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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물 오르는 소리,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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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물 오르는 소리, 경이롭다
  • 의약뉴스
  • 승인 2016.04.1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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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기둥에 귀를 대고 손을 모았다.

차갑지만 이내 따뜻하다.

가만히 숨을 죽이니 물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마른 하늘에서 내리치는 천둥벼락 소리 같기도 하고 오색 딱다구리가 집을 짓은 소리 같기도 했다.

홍수에 시냇물이 콸, 콸 흐르는 소리 같기도 했으며 멀리서 대포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 오는 소리 같기도 했다.

어쨌든 심장을 울리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생명의 소리, 순환의 소리, 자연의 소리가 심장을 흔들었다.

무엇이든 처음 하는 것은 신비롭지만 이 날의 경이로운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물 오르는 소리: 새싹이 돋고 꽃이 필 무렵 침엽수 보다는 활엽수에서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물 푸레나무나 단풍나무 혹은 박달나무나 자작나무에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큰 나무보다는 어른 팔 뚝 만한 나무에 귀를 갖다 대는 것이 유리하다.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는 귀를 나무에 바짝 대고 한 손을 모아야 한다.  잘 들리지 않으면 주변의 다른 나무로 이동하면 된다. 이미 물을 먹고 쉬고 있는 나무라면 소리가 안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땅속 깊은 곳에 숨은 물을 빨아 들이는 나무는 겨우내 참았던 갈증을 한 방에 속 시원히 날린다. 그러니 그 소리는 천둥과 번개와 벼락이 치는 것처럼 장엄하다. 나무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은 황홀하다. 

생명이 있는 나무를 자를 때 마음이 한없이 아플 것 같다. 아이들은 청진기를 이용해 나무의 물 소리를 더 잘 들어 수 있다.  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착하게 더 건강하게 무럭무럭 나무처럼 잘 자날 것이다. 소리를 들은 어른들은 더 사랑하고 더 이해하고 자연과 환경을 더 사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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