고 했고 특진비가 있지만 다른 전문의가 했을 때나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지만 거기서 다른 전문의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수술 날짜가 정해지고 그 전 날 복도에서 담당 과장을 만났다. 수술에 대해 질문하자 친절하게 답변했고 수술은 내가 직접 하므로 안심해도 된다고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위로해 주었다. 조금 안심이 됐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전신 마취를 하지 않았으므로 의료진의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는데 과장님은 언제 오시나? 하는 말도 들려왔다.

그리고 수술은 진행됐다. 거의 다 끝나 갈 무렵 과장이 들어왔는데 톤이 높은 목소리를 듣고 이내 알아챘다. 수술에 대해 질책하는 목소리가 크게 났다. 그곳이 아닌데하는 말도 있었고 너무 깊게 찢었어 하는 혼잣말도 들렸다.

어안이 벙벙했으나 아무 말도 못했고 수술은 끝났다. 이후 외래 진료를 받다 수술부위가 감염이 돼 재수술을 했고 한 달이 지나서 재발 위험이 없다는 말을 듣엇다.

나중에 외래 진료를 받으면서 왜 직접 수술하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다만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로는 과장이 직접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지금도 수술했던 의사가 누군인지 궁금하다. 의사인지 혹은 간호사 인지 그도 아니면 의료기기상이나 병원직원인지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래전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일선 현장에서 여전히 대리수술이 행해지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에는 대리수술 논란을 일으킨 한 성형외과에 대한 재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 시작인 이 재판을 통해 외과 수술시 벌어지는 대리 수술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도려 내야 한다.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다. 의사가 아닌 그 누군가가 대리 수술을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환자는 수술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오더 리라는 말이 있어왔다. 의사의 명령에 따라 대리 수술하는 수술방의 남자를 가리켰는데 지금은 유령 수술이라는 말이 더 자주 회자된다.

이름만 들어도 끔찍한 유령수술이 이번 본격 재판을 계기로 의료 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마침 성영외과의사회도 같은 편인 의사의 편을 드는 대신 환자의 보호에 힘을 싣고 있어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의협도 적극 나서 떨어진 의사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유령수술이 의심되는 곳이 있으면 적극 신고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의료자문에도 솔선수범해야 한다.

똑같은 수술복을 입은 사람이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의료기기상이나 병원직원인지 그도 아니고면 유령인지 환자들은 알 권리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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