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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급여조사1부 정동극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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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급여조사1부 정동극 부장
  • 의약뉴스
  • 승인 2005.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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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현지조사는 적정청구를 유도하기 위한 것." 정동극 부장(45)은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끔 국회나 감사원 등에서 조사대상 병·의원수나 부당청구 환수금액만으로 성과를 평가할 때는 내심 섭섭하다. 그래도 악역(?)을 맡은 이상 주저하거나 눈치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한다면 말이다.

◇"현지조사, 여직원들 가장 고생"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권은 복지부 장관의 몫이다. 심평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복지부의 업무를 지원할 뿐이다. 일반 수진자로부터 민원이 제기된 경우나 심사·평가과정에서 부당청구의 혐의가 드러날 때 현지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현지조사팀은 대개 약사, 간호사, 의료기사 출신의 여직원으로 구성된다. 의원이나 약국은 3∼4명, 종합병원급은 5∼15명 등으로 요양기관의 규모에 따라 팀원수는 달라진다. 여기에 복지부 관계자가 1∼2명이 포함되기도 하고, 공단이 부당청구를 의뢰한 경우 공단 관계자 1명이 포함된다.

지방의 경우 의원급은 3∼4일의 조사기간이 소요된다. 규모가 큰 병원은 보름씩 걸리기도 한다. 자연 실사요원은 숙식을 지방에서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이 여직원이라는 것이다. 정 부장은 이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털어놓았다.

"어린 아이나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여직원들이 힘겨워한다. 보름씩 가정을 비운다는 것은 주부에겐 녹록치 않은 일이다. 특히 현지조사가 요양기관과의 마찰을 수반하는 업무여서 더욱 그렇다."

◇"실사 거부 병·의원 아직 존재"

정 부장은 현지조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요양기관이 아직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아예 문을 걸어닫고 현지조사를 거부하는 요양기관이 있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는 훨씬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그는 경고했다. 해당 요양기관은 1천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에다 1년간의 업무정지까지 받게 된다.

"완강하게 현지조사를 거부하는 요양기관이 있다. 조사팀이 여직원으로만 구성됐을 때는 얕잡아보기도 한다. 이럴 때는 남자 직원을 투입하거나 복지부 직원의 협조를 구하기도 한다."

그는 현지조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실사요원에게 강제조사권이 없는 만큼 요양기관이 막무가내로 조사를 거부할 경우 별수가 없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충분한 설득작업뿐이라고 했다.

<사진2>

◇"일벌백계 중요…그러나 경중 따져야"

예전에는 허위·부당 청구가 많았다면, 최근엔 과잉·편법청구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정 부장은 말했다.

'가짜 환자 만들기'나 '진료내역 부풀리기' 등 악의적인 청구 행태에서 '형식적인 진료'나 '상병 변경' 등의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행위의 경중에 관계없이 일괄 처벌한다는 점이다. 규정을 몰라 부당청구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어 자칫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규정에 대한 요양기관의 사전교육과 철저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를 통해 부당청구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악의적인 부당청구나 과잉청구 등의 구분이 없다. 물론 '악의성' 여부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한데 몰아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 경중을 가려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현지조사 실효 위해 심평원·공단 협조해야"

심평원이 지난 2000년 독립한 취지는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심평원이 실사업무의 지원주체가 돼야 한다고 정 부장이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도 실사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공단과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심평원은 심사와 평가 업무를 주로 하고, 공단은 징수·부과, 사후관리가 주 업무다. 각자 업무의 특성을 살려 현지조사에도 적용한다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한마디로 심평원과 공단의 업무 연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는 性善說을 믿는다"

정 부장은 '성선설'을 신봉한다. 사람의 천성은 착하고 정직하다는 믿음이다. 현지조사 역시 부당청구를 예방하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역설한다. 적발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적정청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지조사는 어쩌면 그와 같은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벌써 몇 년째 악역을 맡고 있다. 너무 잘해도 욕을 먹고, 너무 못해도 혼이 난다.

괜스레 어깨가 무겁고 뻐근하다. 그래도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또 가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악역을 자임하겠노라고 그는 다짐했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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