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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옥시 레킷벤키저, 그들의 무서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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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옥시 레킷벤키저, 그들의 무서운 꿈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6.04.2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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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9년 옥시 레킷벤키저가 개비스콘을 앞세워 일반의약품 시장 진출을 선언할 당시 유럽의 한 의약품 매장 사진을 보여주며 사측 관계자가 내뱉은 야심찬 발언이다.

당시 그가 보여 준 의약품 매장은 전면이 레킷벤키저의 제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약국의 일반의약품 매대도 자사 제품이 가득 차는 날을 꿈꾸고 있다는 뜻이다.

그 꿈을 실현하려는 듯 레킷벤키저는 그간 자사제품 홍보에 열을 올려왔다. 개비스콘과 스트렙실이 ‘스팸메일’의 어원 만큼이나 유명한 PPL의 대명사가 된 것이 그 실례다.

스트렙실 출시 당시 자랑스럽게 “생활용품 광고에 LG보다 5배나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을 천명한 그대로의 모습이다.

당시 그들이 스스로를 소개한 ‘일반의약품 분야 글로벌 Top10 기업’이라는 표현 속 ‘의약품’ 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철저한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려 그 당시 발언을 그대로 따 옮겼던 기사를 훑어보니 자사 제품의 과학적 근거와 이를 알릴 ‘공격적 마케팅’외에 ‘사회적 책임’에 대한 발언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나마 그들이 제시했던 과학적 근거마저도 가습기 살균제 논란에서 불거진 보고서 조작 의혹으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의약품 전문가인 일선 약사들은 보고서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옥시 레킷벤키저의 다른 의약품들도 믿을 수 없다며 개비스콘과 스트렙실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섰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약국의 일반의약품 매대를 가득 채우고 싶다던 그들의 바람은 헛된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레킷벤키저에게는 이러한 약국가의 움직임이 연좌제나 다름없는 지나친 처사로 비춰질 수 도 있다. 그들에게 스스로를 변호할 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내놓고 있는 반박 자료들은 하나같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고, 다른 제품은 물론 레킷벤키저 자체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자랑스럽게 쏟아 부은 광고비의 효과는 삽시간에 사라졌다. 오히려 최근 몇 달 사이에는 광고비 한 푼 들이지 않고 최악의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냈다.

세계 10대 일반의약품 기업에게서 등을 돌리는 일선 약사들의 움직임은 이처럼 책임을 외면해 신뢰를 잃은 제약기업의 씁쓸한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에게 자사 제품으로 가득 찬 사진 한 장은 깨기 싫은 아름다운 꿈이겠지만, 이미 한국 사회에서 그 사진은 다시 보기 싫은 끔찍한 악몽이 되어 있다.

옥시 레킷벤키저가 ‘세계 10대 일반의약품 기업’의 위상을 되찾고 그들의 꿈을 되살리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그간 외면했던 ‘책임’에 최선을 다해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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