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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7 06:51 (토)
심평원 홍보실 권혁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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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홍보실 권혁수 차장
  • 의약뉴스
  • 승인 2005.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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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창작은 산고(産苦)다. 권혁수 차장(48)은 글쓰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권 차장이 시인으로 데뷔한지는 겨우 2년. 그러나 소설로 등단한지는 무려 20년이 넘었다.

세월의 더께만큼 깊이나 폭도 커졌을 게다. 그런데도 그는 아직까지 시구 하나에 가슴앓이를 하는 문학청년(?)의 모습이다.


◇껍질 없는 '지렁이'의 고통…우리의 자화상

붉은 경고 표지를 비웃듯/낡은 아스팔트/포장도로를 건너는/포장되지 않은 몸

권 차장의 '지렁이'라는 시의 일부다. 각박한 현대인 역시 탯줄을 끊고 나오면서, 또는 귀천의 목전에서는 모두가 맨살의 몸뚱이다. 맨살로 아스팔트를 기어야 하는 고통, 그것은 현대인의 자화상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는다. 그러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시를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저 세상의 소소한 모든 것들이 소재이고, 그것들이 깔때기 같은, 또는 악기 같은 나를 통과하면서 다른 이미지로 투영되는 것뿐이다."


◇사람에겐 저마다 香이 있다

나이 스물 세 살 나던 해, 권 차장은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물구나무'라는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그는 소설에서 시로 종목을 바꿨다.

조각가인 친구 하나가 말했다. "조각은 시야." 친구가 마흔 셋의 나이로 불귀의 객이 됐을 때, 권 차장은 조시(弔詩)를 썼다. 그것을 계기로 변변찮은(?) 삶의 찌꺼기를 주워담는 시인이 된 것이다.

또 하나는 아내 때문이었다. 언젠가 송홧가루 날리는 솔밭으로 산책을 간 적이 있다. 이제는 장소도, 시간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아내의 말이 문득 그의 시심(詩心)을 깨웠던 것만 뇌리에 남아있다.

"솔 향기 나는 숲에서 아내에게 물었다. 내게서 무슨 냄새가 나우? 아내는 짧게 대답했다. 지난밤에 마신 술 냄새와 찌든 담배 냄새요. 순간, 뒤통수를 치는 것이 있었다. 그때부터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는 요즘 수련 중이다. 道(?)에 관심을 두고 있다. 어느 덧 술도, 담배도 끊었다. 가부좌를 틀고 단전호흡을 하노라면 머리가 맑아진다. 머리가 맑아지면 한결 또렷한 시선으로 사물을 응시할 수 있다. 더욱이 사람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좋다.


◇"심평, 가슴 훈훈한 내용으로 채우고파"

그가 심평지를 맡게 된 것은 1년 정도다. 겨우 50쪽에 달하는 얇은 책자다. 그러나 들이는 공은 시나 소설 만큼이다. 단 두 명으로 청탁원고의 교정·교열에서부터 취재·기사·사진촬영까지 하고 있다.

발행부수는 8만부. 여느 잡지사 뺨치는 부수다. 자연 그의 직책도 편집장쯤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직접 취재원을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는 본지 기자를 마주하고 앉았을 때 쑥스럽다고 했다. 상대방에게 늘 질문을 던지던 입장이었던 탓이다.

"인터뷰 기사도 일종의 창작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스타일의 문체와 다른 색깔, 다른 맛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부담도 적지 않다."

심평지의 독자는 병원이나 약국, 보건소 등 의료단체와 유관기관이다. 이들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더 좋은 글, 더 많은 독서를 통해 내용을 채워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가장 다루고 싶은 내용은 '가슴 훈훈한 이야기'다.

"가슴 따스한 이야기로 심평지를 꾸며보고 싶다. 겉표지에 '난치병 돕기 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킨다. 물론 충실한 건강정보와 심평원의 실무에 관한 내용을 담는 것은 기본이다."


◇홍보 전문가에게 필요한 몇 가지 것들

"보도자료를 보고 해당기관의 홍보부를 가늠하기도 한다. 그만큼 홍보부는 기관의 얼굴이며, 고객 접점 서비스의 최전선에 있다. 홍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부단히 공부해야 한다."

그는 홍보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자질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인 글쓰기와 우리말 실력 등이 그렇다. 인사이동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심평지 역시 마찬가지다. 부수는 8만부지만, 한달 동안 그 책자를 들켜볼 독자는 그 이상일 것이다. 자신이 쓰는 기사 한 건, 자신이 다듬는 200자 원고지 한 장에 열정을 쏟는 이유도 그것이다.

글은 열심히 산 사람만이 쓸 수 있다고 그는 단언했다. 발로 뛰지 않는 글은 진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산고(産苦) 없이는 어떤 글도 잉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 대목에서 그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 웃음에서 기자가 조금은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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