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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능력 없는 환자사진 홍보 활용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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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능력 없는 환자사진 홍보 활용 ‘철퇴’
  • 의약뉴스 허성규 기자
  • 승인 2016.03.16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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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인격권 침해’ 배상 판결

뇌출혈로 인지능력이 저하된 환자에게 보호자 없이 동의를 얻어 홍보용 사진을 촬영·활용한 병원에게 배상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환자 A씨의 자녀 B씨가 C병원을 운영하는 D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측의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B씨의 모친 A씨는 2013년 8월경 뇌출혈이 발병해 C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2014년 2월 22일 경까지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후 D재단은 2013년 10월 10일 경 A씨의 사진을 찍은 다음 그 사진을 병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으로 설정했고, 2014년 달력의 5월 치매센터 홍보 장면에도 삽입했으며 병원 홍보용 플랜카드와 병원 소식지 표지에도 사용했다.

당시 사용된 사진은 환자복을 입고 머리카락을 매우 짧게 자른 상태로 뇌수술 흔적이 잘보였다.

이후 A씨는 2014년 2월 22일 경 다른 병원으로 옮겼는데 그 병원에서 2014년 2월 25일 인지능력을 검사한 결과 경도에서 중증도의 인지 저하를 보였고 특히 지남력, 주의집중, 계산·기억력에서 인지능력 저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언어표현 능력도 떨어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잘 생각해 내지 못하거나 말을 더듬는 증세가 있었다.

이후 환자 A씨는 2014년 12월 19일 이번 사건과 관련된 손해배상청구권을 B씨에게 양도했다.

이와 관련, B씨는 D재단이 A씨의 동의 없이 무단 촬영한 사진을 각종 홍보물에 이용했다고 주장했으며, D재단은 사전에 A씨의 동의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환자 A씨와 청구권을 양도받은 원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 직원이 A씨에게 홍보용 사진을 촬영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당시 A씨가 뇌출혈에 따른 후유증으로 인지기능이 다소 저하돼 있었고 표현능력도 매우 떨어져 있었으며, 병원 측이 이런 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를 상대로 보호자도 없는 상태에서 홍보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매우 부적절 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경우 치매센터 홍보장면에도 A씨의 사진을 사용했는데 이러한 구체적인 홍보 내용까지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하면 A씨의 촬영과 그 사진을 이용한 홍보가 A씨의 동의하에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처럼 피고가 A씨와 그 보호자의 구체적이고 명시적 동의 없이 A씨의 사진을 활용해 병원을 홍보하는데 이용한 것은 A씨의 초상권과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피고는 A씨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양수한 원고에게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비록 A씨의 항의에 피고 측이 플랜카드를 제거하고 홈페이지 메인화면에서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는 했으나 이미 배포된 달력이나 소식지를 모두 회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며, 지역사회의 경우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A씨와 그 가족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위자료 액수를 800만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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